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대에서 시작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20년을 쉼 없이 달려온 한 배우가 있습니다.
찰진 대사, 깊은 눈빛, 거침없는 애드리브로 웃음을 주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을 울리는 페이소스로 울컥하게 하는 배우 조정석입니다.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한 조정석은 데뷔 20주년을 맞아, 자신의 지난 시간을 담담하게 꺼냈는데요.
그는 인터뷰 도중 “스무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내가 가장이 돼야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세상에 자신을 맡기기도 전에, 그는 누군가를 지켜야 하는 자리에서 삶을 시작해야 했던 겁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그의 어린 시절 가정형편이 굉장히 어려웠다는 점인데요.
생계곤란으로 병역도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을 정도였죠.
아버지를 여읜 뒤, 그는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학교 급식 보조, 건설 현장 노동,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습니다.
그의 삶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기는 20대 초반이었습니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장 아끼던 조카마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데뷔를 3개월 앞두고 찾아온 감당할 수 없는 이별. 그때의 충격은 조정석을 한동안 세상과 단절시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언젠가 너무 힘들어서 가출을 했고, 그의 어머니가 길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아들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는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그렇게 무너졌던 시간 속에서 그는 결국 다시 일어났습니다.
“무서워서 죽지 못했다”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시간이 약이더라. 시간이 지나니까 내가 이겨내고 있더라”
그 후 조정석은 “7년 동안 공연하면서 고스란히 쉰 날이 딱 보름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누구보다 치열하게 연기를 했습니다.

뮤지컬 무대에서 ‘뮤지컬계 아이돌’로 불리며 이름을 알렸고, 드라마 더킹 투하츠의 ‘은시경’,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뜩이’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 '오 나의 귀신님', 그리고 인생작이라 불리는 '슬기로운 의사생활'까지… 그가 맡은 캐릭터는 언제나 다채롭고 살아 있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삶의 무게를 알기에 감정을 깊이 있게 그려내는 배우 조정석이 있었죠,

조정석은 “내가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나” 스스로 묻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유는 하나였을지도 모릅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이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조정석이 꺼낸 담담한 고백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커다란 위로입니다.
때로는 시간이, 그 어떤 말보다 큰 힘이 되기도 한다는 걸 그가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니까 내가 이겨내고 있더라.”
이 말이,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는 누군가에게 작은 빛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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