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수 커뮤, 하루 1600건 후기 쏟아지는데..범죄자백 방치?
성매수 '후기'가 성착취 조장.."사이트 차단으론 한계"
성매수자가 온라인에서 성매수 행위를 사실상 알선하고 광고해 성매매 범죄로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성매매 업소를 단속해 업주를 처벌하고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폐쇄하는 데서 더 나아가 성매수자가 온라인에서 성매매를 조장하는 행위도 단속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성매매 예방·감시 활동을 하는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는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토론회를 열어 지난해 10월∼올해 6월 성매매 알선 사이트와 성매매 구인 사이트, 성매수자가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 400여곳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했다.
박다예 다시함께상담센터 활동가는 “고발과 수사, 그로 인한 처벌로 ㅂ사이트 같은 대형 성매매 알선 포털 사이트가 폐쇄되자 중소 규모의 성매매 알선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늘어났다”며 “성매수자가 여러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며 다양한 업소 정보를 비교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센터는 주요 성매수자 커뮤니티인 ㄷ을 이용하는 성매수자가 성매매 알선 사이트 5곳을 함께 이용하는 정황을 포착했다. ‘성매수자 커뮤니티’란 성매수 후기 공유를 목적으로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사이트다. 박다예 활동가는 “(ㄷ을 포함한) 주요 성매수자 커뮤니티를 조사한 결과, 실제 성매수자들이 이용하는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10개로 추릴 수 있었다”며 “성매수자들은 단순히 성매수 행위에 만족하지 않고 성매매 알선 사이트와 같이 성매수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을 품평하고, 자신들의 성매수 경험을 공유하면서 그들만의 연대를 쌓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센터가 성매수자가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 9곳을 분석한 결과, 가장 활성화된 커뮤니티는 ㄷ커뮤니티의 익명 게시판이다. 하루 평균 1600개의 성매수 후기 또는 성매매 정보 공유글이 올라온다. 김채윤 다시함께상담센터 활동가는 “ㄷ커뮤니티의 게시판마다 접근 가능한 회원 등급이 다르다”며 “성매수자들이 등급을 올려 익명게시판에 있는 희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성매수 후기를 계속 올리며 포인트를 쌓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주요 성매수자 커뮤니티 글 내용을 살펴 성매수자들이 성매수 후기를 보거나 쓰는 이유를 분석했다.
성매수자들은 커뮤니티 게시판에 ‘후기에 타이 마사지도 따로 콘텐츠(가) 있었으면 좋겠다’ ‘형들은 대부분 정보를 어디서 얻어?’와 같은 글을 올리며 성매매 업소 정보를 적극적으로 탐색했다. 또 ‘아, 이래서 후기 보는 걸 못 끊겠다’ ‘큰일이다. 캐시 충전해서라도 (후기를) 보고 싶다’ 등의 글을 남기며 성매수 후기를 성적 욕구를 채우는 도구로 삼았다.
김채윤 활동가는 “성매수자들은 불만족스러운 성매수를 경험하면 분노하고 다음 성매수에서 이른바 ‘내상’(불만족스러운 성매수 경험을 가리키는 말로 쓰임)을 피하기 위해 치열하게 후기를 찾는다”며 “성매수자는 성매수 후기를 읽으며 자신을 대입해 그 상황을 상상하며 성적 흥분을 느낀다. 이는 성매수자들이 정보 탐색에 이어 성매수 후기를 열람하는 2차 요인”이라고 밝혔다.
또 센터는 성매수 후기를 쓰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커뮤니티 안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꼽았다. 김채윤 활동가는 “다수의 성매수 후기를 쓴 작성자는 수많은 여성을 대상으로 성매수를 한 결과 ‘남성성’을 인정받고 ‘진정한 성매수자’로서 커뮤니티 안에서 선망의 대상이 된다. 성매수 남성들의 호응과 열광 속에서 여성은 주체가 아닌 상품으로 소비돼야 한다”며 “이것이 커뮤니티 안에서 ‘놀이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성매수자들은 서로 동질감을 확인하며 남성연대를 공고히 한다”고 비판했다.
정부 조치는 성매수 후기 공유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성매매 알선 사이트나 성매수자 커뮤니티 접속을 차단하거나 폐쇄한다고 해도 성매수자들은 새로운 ‘대피소’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다시 성매수 후기 열람, 작성, 공유 행위를 이어간다. 김채윤 활동가는 “성매수자들이 해외 서버를 이용하는 ‘ㅇ’ 커뮤니티로 옮겨간 것과 같이 전보다 단속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터를 잡는다. 이에 따라 온라인에서의 성매수자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과 접속 차단 조치는 더욱 어려워진다”고 했다. 그는 “성매수자 커뮤니티 작동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와 이를 기반으로 한 단속과 처벌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다예 활동가는 “현재 성매매 알선을 주도하는 흐름 가운데 성매수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성매수 후기 작성은 성매매 알선 광고와 다를 바 없이 성매매 업소의 정보를 담고 업소로 유입되게 조장하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했다. 그는 “온라인에 흩뿌려진 성매수자의 자백(성매수 후기)을 막지 못한다면 ‘제2의 ㅂ(대형 성매매 알선 사이트)’은 언제라도 등장할 수 있다”며 “성매매 업소를 단속해 성매수자를 처벌하는 것과 온라인에서 범죄 흔적을 남기며 돌아다니는 성매수자를 단속하는 것은 개별 사안이 아닌 통합해 다뤄야 할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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