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백년]철거 대신 보존 선택한 문경 은성광업소…연 25만명 찾는 관광명소로 거듭나다

손지찬 기자 2026. 8. 2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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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시 가은읍내에서 차량으로 20분을 달리면 문경 에코월드가 나온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석유와 천연가스 등 대체에너지가 보급되고 석탄 소비가 감소하면서 문경의 탄광들도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그중 에코월드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석탄박물관을 박원일 문경시 문화관광해설사, 전직 광부 원정노씨와 함께 동행했다.

권준호 문경시 관광진흥과 주무관은 "국내 제2의 탄전이었던 문경에 석탄박물관을 건립하여 석탄의 역할과 그 역사적 사실, 광부의 일상생활을 체계적으로 전시함으로써 잊혀 가는 석탄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고 있다"며 "방문객 수익은 지역경제 활성화 및 주민 복리증진에 돌아가도록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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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대 탄광 도시 문경…폐광 이후 보존·활용 택해
검은땀 서린 은성광업소…3년간 누적 방문객 67만명
방문객 수익 지역경제 활성화·주민 복리증진에 활용
◇문경시 가은읍 왕능길에 위치한 에코월드 전경. 사진=문경시 제공

경북 문경시 가은읍내에서 차량으로 20분을 달리면 문경 에코월드가 나온다.

에코월드는 대한석탄공사 은성광업소 부지를 활용해 휴양 문화공간으로 조성한 국내 최초의 복합 생태 영상 테마파크다. 지금도 광부와 석탄을 실어 나르던 인차와 탄차, 전기기관차 등 채탄 장비가 곳곳에 남아 과거 거대한 탄광이었음을 알리고 있다.

문경은 한때 강원도와 함께 많은 석탄을 생산하며 한국의 2대 탄광 도시로 불렸다. 별다른 산업 기반이 없었던 문경에서 석탄산업은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이었다. 광부와 가족들이 모여들면서 상점과 학교, 사택 등이 잇따라 들어섰고 문경의 인구도 전성기에는 16만명까지 늘어났다.

문경 탄광 개발은 1930년대 초 일본 자본이 가은 일대의 석탄층을 탐사하면서 시작됐다. 1938년 12월 은성무연탄광이 문을 열었고, 1950년 대한석탄공사가 출범하면서 국영 탄광으로 운영됐다. 1963년 신사갱도가 준공된 이후 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연간 최고 40만톤에 달하는 석탄을 생산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석유와 천연가스 등 대체에너지가 보급되고 석탄 소비가 감소하면서 문경의 탄광들도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은성광업소마저 1994년 7월31일 폐광하면서 문경 석탄산업의 역사도 사실상 막을 내렸다.

문경시는 폐광의 흔적을 지우는 대신 문화·관광자원으로 보존하는 길을 택했다. 1995년 폐광지역을 문화자원으로 전환하는 사업에 착수했고, 1999년 5월 은성광업소 자리에 문경석탄박물관을 개관했다. 이후 중앙전시관과 실제 갱도를 활용한 전시장, 탄광사택촌 등을 조성했으며 2018년부터는 문경 에코월드와 연계해 탄광의 역사와 광부들의 삶을 전하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문경석탄박물관으로 방문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손지찬기자
◇문경 석탄박물관 내부. 광부들의 사진으로 만든 조형물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문경시 제공

■석탄박물관 입구에서 만난 ‘산업전사’=에코월드는 석탄박물관을 비롯해 갱도체험관, 가은오픈세트장, 모노레일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그중 에코월드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석탄박물관을 박원일 문경시 문화관광해설사, 전직 광부 원정노씨와 함께 동행했다.

거대한 연탄을 형상화한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광부들의 사진으로 만든 조형물이 제일 먼저 맞이했다.

전시관 1층과 2층에는 석탄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문경 탄전의 형성과 발전, 채탄 기술의 변화가 차례로 정리돼 있었다. 광부들이 사용한 안전모와 안전등, 착암기를 비롯해 출근부와 월급봉투 등 당시의 작업·생활 자료도 도 전시돼 있었다. 굴진과 채탄, 운반 과정은 모형으로 재현됐다.

