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스톱’ 게오르규 “앙코르 않기로 합의”...세종문화회관 “합의 아냐”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59)와 세종문화회관 쪽이 앙코르 사전 합의 여부를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공연에서 상대 테너 가수의 앙코르에 항의하며 공연을 멈춰 세운 게오르규 쪽은 “앙코르를 하지 않기로 한 사전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세종문화회관 쪽에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세종문화회관은 12일 “게오르규가 개인 매니저를 통해 본인을 포함해 전 출연자의 앙코르가 없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통역에게 문자로 전달해온 사실은 있으나, 이를 합의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게오르규가 소속된 영국 기획사 인터무지카는 11일(현지시각) 오페라 전문 매체 ‘오페라 와이어’를 통해 ‘서울 사건을 해명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획사는 먼저 “게오르규가 이번 상황에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공연 지휘자, 제작진과 사전에 어떤 출연자도 앙코르를 받지 않기로 합의했다. 공연 도중에 하는 앙코르가 오페라의 서사 흐름을 방해한다는 게 게오르규의 굳건한 소신”이라고 밝혔다.
인터무지카는 “이런 합의에도 2막에서 지휘자가 게오르규에게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의 앙코르를 제안했지만, 게오르규는 공연 완성도를 위해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감스럽게도 3막에서 테너가 부른 아리아에서 이런 합의가 존중되지 않았고, 이 문제에 강한 신념을 지닌 게오르규는 이를 개인적인 모욕으로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게오르규는) 일련의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몇년 동안 멋진 관계를 이어온 한국 관객에게 존경과 사랑을 표명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세종문화회관은 이날 “본인의 앙코르 이외에 나머지 성악가들의 앙코르에 대한 결정권까지 소프라노가 가질 수는 없다”며 “이번 사안의 본질은 왜 앙코르를 하였는가가 아니라 게오르규가 오페라 3막에서 공연 진행을 방해하고 관객의 공연 관람권을 심각하게 훼손하였다는 사실”이라고 공식 의견을 밝혔다.
이어 “앙코르는 사전 계획이 아니라 라이브 공연 중 관객, 성악가, 지휘자 간의 ‘교감’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며, 이번 공연 역시 테너의 아리아 종료 이후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와 박수가 이어진 데 따라 현장에서 결정되고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양쪽 주장을 종합해보면, 게오르규는 공연에 앞서 자신을 포함해 모든 성악가의 공연 중 앙코르가 없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했지만, 게오르규의 뜻과 달리 당시 공연을 이끈 지중배(42) 지휘자는 테너 김재형(51)에게 공연 중 앙코르를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연 도중 앙코르에 대해 게오르규는 거부감을 드러내온 게 사실이다. 게오르규는 2016년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 극장 ‘토스카’ 공연에서도 상대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55)이 ‘별은 빛나건만’을 앙코르로 다시 한번 부르자 1분 넘도록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무대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카우프만은 “우리에게 소프라노가 없네요”라고 말했고, 관객에게 사과했다.
세종문화회관은 “뜨거운 관객 반응이 예상되는 마지막 회차 공연 시작 전 소프라노 본인의 앙코르에 대한 의사는 개인 매니저에게 예의를 갖춰 재확인했다”며 “다른 가수의 앙코르 여부는 지휘자에게 속한 권한이며, 소프라노 1인의 희망에 따라 결정되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라이브 공연에서 열렬한 관객 요청에 따라 지휘자와 성악가가 관객과 함께 결정한 앙코르에 대해 소프라노의 희망 사항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공연을 방해한 것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며 “앙코르에 대한 철학과 의견이 수용되지 않은 데 대한 항의가 필요했다면 공연 방해가 아닌 다른 방법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게오르규는 지난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공연 3막에서 테너 김재형이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앙코르로 다시 부르자 무대 한쪽에 나타나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후 “잠깐만”이라고 말한 뒤 “이것은 (테너 가수의) 리사이틀이 아니다. 나를 존중하라”며 잠시 공연을 멈추게 했다. 이후 게오르규는 남은 공연을 이어갔지만, 공연 끝난 뒤 출연진이 무대에 나와 인사하는 ‘커튼콜’에도 한참 뒤에야 모습을 드러냈다가 관객 야유가 나오자 그대로 퇴장해버렸다.
세종문화회관은 당일 밤 성명을 발표해 “관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게오르규 쪽에 강력히 항의했고, 한국 관객에 대한 사과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페라 공연 도중에 성악가가 관객의 요청에 따라 방금 부른 아리아를 앙코르로 다시 노래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전혀 없는 일은 아니다. 오페라가 흘러온 역사에 따라 공연 도중 앙코르를 받던 관행도 달라졌다. 오페라 초창기엔 성악가가 절대권력이었다. 관객들은 노래 잘 부르는 가수의 노래를 들으려고 극장을 찾았고, 작곡가나 지휘자도 가수에게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
가수가 관객의 앙코르에 응해 아리아를 다시 부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던 시절이었다. 특히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가운데 ‘남몰래 흐르는 눈물’ 등 감성적이고 관객이 널리 사랑하는 유명한 아리아에서 공연 도중 앙코르가 많았다.
리하르트 바그너는 공연 도중 잦은 박수와 앙코르가 극의 흐름을 해치고, 연주에도 방해된다는 이유로 공연 도중 박수를 금지했다. 시간이 흘러 지휘자와 연출가가 차례로 오페라의 주도권을 쥐게 됐고, 공연 도중 앙코르는 점점 줄어들었다.
장일범 음악평론가는 “옛날 디바들은 콧대가 높고 공연을 위해 모든 극장 종사자들이 떠받들어야 하는 존재였다”며 “현대에 이르러 앙코르는 점점 줄어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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