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매각 절차 끝에 만난 회복의 길 [시크한 분석: 태영건설]
올해 초 위기 맞은 태영건설
3월에는 주식 거래도 중지
재무제표 재감사에 적정 의견
1조6000억원 자구안도 실행
올해 안에 주식 거래 재개 될까
부동산 시장의 냉각은 중견 건설사도 흔들었다. 대표적인 곳은 태영건설이다. 부채가 대폭 늘어났던 태영건설은 올 1월 PF 만기 등의 이유로 워크아웃에 돌입한 데 이어 3월 중순엔 주식거래마저 정지됐다. 이런 태영건설이 위기의 늪에서 조금씩 발을 빼내고 있다.
태영건설은 회복의 길로 들어섰을까. 태영건설이 주식거래를 재개하기 위한 단계를 밟고 있다. 2023년 자본 총계(자산-부채) -5619억원으로 자본잠식에 빠졌던 태영건설은 주식거래 재개에 청신호를 울릴 만한 지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태영건설의 2023년 재무제표를 재감사한 외부감사인은 '적정 의견'과 함께 자본잠식의 해소를 입증하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안에 주식거래 적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럼 태영건설은 위기의 늪에서 얼마만큼 빠져나온 걸까. 답을 찾으려면 태영건설이 지난 5월 30일 내놓은 기업개선계획을 살펴봐야 한다. 태영건설은 이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티와이홀딩스 등 대주주 지분은 100대 1, 기타 주주는 2대 1로 감자 금융채권자의 무담보 대출금 50% 출자 전환 TY홀딩스 워크아웃 이전 대여금 전액 출자전환 등을 담은 기업개선계획 이행약정(MOU)을 체결했다.
그 이전인 1월에도 1조6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회사 자산을 팔아 빚을 갚겠다는 거였는데, 핵심은 다음과 같았다. 태영건설 지주사 티와이홀딩스가 소유한 종합환경기업 에코비트 매각, 계열사 블루원이 보유한 골프장 매각,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평택싸이로(시설관리업체) 지분 처분….
태영건설은 일부 약속을 지켰다.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해 얻은 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에코비트 매각대금 2조700억원 중 일부도 태영건설에 넣기로 했다. 블루원 소유 골프장 두곳 중 1곳을 팔아 1317억원을 확보했다. 평택싸이로 지분을 처분해 600억원을 추가로 마련했다.
자산만 판 것도 아니다. 사업성이 없는 사업장에선 발을 뺐다. 지난 5월 1930억원 규모의 세운상가 5-1ㆍ5-3 구역 시공권을 포기한 건 대표적 사례다. 이런 방식으로 태영건설은 앞서 언급했듯 올 2분기 자본잠식을 해소하는 데 성공했다(자본 총계 5306억원).
재무는 더 좋아질 공산이 크다.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사옥(태영빌딩)을 2251억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남아 있는 골프장 중 1곳인 루나엑스는 1500억여원에 팔리길 기대하고 있다.
태영건설이 보유한 경기도 광명의 오피스 건물(반기보고서 기준 2235억원)과 토지(902억원)가 계획대로 팔리면 3000억여원을 확보할 수 있다. 광명 역세권에 있는 테이크호텔의 매각가 역시 1000억여원에 이른다. 매각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는 거다.
다만, 시장이 태영건설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알 수 없다. 시장의 판단은 주식거래 재개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2023년 재무제표를 재감사해 적정 의견을 받았기 때문에 기업의 존속 가능성을 둘러싼 의문은 사라졌다"며 "최대한 빠르게 주식 거래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기간은 2025년 4월까지다. 태영건설은 정상화 궤도에 예상보다 일찍 올라탈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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