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연 비만이 맞을까? “BMI를 마냥 믿지마!”
인간의 건강, 단순한 숫자 계산으로는 확신할 수 없다
당신의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이하 BMI)는 몇인가? 보통 이렇게 질문하면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BMI 측정을 해본 적이 없을 리는 없다. 1~2년마다 하게 되는 국가 차원의 건강검진만 하더라도 BMI 측정을 하게 되니까.
즉, 대부분 사람들은 BMI가 무엇인지 안다. 건강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계산하는지도 안다. 하지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겉으로는 건강해보이는 사람도 실제 남들이 보는 앞에서 체중계에 올라가는 건 아무래도 꺼려지는 이유와 비슷하다.
BMI는 과체중이나 비만 여부, 혹은 비만일 경우 그 단계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지표로 널리 사용된다. 계산법은 심플하다. 체중(kg) ÷ 키(m)2이다. 어떤 이는 키에서 100을 빼고 0.9를 곱한 값을 쓴다고 알고 있기도 하지만, 이는 정확한 계산법이 아니다. 공식적인 계산법은 키를 미터(m) 단위로 표기해 제곱을 하는 것이 맞다.
BMI, 언제부터 사용됐나?
계산법이 단순한만큼 BMI는 실제로도 널리 활용된다. 별다른 장비나 도구 없이도 건강검진에서 얻은 수치만 가지고도 산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BMI는 대체 언제 만들어져서 언제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걸까? 그 기원은 1895년 미국 보험업계에서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서 1990년대 세계보건기구에서 비만 여부를 진단할 때 BMI를 공식 활용하기 시작했다.
‘공신력’의 힘이란 위대하다.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럴진대 예전에는 더하지 않았을까. 게다가 그 시절에는 당연히 지금에 비하면 인체나 의료에 대한 연구도 부족했다. 충분한 지식이 없는 상황에 무려 ‘세계보건기구’가 공식적으로 사용했다는데 더 의심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BMI는 일선 현장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꾸준히 이어지는 지적…
BMI의 한계는?
BMI의 장점은 간편하다는 것이다. 키와 몸무게만 잴 수 있으면 다른 장비나 도구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현대의 시선으로, 현대의 지식 수준으로 바라보자. 키와 몸무게만으로 비만을 진단한다면 쉬이 납득할 수 있을까? 글쎄,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일반인의 눈으로 봐도 그런데, 전문가들 눈에는 오죽할까. 실제로 이미 한참 전부터 BMI의 한계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있어왔다. 실제로 체중이 많이 나간다고 해서 무조건 비만인 것도 아니며, 정상 체중이더라도 비만으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다.
과체중이나 비만의 본질은 체성분이다. 체지방량이 기준치 이하인지, 근육량이 충분히 있는지 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체중계에 올라갔을 때 나오는 숫자는 글자 그대로 몸 전체의 ‘무게’일 뿐, 어느 부위에 어떤 성분이 얼마나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이것이 바로 BMI의 한계다.
그럼에도 계속 사용되는 이유는?
BMI는 몸무게만 가지고 측정한다는 점에서 맹점이 훤히 드러난다. 특히 건강에 있어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근육량'은 BMI에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근육량이 많은 전문 운동선수가 BMI 수치상으로는 비만으로 분류되는 경우도 흔하다.
그 뚜렷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BMI는 여전히 널리 쓰인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BMI를 가지고 성공 여부를 따지기도 한다. 다소 저항은 있을지라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왜일까? 완벽하지는 않을지라도, 꽤나 높은 비만 진단 적중률을 때문일 것이다. 최근의 사례를 이용해 비유하자면 ‘코로나19 간이 검사키트’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할까. 초기 비만 선별을 위한 도구로는 아직 쓸모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BMI는 실제로 체지방량과 상관관계가 높다. BMI상 비만으로 분류된 사람의 체지방량을 측정해보면 기준치 이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BMI가 높아짐에 따라 비만과 관련된 각종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게 나타났으며, BMI와 사망률 사이에도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MI,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냉정하게 말하자면,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BMI는 퇴출되지 않을 듯하다. 전문가들도 BMI의 한계를 지적하기는 하지만, 구태여 이를 완전히 배제하려 하기보다는 ‘보완’할 방법을 찾는 쪽으로 주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즉, BMI로 기본적인 측정을 계속하되, 필요할 경우 정확성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측정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반인 시각에서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체성분 검사’다. 체성분 검사라 하면 아마 ‘인바디(InBody)’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는 특정 브랜드를 가리키는 것으로 정확한 용어가 아니며, 정식 명칭은 BIA(Bioelectrical Impedance Analysis, 생체전기 온저항 분석)이다.
본래 근육은 전류가 잘 흐르고, 지방은 잘 흐르지 않는다. 이 원리를 이용해 체중에 비해 흐르는 전류량이 많은지 적은지에 따라 체성분을 간접 추정하는 방식이다.
피트니스 센터 등에서 BIA 측정을 해본 사람이라면, ‘제지방량’이라는 용어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체중에서 지방을 제외한 나머지 무게’라는 뜻으로, 엄밀히 따지면 근육과 뼈, 혈액 등이 모두 포함되는 무게다. 뼈나 혈액은 어느 정도 그 양과 무게를 추정할 수 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근육량을 측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당연히 이 또한 정확하지는 않다. 검사에 사용되는 전류는 안전성을 위해 아주 미세한 수준으로 사용되는데, 애당초 우리 몸의 전기저항이라는 게 항상 일정하지 않다. 매우 미세한 전류에 들쭉날쭉하는 저항 값이라면 결과에 대한 신빙성은 그리 높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핵심은 ‘보완’이다. 앞서 말한 BMI 수치와 BIA 측정 결과를 함께 놓고 본다면 어떨까? 조금이라도 더 사실에 가까운 진단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식의 보완을 통해 정확성을 높여나가는 방식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이다.
방법이야 많지만…
BIA 측정은 우리 주위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례를 든 것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체성분 구성과 양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방법은 이미 여러 가지가 있다. 원리로만 따지자면 MRI로도 체성분 측정이 가능하며, BMI보다 더 오래 전에 고안된 방법이긴 하지만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를 기초로 한 수중체밀도법도 있다.
전문가 시각에서 가장 정확한 측정법은 아무래도 ‘이중에너지 X-ray 흡수법’(Dual Energy X-ray Absorptiometry, 이하 DEXA)일 것이다. 본래 골밀도 검사에 쓰이는 장비지만, 여기에 더해 체지방량과 근육량도 측정할 수 있다.
정확도 면에서는 DEXA가 최선의 대안처럼 보이지만, DEXA는 측정 장비 자체가 매우 고가이기 때문에 일선 현장에 널리 보급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X선을 활용하는 장비이기 때문에 대상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사용이 제한될 수도 있다.
2023년 6월 미국의학협회(AMA)에서는 “BMI에만 의존해 비만을 진단하지 말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세계적인 트렌드를 봤을 때, BMI에 대한 시각이 이미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간단하다. BMI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좌절하지 말고, BMI 수치가 낮다고 해서 마냥 안심하지 않는 것.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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