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주택을 수직으로 올린 발상
중국 쓰촨성 청두 일대에서 등장한 신축 아파트 단지들이 국내외 건축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외형만 보면 전통적인 아파트지만, 내부 구조는 마치 단독주택을 층층이 쌓아 올린 듯한 독창적 형태다. 각 세대는 전용 대형 테라스를 품고 있으며, 그 앞을 보행로가 지나가는 독특한 구조로 설계됐다. “아파트 안에 마당이 있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기존 고밀도 아파트와는 전혀 다른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실험적 건축 모델로 주목되고 있다.

수직 마당과 스카이가든의 결합
이 새로운 형태는 ‘버티컬 코트야드(수직적 마당)’와 ‘스카이가든’ 개념이 결합된 변형 구조다. 세대별 테라스를 일종의 중정(코트야드)으로 활용하여 채광과 환기를 극대화하고 외벽에는 녹지를 배치해 입주민이 자연과 상시 접할 수 있게 설계됐다. 특히 복층 구조를 적용해 아래층은 전형적인 주거 공간으로, 위층은 반야외 성격의 개방형 테라스로 활용하도록 유도했다. 이는 좁은 면적에서도 단독주택에 가까운 생활권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으로 평가된다.

이웃과 연결되는 보행 네트워크
이 아파트의 또 다른 특징은 세대 앞을 가로지르는 보행자 동선이다. 각 가구의 테라스 앞을 사람들이 오가도록 설계해 이웃 간 자연스러운 만남과 교류를 가능하게 한다. 건축가들은 이를 통해 기존 고층 아파트의 폐쇄적이고 단절된 공간 구조를 개선하고 공동체성을 복원하려 했다. 입주민은 집 앞의 녹지 보행로를 마치 마당처럼 활용하면서도, 공용 공간을 통해 다른 주민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시스템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현대 도시에서 점점 약화되어가는 ‘이웃 관계’를 되살리려는 건축적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프라이버시와 소음 문제의 그림자
하지만 장점이 부각되는 만큼 한계도 뚜렷하다. 가장 큰 문제는 사생활 침해다. 테라스 바로 앞을 보행자들이 통과하기 때문에 거주자의 일상이 외부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생활 방식이 혼재될 경우 소음과 쓰레기 문제, 보안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단순히 설계 차원을 넘어, 운영·관리 단계에서 효과적인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다면 공동체 공간이 곧 분쟁의 발화점이 될 수도 있다. 프라이버시 필터링 장치, 보행로와 개인 공간의 구체적 경계 설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리와 유지비의 새로운 과제
이 같은 복잡한 설계 구조는 유지관리 효율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외벽 녹지, 개별 테라스, 공유 보행로 등이 합쳐진 형태는 전통 아파트보다 관리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장마철 배수, 높이 쌓인 구조의 안전성, 초고층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바람 피해까지 고려해야 한다. 초기에는 혁신적 주거 모델로 각광받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관리 비용과 안전 문제가 적절히 해결되지 않으면 도시 주거 모델로 확산되기 어렵다. 따라서 유지관리 체계의 안정성과 비용 부담 분산이 실현 가능성의 핵심 키워드로 꼽힌다.

혁신을 맞이하되 균형을 잡아가자
중국이 선보인 이 ‘단독주택형 아파트’는 고밀도 도시 환경에서 인간적 규모의 생활감을 되살리기 위한 실험적 도전이다. 단절된 고층 아파트의 한계를 넘어, 집 안에 마당과 이웃을 동시에 끌어들이겠다는 발상 자체는 혁신적이다. 그러나 사생활 침해와 관리 부담 같은 현실적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보급의 관건이다. 도시 주거의 미래는 단순히 집을 쌓는 방식이 아니라, 기술 혁신과 인간적 생활 사이의 균형을 찾아내는 데 달려 있다. 새로운 건축 실험을 기회로 삼아, 더 따뜻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 주거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