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인터뷰] 전라도 토박이지만 '일베 12년차'···“왜 피해 의식을 호소하죠?”

최류빈 2026. 7. 1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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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향한 혐오, 일상에 스민 낙인
13일 광주서 '정치글정게로(26·닉네임)'씨 인터뷰
일베는 그저 밈과 놀이 문화, 전라도 출신 "쪽팔려"
5·18 숭고화·성역화에 질려…자성 없는 전라도 싫어
지난 13일 저녁 광주 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12년차 일베 유저 ‘정치글정게로2(26·닉네임)’ 씨가 자신이 여태 일베에 남긴 댓글들을 보여주고 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기자님, 명곡 ‘MC무현 리믹스’ 들어보셨어요? 매일 들으며 춤을 췄죠. 재밌잖아요.”

지난 13일 오후 7시 30분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의 한 카페.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인터뷰를 위해 조용한 구석에 미리 자리잡고 앉았다. 한참 무료해 질 무렵, 검은 마스크를 쓴 20대 청년이 두리번거리며 눈인사를 해왔다.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유저로 유명한 ‘정치글정게로2(26·닉네임)’다. 악수를 마치자마자 대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합성음악 이야기부터 꺼냈다. “혐오이자 모욕 아니냐”는 물음에는 “아동 포르노 같은 범죄가 아닌데 왜 못 즐기냐”고 되받아친다.

최근 불거진 스타벅스 탱크데이·배재고 야구부 5·18 혐오 응원을 두고도 “전라도 혐오는 그저 놀이 문화인데 왜 피해의식을 호소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전라도 토박이지만 중학교 1학년 때 일베를 처음 접한 뒤 12년간 사용해 온 계정만 5개. 악성 댓글 탓에 정지를 수없이 당해서다. 그는 일베를 ‘배설소’라고 했다. 그러면서 매일 한 두 시간씩 접속해 5·18을 ‘폭동’이라 지칭한다. 다음은 정치글정게로2 와의 일문일답.

-광주 토박이지만 전라도 출신이라는 사실이 “쪽팔린다”고 했다.

▲고향을 묻는 질문에 망설이게 되면서부터다. 서울 사람은 서울, 경기 사람은 경기라 답하는데 유독 전라도 사람은 “고향을 왜 묻느냐”고 반문하지 않나. 전라도 출신이라는 게 솔직히 쪽팔린다. 전라도가 갖고 있는 이미지 탓이다. 인터넷에서는 전라도를 민주당 계열 정당에 몰표를 주는 지역, 5·18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지역, 피해 의식이 강한 지역으로 묘사된다. 그런 표현을 오래 접했고 강하게 공감이 간다. 물론 나도 26년 광주·전남에서 나고자란 ‘전라도 토박이’다. 초·중·고교를 모두 지역에서 나왔다. 광주의 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있다. 부모님 모두 이쪽(전남광주)이지만 내가 전라도 사람이라는 정체성 자체도 희미하고 쪽팔린다.

-일베를 처음 접한 계기는.

▲광주사람으로서 5·18을 옹호하기 위해서였다. 중학생 시절 네이버 지식인에 “일베에서 5·18을 폭동이라고 하는데 무슨 근거로 그러느냐”는 취지의 글을 썼다. 개인 블로그에는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지만원 씨를 음모론자라고 비판하는 글을 너무 많이 써서 네이버에서 제재를 당했을 정도다. 그런데 누리꾼들의 반박과 조롱, 멸시가 쏟아졌다. 내가 틀렸다는 말을 계속 들으니 ‘저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일베의 주장을 반박하려고 들어갔다가 게시물을 계속 보게 됐고 강하게 동화된 게 12년째다. 이후 ‘~노’ 라는 종결어미를 써가며 ‘이재명 대통령’, ‘12·3 계엄’, ‘전남·광주 통합’, ‘부정선거’ 등 다양한 게시물에 수많은 댓글을 달았다. “나는 경상도 사람”이라며 거짓 댓글을 달았던 경우도 부지기수다. 고등학생 때 오카리나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연주하던 내가 일베에 빠져들 지는 몰랐다.

