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과 석 달 만에 마주 앉은 한동훈, 무슨 얘기했나 보니

김훈남 기자, 한정수 기자, 박상곤 기자 2024. 10. 2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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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0.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드디어 마주 앉았다. 두 사람이 현안 논의를 위해 직접 만난 것은 지난 7월말 대표 취임 직후 당 지도부 구성 문제로 비공개 회동을 한 이후 약 3개월만이다.

같은 '특수통' 검사 출신에 20년 넘은 인연을 자랑하는 두 사람인 만큼 당정의 화합을 만들어낼 것이란 당초 기대와 달리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이 성사되기까지 수차례 불편한 기류가 형성됐다. 두 사람 모두 이번 면담을 통해 그동안 극단으로 향했던 당정 갈등을 수습하는 동시에 김건희 여사 논란과 의료개혁 등 정국의 해법을 모색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이날 오후 4시50분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정진석 비서실장 배석 아래 1시간20여분 동안 산책과 차담회 형식의 면담을 가졌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은 면담 종료 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동훈 대표는 오늘 회동에서 나빠지고 있는 민심과 여론 상황, 이에 따른 과감한 변화와 쇄신 필요성을 말했다"며 "김건희 여사 이슈 해소와 관련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대외활동 중단, 의혹사항 설명 및 해소 그리고 특별감찰관 임명 진행 필요성, 여야의정(여당·야당·의료계·정부) 협의체의 조속한 출범 필요성을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 대표는 우리 정부의 개혁정책,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지지하고 당이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점을 말했다"며 "개혁 추진 동력을 위해서라도 부담되는 이슈는 선제적으로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고물가·고금리등 민생 정책 있어서 당정대 협력 강화 필요성에 대한 건의도 했다고 박 실장은 전했다.

한동훈 대표는 지난달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한 이후 그 배경으로 '민심'을 들었다. 한 대표는 수차례 "당 대표는 민심을 전하는 자리"라며 대통령과의 긴밀한 소통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취임 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국정 지지율의 원인을 여당의 시각에서 전달하고 정부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이유다. 특히 한 대표는 의대 증원에 대한 당정 간 시각차를 낸 이후 쌓여왔던 현안에 대해 최대한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일례로 2000명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료계 갈등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대통령실과 한동훈 대표는 차이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2030년 의사 1만명 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선 매년 2000명 증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의대 증원에 '강공'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의료개혁의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추석 연휴를 포함해 응급실 현장점검, 의료계 관계자와 개별 만남을 이어오면서 '당근'을 제시해왔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한 대표는 직접 판단한 의료계와 현장의 민심을 전달하고 강경한 정부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동훈 대표가 제안했던 여야의정협의체를 제대로 가동시키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사안별 의혹을 부인하는 반면 한 대표는 국민에게 보여지는 변화를 요구 중이다. 이미 두차례 '김건희 특검법'을 막아냈지만 명태균씨 의혹 등 새로운 논란이 더해지면서 여당 내부에서도 김건희 여사 옹호에 한계가 왔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친한계(친한동훈계) 일각에서는 한동훈 대표가 앞서 공개했던 △김건희 여사 공개활동 자제 △의혹규명에 협조 △대통령실 인적 쇄신 등 3대 요구를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 김건희 특검법 방어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대표는 김 여사 논란과 의료개혁 등 현안에 대한 당내·외 여론을 지렛대 삼아 윤 대통령의 입장변화를 끌어내고 당 대표의 입지를 다지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10·16 재보궐선거에서 선방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이후 대통령과의 면담을 계기로 여권의 변화와 지지도 상승을 꾀한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번 면담을 통해 대통령실에 집중됐던 김 여사 리스크를 당과 나누고 그동안 쌓여온 '불통' 이미지를 씻고 지지율을 반등 시키는 계기로 삼을지 관심이 모인다.

여당의 한 다선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한동훈 대표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적은 없다"며 "그동안 문제가 됐던 것은 민심을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초 한 대표에게 기대했던 것이 윤 대통령과의 케미(화학적 결합)인데 자꾸 언론 등에 (독대 요구 등이) 보도되면서 잡음을 낸 것"이라며 "이번 면담을 계기로 서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에서 앞서 김건희 특검법 수용과 함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에 대한 '세 김여사 특검법'을 제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당 내 친윤계(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김민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김건희 여사뿐만 아니라 세 김 여사에 대한 특검을 요청하길 바란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 경우 알다시피 지금 재판받고 있는 것은 (의혹의) 200분의 1도 되지 않는 부분이고 김정숙 여사도"타지마할에 가는데 3억원 이상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동훈 대표는 면담을 위해 출발하기 전 "(김 최고위원이) 원래 개인 의견이 많으시다"고 선을 그었다.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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