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기가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 비용을 크게 늘리며 파상공세에 나서고 있지만 핵심 자산인 지적재산권(IP, 특허) 경쟁에서는 LG이노텍에 주도권을 내준 모양새다. 투입한 자금에 비해 손에 쥐는 특허 성과가 현저히 낮아 R&D 효율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는 삼성전기, 결실은 LG이노텍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2023년 연구개발비는 5558억원에서 지난해 7870억원으로 증가했다. 매출 대비 R&D 투입 비중도 6.2%에서 7.0%로 늘렸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도 R&D 비용을 크게 늘린 것은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겠다는 초격차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LG이노텍 연구개발비 증가율은 7.5%에 그쳤다. 매출 대비 R&D 비중도 3.5%에 불과하다. LG이노텍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7713억원이다.
그러나 IP 성적표는 연구개발비 증가율과 반대로 나타났다. LG이노텍의 IP 보유 현황은 2023년 1만1884개에서 지난해 1만4439개로 21.5% 늘었다. 연구개발비를 크게 늘리지 않았음에도 괄목할 만한 결실을 이끌어낸 것이다. 고효율 경영의 표본을 보여준 셈이다.
반면 연구개발비를 크게 확대한 삼성전기는 1만636개에서 1만1270개로 6.0% 늘어나는데 머물렀다. 연구개발비 지출 비중을 늘렸음에도 실제 권리화되는 성과물인 특허 등록 건수에서 밀린 것이다. IP 성과에서만큼은 삼성전기가 LG이노텍에 ‘판정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공정개선․수율향상에 집중된 연구개발비
시장에서는 삼성전기의 IP 확보량이 적은 것을 두고 신규 기술 확보보다 당장 수익성과 직결되는 공정개선을 통한 수율향상에 집중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공정을 개선하면 수율이 높아져 높은 이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독자적인 특허권 확보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하지만 특허 등 지적재산권은 미래 부품 시장에서 강력한 방어막이자 라이선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다. 특허 경쟁력 약화는 향후 차세대 전장 부품이나 고부가가치 기판 시장 등 글로벌 무대에서 주도권을 뺏길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PC와 스마트폰, 지능형 디바이스, 자동차 등 미래 성장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공정이나 신규 공법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글로벌 리더로 위상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 지적재산권을 더욱 많이 확보해 사업 보호와 함께 경쟁사를 견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LG이노텍은 전장 및 광학 솔루션 분야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서 선제적인 관련 특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통해 탄탄한 ‘지적재산권 방어막’을 구축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R&D 투자의 양적 팽창은 어느 기업이나 할 수 있지만 이것이 기술 독점 지위로 이어지는 지식재산권으로 안정적으로 치환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삼성전기는 투자금 확대라는 양적 팽창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수익과 독점권을 보장할 수 있는 질적 R&D 성장으로 전면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만 한다”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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