-언제부터 일베의 주장에 동조하기 시작했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부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보수 정권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민주 진영 대통령은 비판하면 안 될 것처럼 언론과 교육계에서 대했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혐오스러웠다. 문재인 전 대통령 집권 이후, 반감은 더 커졌는데 남녀 갈등과 민주당의 내로남불식 태도가 영향을 준 것 같다. 학창시절에는 나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쥐박이’라거나, ‘이명박근혜(이명박·박근혜)’라 멸칭하기도 했다.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다. 반면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밈(meme)으로 표현하면 여론의 뭇매가 쏟아졌다. 전라도에서는 마치 ‘성역’을 침범한 것처럼 반응했다.

-고향인 전라도를 비하하는 공간인데도 몰입한 원인이 있나.

▲전남·광주를 욕하거나 ‘5·18을 폭동’이라고 하는 글을 보면 어릴 적엔 고향이라는 이유에서 마음 아팠다. 하지만 진보 진영의 ‘선택적 분노’를 보면서 되레 일베의 논리에 마음이 기울었다. 일베는 다른 곳에서 하기 어려운 말을 거리낌없이 했고, 그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광주를 욕하는 표현이 나올 때면 누군가 상처받겠지만 일베의 정치적 논리만큼은 동의가 됐다. 전라도 혐오를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무뎌진 것도 있다. 일베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은 ‘정치글정게로2’다. 정치 게시글은 정치 게시판으로 옮기라는 의미인데 여러 번 경고와 정지를 당해 계정만 5개에 달한다. 기사에 닉네임이 나오면 알아보는 ‘베충이’도 많을 것 같다(웃음). 요즘엔 한두 시간 정도 틈틈이 들어가 베스트 게시물을 즐긴다.
그가 자신의 일베 활동 이력을 인증하고 있다. 해당 ID 가입일로 보면 8년차지만, 12년간 그가 사용해 온 아이디만 5가지가 넘는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일베를 계속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한 단어로 말하자면 ‘재미’다. 둘째, 셋째 가는 이유도 없이 유일한 이유다. 정치적 소속감이나 공동체 의식도 없다. 일베에는 다른 커뮤니티에서 보기 힘든 자극적인 게시물이 올라오는데 사람이 배설하는 사진, 음란한 사진 등이 부지기수다. 극단적이고 혐오스럽지만 웃음을 자아낸다. 이게 아동 성 착취물과 같은 명백한 ‘범죄’는 아니지 않나? 단순히 누군가에게 혐오스럽다는 이유만으로 표현의 자유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베에는 필터링이 거의 없다. 사람들이 평소 숨기고 있던 욕망이나 생각을 그대로 발산한다는 말이다.

고등학생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음성을 편집해 만든 ‘MC 무현’과 같은 음악을 교실에서 틀고 친구들과 춤을 추곤 했다. 남고였기에 그런 문화가 더 강했고, 그런 성향은 군대까지 이어졌다. 고인 모독이라거나 정치적 혐오라고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재미있는 음악과 밈으로 받아들였으며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왜 그런 노래를 들으면 안 되는지부터 되묻고 싶다. 보수 대통령은 비판 가능하고 진보는 성역인가?

그런 이중잣대가 전라도에 대한 반감을 키웠다고 본다. 불쾌한 표현이 모두 범죄로 귀결될 순 없고, 혐오감과 범죄 여부는 명백히 구분되어야 한다. 죽은 정치인이라고 모든 풍자가 금지돼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홍어’나 ‘운지’ 같은 전라도 비하 표현도 처음엔 유래를 모르고 따라 쓰지만, 나중에 의미를 알더라도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홍어가 5·18 희생자의 시취와 관을 멸칭한다는 점은 안다.

-일베의 ‘전라도 혐오’는 어디서 시작된다고 보나.

