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자율주행 경쟁, 다시 불붙다
완성차 업계의 자율주행 시장 주도권 경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그동안 일부 기업만 상용화를 향해 속도를 내던 흐름에서 벗어나, 최근 현대자동차와 테슬라가 각각 미국과 한국에서 본격적인 기술 검증과 출시 절차에 돌입하면서 전 세계 완성차 업계가 다시 자율주행 전쟁의 중심으로 끌려 들어오는 모습이다.
특히 전기차 보급률이 빠르게 올라가는 가운데 자율주행 기능이 차별화 요소로 떠오르면서,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브랜드 경쟁력 자체를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웨이모 6세대 기술 탑재한 아이오닉5, 미국 도로에서 시동
현대차는 최근 웨이모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아이오닉5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을 미국 실제 도로에 투입했다. 이번 테스트에 적용된 ‘웨이모 드라이버(Waymo Driver) 6세대’는 기존 대비 라이다·카메라 등 센서 수를 줄여 시스템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감지 거리, 인식 능력, 악천후 대응 성능을 강화한 최신 버전이다.
외부 소리를 분석하는 EAR 시스템도 개선돼 사이렌·경적·도로 환경음을 보다 정교하게 분별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아이오닉5는 웨이모의 플릿(Fleet)에 정식 합류했으며, 본격적인 로보택시 운영을 위한 실증 검증 단계에 들어갔다. 생산은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이뤄지며, 이는 현대차가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제조 기반을 강화하는 전략의 핵심 축이기도 하다.

현대차·웨이모 협력, 글로벌 로보택시 시장의 새로운 변수
현대차와 웨이모의 협업은 전기차·자율주행 융합 시장의 구조를 흔드는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웨이모는 미국에서 자율주행 수준 4~5에 가장 근접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미 피닉스·샌프란시스코 등에서 로보택시 상용 운영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의 전기차 플랫폼 E-GMP 기반 아이오닉5가 결합되면서, 기술 안정성과 대량 생산 능력 두 가지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더 많은 고객에게 자율주행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파트너십의 이정표”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단순한 테스트 단계가 아닌 실제 비즈니스로 연결할 수 있는 체계가 완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테슬라, 한국에 FSD 상륙 예고…국내 시장도 큰 변화
반면 테슬라는 한국 시장을 향해 강도 높은 행보를 시작했다. 테슬라코리아는 공식 X 계정을 통해 완전자율주행(FSD) 감독형 기능을 국내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국내에서 테슬라의 FSD 도입이 공식화된 첫 번째 사례다.
다만 하드웨어 버전 4.0 이상, 차대번호 조건 충족 등 제한 사항이 존재하며 구체적 출시 시점은 아직 미정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실제 한국 시장에서 FSD 서비스를 열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것만으로도 완성차·IT업계 모두에 강력한 압박을 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테슬라는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전기차 부문의 절대적인 강자로 자리 잡고 있으며, 10월 모델 Y는 수입차 전체 월간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영향력을 기반으로 FSD까지 결합한다면 국내 전기차 시장의 소비 기준을 크게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한국 시장, 전기차·자율주행의 격전지로 변모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10월 신규 등록된 수입차 2만4064대 중 전기차는 6922대로, 전체의 28.8%를 차지했다. 이미 수입차 구매 소비자 3명 중 1명은 전기차를 구매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전기차 판매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자율주행 기능은 소비자 선택의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테슬라가 한국 시장을 ‘FSD 시험 무대’로 설정하고, 현대차는 ‘웨이모와의 기술 검증’을 통한 기술 우위 공고화에 나서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이 동시에 상륙하는 테스트베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는 향후 한국의 도로 인프라 및 관련 규제 변화 속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자율주행 상용화, 전기차 판도를 다시 흔들 분수령
전문가들은 이번 현대차·테슬라의 움직임을 자율주행 기술 경쟁의 본격적인 2막이 열리는 신호로 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은 이미 가격 경쟁, 배터리 경쟁을 넘어 ‘소프트웨어·자율주행 경쟁’ 중심으로 재편 중이다. 각국의 규제 정책, 지도 데이터 확보, 인공지능 주행 학습 수준, 도로 인프라 지원 등이 결합되며 기업 간 기술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자율주행 상용화는 전기차 시장의 향후 판도를 뒤흔들 분수령이 될 것이며, 완성차 기업들은 더 이상 단순한 제조사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모빌리티 기술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현대차와 테슬라의 이번 행보는 이러한 산업 변화가 이미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