전기차 전환 속도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 단기 수익성 방어와 미래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한 하이브리드(HEV)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2025년 글로벌 하이브리드 시장 규모는 약 3128억달러(약 454조1856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후발 업체의 신규 진입과 선도 업체의 기술 혁신이 맞물리며 주도권 경쟁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시장은 북미가 전 세계 수요의 약 52%를 차지하며 핵심 거점으로 부상했다. 유럽연합(EU)에서는 하이브리드 전기차(HEV) 점유율이 34.5%에 달해 가장 대중적인 파워트레인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흐름은 전기차 수요 둔화를 상쇄하려는 제조사들의 전략과 실리적인 소비 성향이 맞물린 결과다.
하이브리드 선도 업체인 토요타는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압도적인 수익성을 증명했다. 토요타는 2025 회계연도 기준 10.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전체 판매 중 하이브리드 비중이 43.2%에 달해 하이브리드가 '캐시카우(수익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토요타는 현재 엔진과 모터 출력을 향상하고 연비를 개선한 6세대 THS 시스템을 개발, 2026년형 RAV4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차 싼타페현대자동차그룹 역시 하이브리드 판매 호조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 100만 대를 돌파했다. 현대차와 기아를 합산한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약 111만 대에 달해 그룹 전체 글로벌 판매의 15.2%를 차지하며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차는 특히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SUV 판매 호조로 2025년 미국 판매가 8% 증가했고, 북미 지역 소매 판매의 30%가 전동화 모델로 채워졌다고 밝혔다.
혼다와 닛산 등 일본계 선도 업체들은 기술 고도화로 시장 방어에 나섰다. 혼다는 엔진과 모터 제어를 최적화한 2세대 e:HEV 기술을 개발 중이며, 닛산은 고속 연비를 15% 개선한 3세대 직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 'e-Power'를 선보일 예정이다. 혼다는 2025년 미국 시장에서 CR-V와 어코드 등 주력 차종의 하이브리드 트림 판매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 성과를 보였다.
후발 업체들은 라인업 확대와 기술 이전을 통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26년 T-Roc을 시작으로 골프, 티구안 등 주력 모델에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본격 확대할 방침이다. 스텔란티스는 하이브리드 차종에 적용 가능한 'STLA 멀티플랫폼'을 도입하고, 르노는 2026년 캡처와 심비오즈 등 주력 SUV에 하이브리드 시스템 적용을 확대한다.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선회한 미국과 유럽 업체들의 행보도 구체화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차 구동계 투자 3억달러(약 4356억원)를 백지화하는 대신 미국 내 엔진 생산 공장에 8.9억달러(약 1조2923억원)를 신규 투자하며 하이브리드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30년 완전 전동화 목표를 사실상 철회하고 차세대 V8 엔진 개발과 함께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를 공식화했다.
포드는 하이브리드 사업부의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포드 내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를 담당하는 '블루'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5.2%인 반면, 전기차 부문인 '모델e'는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하며 대조를 이뤘다. 이에 포드는 미국 내 최고 판매 하이브리드 트럭인 F-150 등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픽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기술 이전 형태로 경쟁에 진입하며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지리 그룹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기술과 플랫폼이 그룹 내외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BYD는 지난해 234만대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판매하며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BYD의 실(Seal) U PHEV는 유럽 베스트셀링 PHEV 1위에 오르며 중국차의 위상을 높였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은 당분간 하이브리드 대응력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전환이 지연되는 불확실성 속에서 하이브리드가 제조사의 수익성을 지탱하고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전략적 대안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과 라인업 확장을 통해 변화하는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현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