▲‘이데올로기적 혐오’가 가장 크다고 본다. 일부 일베충들은 “북한에서 무장간첩이 내려와 5·18을 일으켰다”는 주장을 실제로 믿기 때문이다. 그런 확신이 생기면 전라도 사람 전체를 민주당이나 북한과 엮어 동일시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전라도가 수십년 간 자성하지 않는 몰지각한 아집을 보인 점도 반감을 키웠다고 생각한다. 당장 지난 6·3 지방선거만 봐도 국민의힘 강세인 대구·경북이나 부울경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기도 하잖나.

학교 교육도 혐오의 출발점이다. 2019년께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검찰 개혁’이야기가 나온 적 있는데, 교사와 의견 충돌을 빚어 거의 싸움 직전까지 갔던 적 있다. 5·18 교육도 한쪽 관점만 강조한다고 느꼈다. 역사적 의미와 희생을 넘어, 5·18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됐는지와 어떤 비판이 쏟아졌는지를 함께 아울러야 5월 교육이 진일보할 수 있으리라 본다.

-최근 불거진 스타벅스 탱크데이·배재고 야구부 조롱 사태는 어떻게 봤나.

▲스타벅스 행사 문구 중 ‘탁 치니 억’은 1987년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키는 나름의 의도가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대통령까지 나서 논란을 증폭시킬 정도의 사안인지 의문이다. 정치권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혐오를 이용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선거가 끝난 뒤 점차 관련 지적이 사그라든다는 데 있다. 배재고 야구부 응원 사태는 학생들이 물론 잘못한 부분이 있다. 5·18을 조롱하듯 응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니까. 다만, 6개월 출전 정지나 진보 진영의 학교 앞 근조화환 설치 등의 행보는 지나쳤다고 본다.

-공교롭게 인터뷰 전날 5·18을 다룬 영화 ‘택시 운전사’를 보고 울었다고 했다.

▲새벽에 갑자기 ‘필’이 와서 끝까지 정주행했다. 송강호가 광주를 빠져나왔다가 다시 광주 시민 곁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왈칵 눈물이 나더라. 순천 국숫집에서 사람들이 “광주는 폭동”이라 외치는 대목도 기억에 남는다. 그날 5월, 광주 시민들이 계엄군에게 폭력을 당하고 죽은 것은 안타깝다. 그런 역사 자체를 부정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일면에서는 희생자들이 ‘숭고’하다는 생각마저 떠오른다. 다만, 현재의 5·18은 과도하게 신격화·성역화됐다고 확신한다. 가령 이번 전야제에서도 이준석 등 특정 정치인과 세력을 비판하는 좌편향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희생을 추모하는 행사가 아니라 정치적 주장을 위한 추태로 변질됐다고 느낀 이유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5월을 자신들의 전유물처럼 이용한다는 데 반감도 든다. 그런 모습을 보면 억하심정에서라도 “5·18은 폭동”이라 부르는 ‘일베충’의 말에 무게추를 더해주고 싶다.

