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관광개발 야심작 '카지노' 사업, 드디어 빛 보나

롯데관광개발이 외국인 관광객 급증에 힘입어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매출인 116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롯데관광개발

롯데관광개발이 제주드림타워 카지노 사업 호조로 2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팬데믹 때 개장한 카지노가 영업 초기에는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엔데믹 전환 이후 하늘길이 열리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카지노와 제주 그랜드하얏트호텔 간 시너지로 연간 흑자를 기록한다면 제주드림타워를 건립하느라 악화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관광개발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9억원으로 1분기에 이어 전년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분기 최대치인 11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770억원)보다 50.9% 늘어난 액수다. 기존 최대 실적이었던 전년 매출(1062억원)도 뛰어넘었다.

카지노 사업이 실적을 견인했다. 카지노 사업 부문의 2분기 매출은 665억3900만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110.1%나 성장했다. 특히 상반기 매출(1365억4700만원)은 지난해 1년치 매출(1524억원)의 89%에 달했다. 올해 역시 최대 매출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한 달간 제주드림타워 카지노를 찾은 고객(3만4272명)도 지난해 10월의 최고 기록(3만582명)을 뛰어넘었다. 올해 1~7월 드롭액도 월평균 1340억원을 뚫었다. 지난해 월평균 드롭액은 1200억원 수준이었다.

롯데관광개발의 카지노 사업이 영업 3년 만에 알짜사업으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사업별 매출 비중을 보면, 2022년까지는 호텔업 64% 카지노 23%로 호텔이 더 높았다. 그러다 지난해 처음으로 카지노가 48.6%로 호텔(29.5%)을 앞질렀고, 올 상반기에는 카지노 61.4%, 호텔업 18.1%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롯데관광개발은 1971년 여행전문 업체로 시작해 2021년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를 오픈하면서 카지노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4년 정관을 개정해 카지노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 뒤 2018년 8월 파라다이스그룹의 카지노운영권을 149억원에 매입했다. 제주 드림타워 완공 이후 기존 롯데호텔제주에 있던 카지노사업장을 이곳으로 옮기고, 면적도 1176㎡에서 5367㎡로 확장했다. 2021년 6월11일 야침 하게 문을 열었지만, 팬데믹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늘길 열리며 호텔·카지노 시너지

제주에 위치한 롯데관광개발의 그랜드하얏트호텔 /사진 제공=롯데관광개발

그러나 엔데믹 전환 이후 제주로 향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카지노 사업이 빛을 발했다.

2022년 말 롯데관광개발이 카지노에서 매출 비중이 높은 VIP고객 유치에 집중한 가운데 지난해부터는 제주를 찾는 일반관광객도 크게 늘었다. 국토교통부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해외에서 제주공항을 찾은 방문객은 112만596명으로, 전년동기(37만6972명)보다 약 3배 증가했다. 카지노 업계에서 큰손으로 꼽히는 중국 관광객이 전체의 76.3%를 차지했다. 올 7월부터 제주와 일본 도쿄를 잇는 직항노선이 3년4개월 만에 재개되면서 일본 관광객도 늘었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제주 해외 직항노선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중국과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롯데관광개발이 카지노와 호텔을 보유해 고정비를 줄인 점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호텔 내 사업자를 임차해 카지노를 운영할 경우 VIP용 숙박, 식음료비, 부대시설 이용료 등 컴프 비용이 든다. 로열티 카드에 현금처럼 활용 가능한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방식도 있다. 현재 드림타워에는 2층 카지노와 1600개 객실을 가진 제주 그랜드하얏트호텔이 함께 있다. 이슬기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호텔과 카지노를 같이 운영하면 컴프 비용을 아낄 수 있고, 늦은 시간까지 카지노에 머무르게 할 수 있다"며 "복합리조트와 연계한 마케팅으로 매출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롯데관광개발은 2018년 이후 6년 만에 연간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름 성수기와 8~10월 일본·중국의 명절 기간이 겹쳐 외국인 유입세가 커지면 매출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증권가가 추산한 올해 롯데관광개발의 컨센선스도 흑자인 613억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주드림타워 카지노는 현재 매출 기준 국내 1위인 데다 제주국제공항과 거리도 가깝고 복합시설도 주변에 있어 관광객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흑자전환은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지노 실적이 개선되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줄여 재무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관광개발은 제주드림타워 건립을 위해 대규모 차입과 함께 전환사채를 발행해 매년 금융비용으로 현금이 빠져나갔다. 지난해에는 리조트 부문 순이자 비용으로 1136억원, 올해 상반기는 542억원이 들었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에 외국인 관광객이 더 몰리면서 3분기에는 호텔과 카지노 부문 모두 실적 상승이 기대된다"며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의 매출 급증으로 평균 전환가격 이상의 주가 오름세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