석탄산업의 역사를 열차를 타고 살펴보는 ‘거미열차’도 눈길을 끈다. 석탄의 발견과 이용, 갱도 굴진과 채탄, 지상 운반 과정, 광산 사고 등을 다룬 8개 테마 공간이 차례로 펼쳐다. 광부들의 작업 장면을 재현한 모형과 빛·영상·음향 효과가 어우러져 관람객들이 탄광의 역사와 작업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박 해설사는 “국내 필수 생활연료로 국가 경제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석탄에 관한 모든 것을 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어 흥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성갱도 내부 굴진작업을 모형화한 모습. 손지찬기자

■지하 800m, 400㎞…은성갱도의 길을 따라가다=박물관 전시실을 지나면 은성광업소에서 실제 사용했던 은성갱도가 나타난다. 은성갱도는 1963년 석탄을 캐기 위해 뚫은 후 1994년 폐광할 때까지 광부들이 드나들었던 곳이다. 갱도의 깊이는  800m, 석탄을 찾아 땅속으로 뻗어나간 길을 모두 합하면 400㎞에 달한다.

은성갱도 내부로 들어서자 바깥의 무더위와는 다른 서늘한 공기가 감돌았다. 주변은 짙은 어둠에 잠겼고 통로 양옆으로 거친 암벽이 이어졌다.

안쪽에서는 착암기가 암벽을 파고드는 소리와 발파음을 통해 굴진·채탄 작업을 재현했다. 안전모에 달린 작은 불빛에 의지한 광부 모형은 어둠 속에서 탄층을 향해 착암기를 겨눴다. 석탄과 돌을 실어 나르던 광차와 갱목도 당시 작업 모습에 맞춰 배치됐다.

원정노씨는 “광부들은 하루 수 시간씩 먼지와 소음, 열기를 견뎌야 했고 갱도 붕괴와 가스 폭발, 출수 등 언제 닥칠지 모르는 사고 위험도 감수했다”며 “막장을 빠져나온 뒤에도 몸속에 쌓인 탄가루는 진폐증이라는 이름으로 광부들의 남은 삶을 따라다니고 있다”고 했다.

◇은성광업소 주변의 생활상을 재현한 탄광사택촌. 손지찬기자

■막장 밖에도 삶이 있었다=갱도를 빠져나오자 1960~1970년대 은성광업소 주변의 생활상을 재현한 탄광사택촌이 이어졌다. 광부들이 살았던 사택을 비롯해 공동우물과 공동화장실, 구판장, 이발소, 푸줏간 등이 좁은 골목을 따라 줄이었다.

사택에는 다리가 달린 텔레비전과 장롱, 장롱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이불 등이 놓여 있었다. 연탄을 피우던 아궁이와 소박한 살림살이는 풍족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온기가 가득했던 탄광촌의 일상을 보여줬다.

탄광은 단순히 석탄을 생산하는 일터에 그치지 않았다. 광부와 가족들이 함께 생활하는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였다. 교대근무가 끝나는 시간이면 탄가루를 씻어낸 광부들이 거리로 나왔고 월급날에는 상점과 주점이 사람들로 붐볐다. 광부들은 고된 작업을 마치고 돼지고기로 허기와 피로를 달랬다고 한다.

한 집에 경사가 생기면 마을 전체가 함께 기뻐했고 갱내 사고가 발생하면 모두가 슬픔을 나눴다. 광부의 아내들은 남편이 무사히 갱도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리며 가정과 마을을 지켰다.

광부들이 일을 마치고 갱도에서 나오고 있는 출갱장면. 손지찬기자

■보존 선택해 문경 대표 복합관광지로 거듭=문경시는 탄광 문화와 자연환경을 결합한 관광산업을 꾸준히 육성했다. 탄광의 역사를 바탕으로 영상과 놀이, 생태·문화 콘텐츠를 결합하며 폐광의 유산이 문경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자리 잡았으며 가족 단위 관광객이 찾는 복합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문경에코월드의 유료 방문객은 2023년 21만2,740명, 2024년 21만1,536명, 2025년 25만389명으로 최근 3년간 총 67만4,665명에 달한다. 폐광의 산업유산을 철거하지 않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지역의 선택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권준호 문경시 관광진흥과 주무관은 “국내 제2의 탄전이었던 문경에 석탄박물관을 건립하여 석탄의 역할과 그 역사적 사실, 광부의 일상생활을 체계적으로 전시함으로써 잊혀 가는 석탄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고 있다”며 “방문객 수익은 지역경제 활성화 및 주민 복리증진에 돌아가도록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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