같은 맥락에서 5·18 특별법에도 반대한다. 틀린 주장이라면 공론화를 통해 논의의 장을 만들어줘야지 입을 틀어막거나 형사처벌부터 운운해서는 안 된다고 봐서다. 5·18 정신의 헌법전문수록 논의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성역화됐다는 느낌이 강한데 헌법에 포함되면 유권해석의 여지가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5·18 희생은 인정하되 이를 폭동이라 함께 부르는 내 모습이 이율배반적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전체 맥락에서 5·18이 민주화운동으로 평가받고, 계엄군의 폭력과 발포가 먼저 있었다는 점도 충분히 안다. 다만, 시민들이 무기를 탈취하고 관공서나 무기고를 점거한 장면을 근거로 ‘폭동’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공존할 수 있다. 5·18 희생을 인정하는 것과 모든 사람이 동일한 평가를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해서 해석이나 비판까지 법으로 봉쇄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일베를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그리고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배설소’라 칭하고 싶다. 다른 커뮤니티에는 각종 규정이 많아 어떤 표현은 삭제되고, 특정 주제는 논의 조차 어렵다. 일베에서는 가식을 벗고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쌓인 스트레스와 분노를 그대로 분출할 수 있다. 물론 배설물이 더럽듯 일베의 혐오 표현도 깨끗하진 않다. 그래도 집에 화장실이 있듯, 사람들에게 배설 공간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무언가를 막거나 정보를 숨길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스트라이샌드 효과’와 비슷하다. 일베를 폐쇄하거나 표현을 규제하면 이용자들은 다른 공간으로 옮겨 ‘제2·3의 일베’를 만들게 될 거란 이야기다. 최근 논의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도 좋게 보지 않는다. 제3자가 고발할 수 있는 구조가 확대되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물론 과거와 비교해 지금의 일베는 많이 변했다. 이른바 일베의 ‘르네상스기’는 2014~2016년 쯤이었는데 당시 합성 이미지와 밈, 유머 게시물이 쏟아졌다. 지금은 이용자가 줄었고 노년층이 유입되면서 정치 게시물 비중이 커졌다. 일베 내부에서도 그런 노인들을 비판하는 은어로 ‘항틀’이라는 표현을 쓴다. ‘틀니에 저항한다’는 의미로 그 또한 새로운 ‘재미’ 가운데 하나다. 이른바 혐오가 혐오를 낳은 거다. 나아가 일베의 영향력은 줄었지만 세계관 자체는 확장돼 일베가 커뮤니티 이용뿐 아니라 어떤 행동양식을 일컫는 측면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일밍아웃’ 했나.

▲부모님은 모른다. 내가 보수 성향이라는 사실은 짐작하시지만 진성 일베 유저라는것까지는 모를 거다. 친구들에게도 거의 밝히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드러난 일부만 알고 있다. ‘일밍아웃(일베+커밍아웃)’도 계획에 없다. 사회적 인식이 나쁘다는 걸 잘 알아서 버스만 타도 철저하게 휴대폰을 가린다. 학교나 일상생활에서는 가면을 쓰고 평범하게 지낸다. 일베충이라 하면 5·18을 조롱하거나 여성과 장애인을 혐오하는 사람으로 단정될거란 이유에서다. 특히 광주에서는 일베를 사회적으로 용인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아서 놀이 문화라는 잣대조차 현실 세계에서는 감춘다.

일베에서 직접 혐오 대신 ‘도그 휘슬(Dog whistle)’ 현상이 확산하는 이유도 짚고 싶다. 우리끼리만 아는 표현으로 말하는 방식인데 가령 전라도를 ‘7시’, ‘그 지역’, ‘청정구역’과 같이 부르거나 검색을 피하기 위해 ‘전.라.도’처럼 텍스트를 바꾸는 방식이다. 밈과 결합해 커뮤니티 내부의 소속감을 강화하는 기능이 있고 같은 표현을 알아듣는 사람끼리 ‘우리 편’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한다. 외부 사람들은 맥락이나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만 혐오라는 것을 알 것이기에 외집단의 제재를 피하기도 쉽다. 표현을 막을수록 더 우회적이고 복잡한 혐오 표현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전라도 혐오는 결국 자신과 가족을 향하는 거잖나.

▲일베의 전라도 공격에 나와 가족도 포함된 점은 익히 안다. 그래서 마음 아픈 날도 있다. 다만 일베에서는 ‘나’라는 사람을 별도로 두고 생각한다. 내가 싫어하는 전라도 사람은 ‘맹목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고 5·18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사람’이라 분리해 보는 것이다.

인터뷰에 응한 까닭은 전라도 혐오를 내부자가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피해자가 많다지만 호남 사람들의 자성부터 선행돼야 한다. “광주에서 태어나 ‘라도(전라도)’를 좋아하던 20대 남성이 왜 일베에 빠져 ‘괴물’이 되는 지 생각해 보라.”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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