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바다 살릴수 있을까… 정부, “마지막까지 관리하겠다” 대책 발표 [취재후]
우리나라 바다에 버려지는 폐어구, 한 해 4만 톤이 넘습니다. 버려진 어구에 걸려 죽는 이른바 '유령어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연간 4천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KBS는 최근 <시사기획 창(죽음의 바당 2부작)>을 통해 바닷속 흉기로 변한 폐어구 실태를 연속 보도했습니다. 단순히 해양생물의 문제만이 아닌, 결국 인간을 향할 수 밖에 없는 폐어구의 위협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시사기획 창 다시 보기]
1. 죽음의 바당 1부 <숨>
[시사기획 창] 죽음의 바당 1부 ‘숨’ (2024.09.10)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56543
2. 죽음의 바당 2부 <덫>
[시사기획 창] 죽음의 바당 2부 ‘덫’ (2024.09.24)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66342
■ 해양수산부, 폐어구 예방 대책 발표
KBS 취재 이후, 정부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오늘(2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46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폐어구 발생 예방을 위한 어구순환관리 대책>을 보고했습니다.
해수부는 이 자리에서 어구가 만들어져 사용되고 버려질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폐어구 발생량을 줄이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닷속 폐어구를 수거하기 위한 구체적인 구상안도 내놨습니다.
■ 유실률 24.8%…4개 중 하나는 바닷속으로
우리나라 앞바다에서 조업하는 연근해 주요 업종의 연간 어구 사용량은 16만 9,000여 톤에 이릅니다. 유실률은 24.8%. 어구 4개 중 하나는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죠.
해수부는 먼저 유실률이 높은 자망과 통발, 안강망 어선의 어구 사용량을 비롯해, 폐어구의 반납과 처리 장소까지 세세하게 기록하는 어구관리기록부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해상에 불법 투기하거나 육상에 무단 방치되는 폐어구를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기록을 하지 않거나 허위 기재 등이 적발되면 과태료를 부과해 어구 책임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 잃어버린 어구 신고해야… '유실어구 신고제' 도입
세계 수산물 수출 강국인 노르웨이는 해양자원법을 통해 어구를 잃어버리면 신고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민이 직접 수거해야 하지만, 할 수 없다면 어디에서, 어떤 종류의 어구를, 얼마나 잃어버렸는지 등을 세세하게 신고해야 합니다.
가까운 바다에서 잃어버린 어구는 해안경비대나 봉사자들에 의해 수거되고, 먼바다는 전문 수거선을 띄워 침적 폐어구를 수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디에 어떤 어구가 버려져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해수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어구를 잃어버렸을 때 신고를 의무화하는 한국형 유실어구 신고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 통발 10개 이상, 그물 20m 이상 등 일정 기준을 정해 유실 어구 신고를 의무화하는 겁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바닷속 침적 폐어구를 효율적으로 수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불법 어구를 즉시 치울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합니다.
바다에 방치된 불법 어구는 소유주를 알 수 없어 곧바로 철거할 수 없었습니다. 행정대집행법 절차를 지켜야 해 수거하는데 두 달 넘게 걸리기 일쑤고, 이 과정에서 어구가 조류에 의해 바닷속으로 유실되는 악순환이 잇따랐습니다.
해수부는 행정대집행법상 특례를 마련해 불법 어구 즉시 철거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어구관리기록제와 유실 어구 신고제, 불법 어구 즉시 철거제는 수산업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해수부는 국회에 관련법 개정안을 넘긴 상태입니다.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우리나라 해상에서 발생한 부유물 감김 사고는 1,800여 건에 이릅니다. 다른 어선의 도움으로 구조돼 보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실제 사고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언급한 제도들이 시행되면 유령어업과 부유물 감김 사고 예방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감척 어선을 '수거선'으로
해수부는 지난 5년간 자망어선 301척과 통발어선 141척을 감척했습니다. 감척은 배를 줄이는 행위입니다. 어획량과 생산량 조절을 위한 이른바 어선 구조조정입니다.
해수부는 이 어선들을 폐어구 수거선으로 운영하고, 우리나라 배타적경제수역에 설치된 중국 불법 어구 수거 등에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2척을 시범 운영하고, 내년부터 3척을 도입해 폐어구를 상시 철거한다는 계획입니다.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9~2023년) 연근해 어장에서 수거한 폐어구는 3만 3,346톤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연안에서 수거한 양이 3만 2,646여 톤(97.9%), 근해는 700톤(2.1%)에 불과합니다. 그동안 먼 바다에 방치된 폐어구 수거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수거 전용선이 운영될 경우 큰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세계 최초로 시행하는 어구보증금제도 활성화합니다. 어구보증금제는 어민이 어구를 살 때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내고, 사용한 어구를 지정된 장소로 가져오면 돌려받는 제도입니다. 현재 통발에만 적용되고 있는데, 2026년까지 자망과 양식장 부표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해수부는 통발 어구를 반환하는 어업인에게 보증금 외에 일정 규모의 포인트(1개당 700원~1,300만 원)를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예산은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활용합니다.
또 어구보증금제에 참여하는 어업인에게 수산공익직불제와 어촌신활력사업 등에 가점을 주며 참여를 높이기로 했습니다. 더 나아가 폐어구를 보관하고 수거하는 집하장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전국에 874개(육상 133개, 해상 741개)의 해양폐기물 집하장과 지자체에서 지정한 어구보증금제 회수관리장소(181곳)가 있습니다. 정부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폐어구를 자동으로 압축·보관·반납·처리할 수 있는 무인반납기를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내년부터 사천과 목포, 포항 3곳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갑니다.
■ 수거 정책도 좋지만 '발생량' 줄여야
해수부는 이번 대책 발표에서 해마다 3만 8,000만 톤의 폐어구가 발생하고, 이 가운데 3만 3,000톤이 수거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칫 많은 양의 침적 폐어구가 수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해안가에서 수거된 그물 등을 포함한 수치입니다.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해상에서 해마다 발생하는 폐어구는 3만 8,000~4만4,000여 톤으로 추산되고, 수거량은 절반 안팎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일부 해상에서의 표본조사와 통계 수치를 통해 계산된 '추정치'에 불과합니다. 지금도 바닷속 어딘가에 많은 양의 폐어구가 쌓이고 있는 겁니다.
유엔환경계획 자료에 따르면, 폐어구와 해양쓰레기 등으로 10만 마리 이상의 해양 동물과 100만 마리 이상의 야생 조류가 다치거나 폐사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도 바다거북과 남방큰돌고래 등 해양보호생물이 폐어구에 걸려 죽거나 다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해녀가 폐어구가 걸릴까 두려움에 떨며 목숨 건 조업에 나서고, 운항 중인 선박의 스크루가 폐어구가 감겨 전복되거나 침몰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수거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버려지는 양을 줄이지 못하면 피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번 취재의 결론입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폐어구 관리 정책의 성공 여부는 어업인이 책임감을 갖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데 달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번 대책을 통해 폐어구 발생량을 대폭 줄이고, 해양생태계 보호와 수산업이 지속 가능하도록 대책을 직접 하나하나 챙기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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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 기자 (m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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