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를 본 적 있으신가요? 작년부터 갑자기 도시에 출몰하기 시작한 작고 까만 벌레들인데요. 정식 명칭은 붉은등우단털파리. 두 마리가 함께 딱 달라붙어 짝짓기를 하면서 비행하기 때문에 러브버그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러브버그는 주택 현관문에, 아파트 베란다 창문에, 자동차 창문에, 산책이나 조깅을 하러 나간 강변에 새까맣게 떼를 지어 모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시민들은 생전 처음 보는 낯선 벌레들을 보고 깜짝 놀라며 당황했는데요. 실제로 수도권에 러브버그가 처음으로 대량 발생해 화제가 됐던 2022년, 서울시 은평구에서는 6월 27일부터 일주일 만에 관련 민원이 무려 1479건이나 접수됐다고 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러브버그가 기승입니다. 2023년 6월 19일부터 20일까지 은평구청에는 단 이틀 만에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800건 넘게 접수되었습니다. 러브버그가 현관문에 붙어있는 것이 소름 끼친다거나, 집 안으로까지 들어오기 시작해 걱정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두 마리가 함께 붙어있는 러브버그를 어떻게 퇴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방역 요청도 있었습니다.
7월에는 북한산 백운대 정상이 러브버그 떼로 인해 까맣게 뒤덮였습니다. 등산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러브버그의 습격은 탁 트인 공간을 선호하는 러브버그의 짝짓기 습성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왜 갑자기 한국에서 러브버그가 기승을 부리는 걸까요? 러브버그는 원래 미국과 멕시코에서 주로 발견되는 곤충입니다. 그런데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한국에서 러브버그가 출몰했죠. 2022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벌레는 이전까지 한국에서 보고된 적 없는 미기록종이라고 합니다.
아직 발견된 지 2년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입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온 무역선에 알이 묻어왔을 수 있다는 추측이 가장 유력합니다. 분명한 건 기후위기가 러브버그의 한국 적응을 돕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러브버그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잘 살아남기 때문인데요. 지구온난화와 엘니뇨로 인해 점점 이른 시기에 평균 기온이 올라가고 폭우가 계속되는 최근의 기후위기가 러브버그의 확산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기후위기는 많은 곤충의 생태를 변화시킵니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더운 곳을 좋아하는 곤충들은 이전에 살지 못했던 추운 북쪽 지역까지 서식지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러브버그가 한국에서 번성하는 것처럼, 영국에 사는 일부 나비와 나방들도 북쪽 스코틀랜드 지역까지 서식지를 넓히고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또한, 기후위기로 인해 봄이 시작하는 시기와 식물의 성장이 변하는 것도 벌, 나비, 나방 등의 곤충의 생태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예년보다 따스한 겨울이 찾아오면서 벌집에서 휴식해야 할 꿀벌들이 봄이 온 줄 착각하고 꿀을 찾으러 다니다가 집단 폐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었습니다. 물론 꿀벌의 집단 폐사 현상에는 다양하고 복잡한 이유가 동시에 영향을 끼치지만, 기후위기 역시 중요한 환경적 요인 중 하나입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곤충들의 생태 변화는 결국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수분을 돕는 벌, 나비의 생태가 달라지면 과일 농가부터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곤충과 과일을 먹이로 하는 새들의 개체 수에도 치명적인 영향이 갈 수 있죠. 이렇게 먹이사슬을 거슬러 가다 보면 지구 전체의 생태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는 것입니다. 달라진 지구의 기후에 곤충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어떻게 진화하고 변화하고 있는지 눈을 크게 뜨고 관찰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징그러운 러브버그는 사실 사람을 물거나 전염병을 옮기지 않으며, 오히려 수분매개곤충으로서 토지를 비옥하게 해 주는 익충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갑자기 등장한 '뉴페이스' 러브버그 때문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너무 갑작스럽게, 러브버그와 서식지를 공유해야 하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러브버그는 기후위기에 잘 적응했는데, 우리 인간은 아직 러브버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앞으로도 다양한 곤충들이 등장하고, 사라지고, 확산되고, 줄어들고, 사는 방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물다양성의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전문가들뿐만이 아닙니다. 도시를 점령한 러브버그처럼, 기후위기로 인한 생물다양성의 변화는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러브버그의 출몰 민원에 방역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역은 생태계를 광범위하게 파괴할 수 있습니다. 특히 꿀벌에게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진 살충제 성분인 네오니코티노이드는 살포 후 오랫동안 자연 생태계에 잔존할 수 있어, 러브버그나 꿀벌뿐 아닌 무수한 곤충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운다’는 속담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낯설고 징그럽다는 이유로 러브버그를 해충으로 여긴다면, 우린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없습니다. 기온변화에 민감한 곤충들의 변화를 무심코 지나가다 보면,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코 앞에 닥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우린 기후위기에 보다 예민하게 대응하는 한편, 러브버그와 벌을 비롯한 곤충들에게도 안전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합니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시민 여러분과 함께라면 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린피스와 함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