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여제' 안세영(24·삼성생명)이 중국 닝보에서 다시 한번 세계 최강의 위용을 과시하며 '그랜드슬램'을 향한 가파른 질주를 이어갔습니다. 9일(한국시간) 중국 닝보 올림픽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시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16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베트남의 응우옌 투이 린(세계 21위)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2-0(21-7, 21-6)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전날 32강전에서 여지아민을 40분 만에 제압한 데 이어, 이날은 단 30분 만에 경기를 매듭지었습니다. 두 게임을 통틀어 상대에게 허용한 점수가 단 13점에 불과할 정도로 안세영의 경기력은 빈틈이 없었습니다. 이번 승리는 안세영이 왜 현재 여자 배드민턴의 절대적인 지배자인지를 대륙 한복판에서 다시 한번 각인시킨 압도적인 무력시위였습니다.
경기는 시작부터 안세영의 일방적인 페이스로 흘러갔습니다. 1세트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붙인 안세영은 순식간에 점수 차를 벌리며 11-4로 인터벌을 맞이했습니다. 이후에도 상대를 코트 구석구석으로 몰아넣으며 범실을 유도했고, 14-6 상황에서는 내리 6포인트를 획득하며 여유롭게 첫 게임을 따냈습니다.

2세트 역시 흐름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세트 초반 응우옌이 나름의 저력을 보이며 랠리를 이어가려 했으나 안세영의 변칙적인 플레이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안세영은 12-6 상황에서 단 한 점의 추가 실점도 없이 홀로 9득점을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하며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공격 방향을 급격하게 바꾸는 정교한 스트로크와 철벽 수비는 세계 21위 선수를 동호인 수준으로 보이게 만들 만큼 강력했습니다.

이번 대회는 안세영의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안세영은 이미 2023 세계선수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4 파리 올림픽을 모두 제패하며 메이저 3관왕에 올랐습니다. 이제 배드민턴 4대 메이저 중 유일하게 우승하지 못한 '아시아선수권' 타이틀만 추가하면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여자 단식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됩니다.
그동안 아시아선수권은 안세영에게 유독 가혹했습니다. 2022년 동메달, 2023년 은메달에 그쳤고, 2024년에는 8강에서 고배를 마셨으며, 지난해에는 허벅지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유독 인연이 없던 대회였지만, 이번 닝보 대회에서는 초반부터 무결점 경기력을 선보이며 징크스 타파에 나섰습니다.

대진운과 주변 상황도 안세영의 그랜드슬램 달성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안세영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자 통산 전적에서 까다로운 상대였던 중국의 천위페이(세계 3위)가 대회 직전 부상을 이유로 기권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난 3월 전영오픈 결승에서 안세영의 36연승 행진을 저지했던 왕즈이(중국·세계 2위)와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세계 4위) 등 강적들이 대진표상 반대편 섹션에 속해 있어 결승전 전까지는 만나지 않습니다.
안세영이 지금의 안정감을 유지한다면 한국 선수로는 2014년 성지현 이후 12년 만에 이 대회 여자 단식 챔피언에 등극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8강에 안착한 안세영은 이제 미야자키 도모카(일본)와 우나티 후다(인도) 경기의 승자와 준결승 진출을 다툽니다.
Copyright © 구독과 좋아요는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