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나와서 교수됐어요"...90년대 가요계 씹어먹던 센언니들의 놀라운 근황
학벌보다는 실력이 우선시 되는 요즘, 강단에 선 교수님들의 이력이 놀랍습니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대학의 온라인 사이트에는 교수 소개란에 학력사항은 아예 기재되지 않은 채 경력만 나열되어 있는데요. 엔터테인먼트 학부에서 전공실기 수업을 담당하는 해당 교수에게 학벌이나 학위보다는 실제 전공과 관련한 경력사항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겠지요.
실제로 실용음악과, 모델연기학과, 뮤지컬학과 등 방송 공연 관련 전공에서는 이론보다 중요한 실기와 현장 경험을 교육하기 위해 연예계 활동 경력이 있는 스타들이 강단에 서는 일이 잦습니다. 역시나 "연예인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던가요? 소식이 뜸하더니, 90년대 가요계 주름잡던 센 언니들의 '교수님'된 근황을 만나봅시다.
말투는 세지만 다정한 교수님
자자 유영
학력 대신 연예계 활동 이력을 명시한 교수님의 정체는 바로 90년대 왕성한 활동을 한 혼성그룹 자자의 메인보컬 유영입니다. 1996년 4인조 혼성그룹 자자로 데뷔한 유영은 76년생으로 수원여자전문대학교의 여성교육과에 재학 중이었습니다.
활동 당시 그룹 내 보컬 분량의 대부분을 소화한 메인보컬이자 그룹의 센터로 큰 인기를 끌었지요. 다만 1집 '버스안에서'의 대히트 이후 2집 활동이 흥행에 부진하면서 소속사의 부당한 대우를 못 이겨 그룹을 탈퇴했는데요. 이후 2008년 솔로 앨범을 발매하긴 했지만 방송에서 모습을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90년대 댄스가수 중 손꼽히는 가창력으로 유명한 유영은 2011년경부터 국제대학교 엔터테인먼트학부 K팝 전공 겸임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전공실기와 스튜디오보컬, 공연제작 등의 교과를 담당하는데, 지난 3월 예능프로 '슈가맨' 출연 당시에 직접 가르친 제자들이 함께 등장해 '버스안에서' 무대를 꾸미기도 했습니다. 해당 방송에서 제자들은 "똑바로 안해~"라고 소리치는 교수님의 말투를 따라 하기도 하며 평소 애정 어린 지도에 감사함을 표했습니다.
한편 유영은 지난 2016년 비연예인인 남편과 결혼해 현재 5년 차에 접어들기도 했는데요. 모임에서 만나 남편이 적극 대시한 덕분에 오랜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주부이자 교수님인 유영은 '슈가맨' 출연 이후 방송인으로도 복귀해 활발하게 활동 중입니다. 지난 5월에는 자자 멤버 조원상과 함께 새로운 음원 '우리, 함께'를 발매했고 최근에는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여전한 가창력을 뽐냈지요.
중저음 매력 전수
미스미스터 박경서
자자와 같은 해에 데뷔한 록밴드 미스미스터는 2인조 여성 록밴드입니다. 당시 중성적인 매력을 내세운 덕분에 실제로 "남자가 아니냐"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요. 특히 오해의 불씨가 된 것은 보컬 박경서의 매력적인 중저음 보이스 때문인데요. '널 위한 거야'라는 곡이 CF 음악으로 쓰이면서 큰 사랑을 받았고 2000년까지 두 차례 앨범을 더 내기도 했습니다.
이후 오랜 시간 방송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박경서는 2015년 '슈가맨'과 2017년 '복면가왕'을 통해 여전한 보컬 실력을 선보였습니다. 여전히 매력적인 중저음의 음색과 록 가수다운 폭풍성량이 돋보였지요.
현재 박경서는 폭발적인 보컬의 비법을 예비 가수들에게 전수하고 있습니다. 2006년부터 SBS방송아카데미 예술원의 대중가수과 강사로 꾸준히 활동하면서 각종 대학에 전공실기 과정에 출강 중인데요. 수원과학대학교 실용음악과와 서울문화예술대학교의 실용음악과 교수진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특강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목 아플 때 찾는다는 교수님
핑클 옥주현
전임교수는 아니지만 특강과 겸임교수로 많은 학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또 한 명의 인기 교수님이 있습니다. 이제는 뮤지컬 배우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리는 핑클의 메인보컬 옥주현인데요. 1998년 4인조 걸그룹 핑클로 데뷔한 옥주현은 활동 당시 고음을 포함해 곡 분량의 절반 가까이를 소화해냈고 90년대 걸그룹 보컬 가운데 최고로 꼽혔습니다.
