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때문에 직장 관둬서 일본에서 화제된 여성

배우 카미시라이시 모네(사진출처=카미시라이시 모네SNS)

일본 배우 카미시라이시 모네가 신작 '새벽의 모든'에서 월경전증후군으로 인해 회사를 관둔 캐릭터를 연기했다.

배우 카미시라이시 모네(사진출처=카미시라이시 모네SNS)

극중 한층 악화된 월경전증후군 증상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그는 아동용 과학 키트를 만드는 회사, ‘쿠리타 과학’으로 이직한다. 친절한 동료들과 가족 같은 회사 분위기에 차츰 적응해 가던 중, 직장 내 자발적 아웃사이더 ‘야마조에’(마츠무라 호쿠토)의 사소한 행동에 또 한 번 참지 못하고 분노를 터뜨린다. 그러던 어느 날, 발작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야마조에’가 극심한 공황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서로의 고충을 나눈 두 사람 사이에는 친구도 연인도 아닌 특별한 우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영화 '새벽의 모든'의 한 장면. 사진제공=디오시네마

"질병에도 등급이 있는 것처럼 말하네."

야마조에(마츠무라 호쿠토)는 자신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듯이 말하는 후지사와(카미시라이시 모네)에게 '공황장애는 월경전증후군과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야마조에와 마찬가지로 월경전증후군 때문에 사회생활이 쉽지 않은 후지사와는 내심 그의 말이 서운해 이렇게 말한다.

사람마다 겪고 있는 고통은 제각각이고, 그 고통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제각각이다. 요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완벽히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적어도 타인의 고통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으며, 그 손길은 고통의 시간을 견디는 힘이 될 수 있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미야케 쇼 감독의 새 영화 '새벽의 모든'이 그렇게 말한다.

영화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완벽히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만 적어도 타인의 고통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제공=디오시네마

'새벽의 모든'은 세오 마이코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월경전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자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남자의 '특별한 우정'을 그린다. 후지사와가 야마조에의 공황장애를 알게 된 뒤, 야마조에 또한 후지사와의 월경전증후군을 알게 된다.

후지사와는 전철을 타지 못하는 야마조에에게 자신의 자전거를 건네고, 미용실을 가지 못하는 야마조에를 위해 한번도 써본적 없는 이발기를 든다. 야마조에는 후지사와가 짜증을 내려고 하면 청소를 시키거나 말을 걸어 다른 곳에 신경을 쓰게 하면서 그녀의 화풀이를 받아준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영화는 연대와 구원의 이야기이다.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끼리 돌보면서 서로의 고통을 나누고, 일상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끌어주고 밀어주며 서로를 구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로의 고통에 대해 다 이해할 수 없어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야마조에의 대사는, 타인과 거리를 두려고만 했던 야마조에의 변화를 보여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게 한다.

영화 '새벽의 모든'의 한 장면(사진제공=디오시네마)

'새벽의 모든'은 후지사와와 야마조에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이사이 흐릿하면서도 쓸쓸한 도시의 야경을 비춘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밤이 두 사람이 겪고 있는 고통의 깊이를 은유하는 것 같다.

누구나 남모를 아픔이 있고 고통을 겪는다. 이를 보여주듯, 영화는 주인공들뿐 아니라 동생과 누나를 잃고 또 남편을 잃고 깊은 상실감과 우울감을 빠졌었던 주변인들까지 비추며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을 넌지시 전한다.

영화 '새벽의 모든'의 한 장면(사진제공=디오시네마)

밤과 낮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고, 어두운 밤의 끝에는 밝은 아침이 오기 마련이다. 밤이 깊은 때조차 그것을 밝히는 별들이 있다. 후지사와와 야마조에가 서로에게 그런 존재로, 어둠 때문에 길을 잃어 어디로 가야할 지 헤매고 있을 때 만난 '북극성' 같다. 그래서 해가 뜨기 직전의, 밤의 끝자락을 가리키는 '새벽'이 제목에 들어간 데에는 의미가 있다.

일본의 차세대 거장이 남몰래 어디에선가 고통스러운 밤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 '새벽의 모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