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에 선 중소·중견 건설업계...신용등급 강등·법정관리 잇따라

조회 2102025. 3. 12. 수정

현대엔지니어링, 벽산엔지니어링 신용등급 하향...대구 종합건설사는 줄폐업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와 공사비 급등, 미분양 증가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건설회사에 대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중소업체들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현장. / Freepik

12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용 등급이나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된 기업은 총 6곳인데 이 중 두 곳이 현대엔지니어링과 벽산엔지니어링 등 건설업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지난 1월 등급 전망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는 작년 4분기 해외 플랜트 관련 대규모 손실이 반영된데다 등급 수준에 부합하는 사업 경쟁력과 재무 안정성을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한기평은 "단기간 내 등급 수준에 부합하는 사업 경쟁력 회복 및 재무구조 개선을 시현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벽산엔지니어링의 경우 이달 6일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BB-(안정적)'에서 'D'로 대폭 하향됐다. 이는 벽산엔지니어링이 최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벽산엔지니어링 외에 다른 중소 건설사의 기업회생절차 신청도 잇따르고 있다.
시공능력 평가 58위의 신동아건설은 지난해 말 만기가 도래한 60억원짜리 어음을 막지 못하고 지난 1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2월에는 시공 능력 71위의 삼부토건을 비롯해 삼정기업과 삼정이앤시 등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미분양이 심각한 대구 지역의 경우 올해 들어 문을 닫은 건설회사들이 크게 늘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2월 폐업 신고한 대구지역 종합건설사는 모두 7개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종합건설사의 지난 1~2월 폐업 신고 건수는 전국적으로도 수도권을 제외하면 가장 많다.

국토교통부의 주택 착공물량 통계에 따르면 대구는 2021년 3만317호에서 2022년 1만5417호로 절반 이상 줄었고, 2023년에는 1186호로 전년 대비 90% 이상 감소했다.

유동성 위기는 대기업 계열 건설사도 예외가 아니다. 롯데건설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부지 매각을 포함한 1조원 규모의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중소 건설사의 잇따른 부도에 이어 대형 유통 업체인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는 등 국내 신용 리스크를 자극할 이벤트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착공 후 미분양 아파트 건수의 경우 10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서울 이외 지방 미분양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고 이를 반영하듯 서울 지역 주택 가격은 규제 완화로 급등하고 있는 반면에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주택 가격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우량 기업과 사업장은 지원하되 부채비율이 높은 일부 부실 사업장은 과감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PF에 너무 많은 집중투자가 된 것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이라며 "파산할 곳은 파산하고, 파산을 하지 않은 곳은 땅을 싼 가격에 팔고, 그 판 땅을 다른 사람이 인수하는 등의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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