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이재명표 복지’…보편·선별 함께 간다 [송종호의 국정쏙쏙]
과거 보편복지 정책 기조에서 선회
기초연금도 증액에 ‘하후상박’제시
“차등지원…재정 집행 매우 효율적”
복지에도 이념보다 ‘실용’…정책믹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복지 정책과 재정 지원을 둘러싸고 잇따라 ‘차등 지원’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향후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이 강조해온 보편적 지원 기조와는 결이 다른 접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2021년 코로나19가 확산될 당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가장 강하게 주장했던 정치인이기도 합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은 물론 대선 과정에서도 보편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집권 이후 복지정책 메시지가 달라진 모습입니다.

‘하후상박’ ‘차등 지원’과 같은 표현은 그동안 이재명표 복지에서는 들어보기 힘든 단어들이었습니다. 집권 이후 줄곧 실용 노선을 강조해 온 만큼 복지 정책 역시 이념적 논쟁보다는 재정 효율성과 정책 효과를 고려한 방식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뉘앙스입니다.
물론 복지 확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연금의 경우도 증액분에 한해 취약계층 중심으로 배분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며 ‘보편+선별 믹스형’을 주창하는 셈입니다.
이 대통령이 차등 지원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동상황 악화에 따라 “조기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해야 할 상황 같다”며 추경을 공식화한 자리에서도 차등이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그는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 대해서도 “위기 상황이 도래하면 어려운 사람은 더 어려워지고 상위층은 더 좋아지고, 이런 경향이 있다”며 “그걸 완화하기 위해 일률적으로 유류세 부담을 줄이면 그 경향을 제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걸 보완하려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일률적으로 유류세를 내려주면 양극화가 악화하는 경향을 통제하지 못한다. 이걸 차라리 유류세를 깎아주는 만큼의 재원을 가지고 서민이나 어려운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해서 지원하면 양극화를 저지할 수도 있고, 완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 대통령은 “양자 택일이 아니고 두 가지를 믹스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유류세를 조금 내리고, 재정 지원을 서민들 중심으로 차등적으로 하는 것을 섞을 수도 있다”고 지시했습니다.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의 차등지원 발언은 반복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위기일수록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이 뒷걸음질 치지 않게 재정의 신속한 투입이 꼭 필요하다”며 “추경 편성을 최대한 신속하게 해달라”며 속도전을 주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유류세 감면처럼 (모두에게 적용되는) 일반적 지원을 하게 되면 사실 잘 못 느낀다”며 “계층 타깃을 명확히 해서 차등 지원하면 재정 집행이 매우 효율적”이라며 “이걸 보면 또 퍼준다, 포퓰리즘이다 이렇게 비난하고 발목 잡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데 그런 비난은 사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명확하게 “현금 지원보다는 지역화폐로 지원해 소상공인, 지역상권 매출로 전환하면 이중 효과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점을 고려해 정책 판단을 해달라”고도 했습니다. 중동상황으로 인한 소비 위축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집권 직후 추경을 통해 지역화폐로 지급한 선별적 소비쿠폰도 병행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당시 재정당국의 추경안은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 원 쿠폰을 지급하되, 차상위계층과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각각 30만 원, 40만 원의 쿠폰을 1차로 지급하고 농어촌 인구소멸지역 84개 시군 주민 411만명에게는 2만 원을 추가 지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후 고소득층 상위 10%에 해당하는 512만명의 국민은 1차 지급만 받고 추가 지급 대상에서는 제외되는 형태로 2차 소비쿠폰은 소득 하위 90%의 국민에게만 10만 원씩 지급됐습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전 주장했던 보편적 복지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대선 공약의 민생 회복 지원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25만 원을 동일하게 지급하는 보편 지원이었음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에 발맞춰 당시 민주당은 지역에 상관없이 일반 국민은 1인당 25만 원,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 등 취약 계층은 1인당 35만 원의 소비 쿠폰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그만큼 소득과 거주지역 등을 기준으로 차등을 뒀던 소비쿠폰은 보편적 복지를 기반으로 선별적 복지가 가미되는 시작점이었습니다. 소득분위별 차등지원의 행정비용이 더 소요된다며 선별지급을 반대했던 민주당인가 싶습니다. 격세지감입니다.

반면 수급률은 2021년 67.6%, 2022년 67.4%, 2023년 67.0%에서 3년 연속 하락했고, 2024년 수급률은 기초연금 제도가 도입된 2014년(66.8%) 이래 가장 낮아졌습니다. 특수 직역 연금 수급자는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고, 소득·재산을 공개하길 꺼려 신청하지 않는 사람이나 거주 불명자까지 있어 사각지대의 우려 탓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손질해 수급 대상을 정말 가난한 노인층에 집중하되 지급액을 높이는 방식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계속됐습니다.
문제는 소득 하위 70%를 가려내는 과정의 행정비용과 노후 소득은 기본권 측면에서 보장 받아야 하는 한편 상위30%는 제외될 경우 역차별 문제도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이 대통령이 증액분에라도 차등지원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노년층 소득을 보장하고 소비 진작 효과를 유지하면서도 재정 부담을 줄이고 취약계층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방식인 셈입니다.
민주당은 오랫동안 보편적 복지 확대를 주요 정책 기조로 삼아 왔습니다. 선거때마다 또는 팬데믹의 재난지원금 지원 때도 보수진영 뿐만 아니라 재정당국과 늘 힘겨루기를 했습니다. 그랬던 민주당이 방향의 전환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 대통령의 보편+선별 믹스형은 ‘복지는 확대하되, 재정은 효율적으로’사용하겠다는 실용주의 노선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보편복지냐 선별복지냐의 이념 논쟁보다는 실제 정책 효과와 재정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실용 주의’가 복지정책에도 적용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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