솔로 활동 역시 폭풍 가창력으로 주목받았으나 옥주현의 진짜 전성기는 뮤지컬 무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05년 뮤지컬 '아이다'의 여주인공으로 데뷔해 한국 뮤지컬 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이후 이제는 '가수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지요. 워낙 뛰어난 발성 덕분에 뮤지컬 배우들 사이에서도 "목이 아프면 병원 말고 옥주현에게 가라"라는 말이 있기도 한데요. 평소 스스로 목 관리를 하고 발성연습하는 방식을 주변 배우들에게도 잘 설명해 준 덕분에 나온 말이라고 하네요.
실제로 옥주현의 보컬 강의는 뮤지컬 배우 지망생들에게 큰 인기입니다. 옥주현은 지난 2009년 동서울대학의 겸임교수로 출강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교수로 임명되었고, 2015년부터는 단국대 뮤지컬학과의 초빙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는데요. 단국대 출강 당시 워낙 많은 학생들이 추가 강의를 원해서 계획된 날짜 이외 시간에도 강의를 추가했고 심지어 청강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페이스북 라이브로 수업을 공개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로스쿨 1차 합격까지
진주
보통 대학교수는 전임교원과 비전임 교원으로 나뉘는데 시간강사, 겸임교수, 객원교수 등 비전임 교원은 시급으로 계약합니다. 사실 강단에 서는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비전임 교수로 고액의 연봉을 바란다기보다는 자신의 뒤를 이을 후배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한편 자신의 커리어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출강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반면 전문적 연구 실적을 쌓고 전임교수가 된 경우에는 고액의 연봉을 포함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교수님'의 대우를 받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가수 진주의 경우 가수 최초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전임교수로 재직 중인 교수님이기도 합니다. 앞서 박진영이 직접 발탁한 JYP 1호 가수 진주는 고등학교 1학년 나이였던 1997년 데뷔해 '난 괜찮아'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당시 진주는 고등학생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폭발적인 가창력 덕분에 한국의 자넷 잭슨으로 불렸고 연이어 발매한 '가니'와 '가지말라고'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았는데요.
하지만 2집 발매를 끝으로 JYP와 결별하고 새로운 소속사와 계약을 맺으면서 활동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계약 과정에서 분쟁이 생겨 소송을 준비하던 중 변호사가 돈만 받고 연락이 되지 않았고 진주는 직접 판례를 찾아보고 형사법과 형사소송법 등을 공부해서 변론 기일에 혼자 출석해야 했습니다. 소송은 7년이나 이어졌고 실어증과 탈모까지 겪으면서 홀로 법적 분쟁을 이어가던 진주는 소송 준비 중에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로스쿨 1차 시험에 합격하기도 했지요.
당시 진주는 새벽에 우유배달을 하고 오전에 법 공부, 오후에는 지방 행사를 뛰면서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시간강사로 일하면서 학위까지 취득했는데, 이화여자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의 석사와 상명대학교 대학원 뉴미디어음악학과 박사과정을 거쳐 현재는 정화예술대학교에서 전임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최근에는 예능프로 '내게ON트롯'을 통해 트로트 장르에도 도전하면서 여전한 보컬 실력을 자랑했는데요. 무대에 선 모습도 강단에 선 모습도 찰떡같이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프랑스어 가사 쓰더니 불문과 교수
비쥬 최다비
1998년 데뷔한 혼성 2인조 '비쥬'는 그룹명이 프랑스어로 보석을 뜻하는 단어인데다 히트곡 '누구보다 널 사랑해'의 가사에도 프랑스어 내레이션이 들어가 독특한 매력을 뽐냈습니다. 또 밝고 로맨틱한 곡의 분위기와 여자 보컬인 최다비의 맑은 음색이 잘 어우러져 '누구보다 널 사랑해'는 흥행에 크게 성공했지요.
사실 대중들이 사랑한 그룹 '비쥬'의 색깔은 최다비가 만든 것입니다. 작사, 작곡과 보컬까지 대부분을 최다비가 소화했기에 싱어송라이터로서 엄청난 능력을 발휘한 것인데요. 비쥬 3집 활동 이후 그룹에서 탈퇴해 솔로 가수로서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믹싱을 홀로 해내면서 홈레코딩 방식으로 앨범을 발매했지만 TV 출연을 하지 않는 바람에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요.
TV에서 모습을 감춘 최다비는 2010년 연세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학을 전공했고 2013년에는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음악 사회학' 분야를 연구해서 2018년 12월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는데요. 지난해부터는 숭실대 불어불문과의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 '프랑스 문학과 예술', '불문학 번역' 등의 강의를 맡고 있습니다.
한편 2011년 결혼해 10년 차 주부이기도 한 최다비는 가수로서 활동에는 더 이상 미련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2019년 jobsN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음악 활동에 대해 좋은 기억이 많지만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이 49곡이나 되는데도 "곡은 남자가 쓰고 여자는 보컬을 하겠지"라는 편견이나 음악적 내용보다는 귀여운 여가수의 이미지로만 소비된 데 대해 아쉬운 마음도 전했는데요. 앞으로도 연구자로서 좀 더 충실한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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