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증인’이 사라지고 있다···가자서 살해당한 언론인 247명
하마스 통제·피란과 굶주림·이스라엘 위협 ‘3중고’
이스라엘, 외부 기자 출입 막고 ‘전쟁 서사 통제’
유엔 “이스라엘 책임 규명과 정의 요구해야”

지난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병원 공습으로 언론인 5명이 숨지면서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팔레스타인 기자 수는 247명으로 늘었다. 이스라엘이 외부 기자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 가운데 현장에서 참상을 전해온 팔레스타인 기자들의 살해당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가자지구 전쟁을 기록하고 증언할 목소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0월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서 살해된 팔레스타인 기자는 247명에 달한다. 국제 언론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전쟁 중 197명의 언론인 및 언론 종사자가 사망했으며, 그중 189명이 팔레스타인 기자라고 밝혔다.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언론인 숫자는 기록적이다. 왓슨 국제공공정책연구소가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지구 전쟁 기간 목숨을 잃은 언론인 수가 제1·2차 세계대전,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유고슬라비아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합친 것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 제목은 ‘뉴스의 묘지’다.

뉴욕타임스(NYT)는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세계의 증인’ 역할을 해온 팔레스타인 기자들이 목숨의 위협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이는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정보를 더욱 제한할 수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NYT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 ‘서사 통제’(narrative control)를 위해 집요하게 노력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외국 기자들의 가자지구 취재는 군이 동행하는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으며, 가자지구 내부에서 소식을 전하는 팔레스타인 기자들은 하마스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0일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으로 살해당한 알자지라 기자 아나스 알샤리프다. 알샤리프는 가자지구 북부 최전선에서 전쟁의 참상을 보도하며 ‘가자지구의 얼굴’로 알려졌다. 그가 속한 로이터 보도팀은 지난해 가자지구 전쟁 보도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은 알샤리프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세포조직 수장이라고 주장하며 공습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실제 가자지구 기자들은 하마스의 통제와 피란 생활과 굶주림, 이스라엘군의 살해 위협이라는 3중고를 겪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통치해온 하마스는 자신들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체포하는 등 억압해왔으며, 이중에는 언론인들도 다수 포함됐다. 팔레스타인 기자연합 부회장 타흐신 알아스탈은 하마스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해온 점에 동의하면서도 이스라엘의 언론인 살해를 비판했다. 알아스탈은 “이스라엘은 여기서 벌어지는 일을 세계가 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기자들은 다른 가자지구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오랜 전쟁이 초래한 고통을 겪는다. 포화를 피해 도망치고, 굶주림에 시달리고, 가족과 동료들의 죽음을 지켜봐야 한다. 조디 긴즈버그 CPJ 대표는 “그들 역시 끊임없이 피란길에 오르고 있으며, 극도로 불안정한 주거지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방송사 알코피야에서 일하는 사진작가 게바라 알사파디는 “보도하기가 두려울 지경이지만 별다른 보호책도 없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잇따른 언론인 살해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CPJ의 중동·아프리카 담당 국장 사라 쿠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언론인을 살해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지만, 전 세계를 이를 지켜보면서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가해자들이 더 이상 처벌받지 않고 행동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대변인 타민 알키탄은 “충격적인 일이며 용납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책임 규명과 정의를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가자 남부 나세르 병원 공습으로 언론인 5명을 포함한 20명이 숨진 사건에 대한 군의 초기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하마스가 이스라엘군 감시에 사용하는 카메라를 파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공습으로 사망한 사람 중 6명이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8261549001
https://www.khan.co.kr/article/20250812201500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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