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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의 기술특례상장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상장을 준비하던 기술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자진 상장철회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VC들의 투자 회수에도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진단합니다.

탄소나노튜브(CNT) 전문기업 ‘제이오’가 코스닥 상장 2년차를 지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 트랙으로 증시에 입성할 당시 CNT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으며 4000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고부가가치 소재 산업으로의 확장 기대가 상장의 핵심 배경이었다.
다만 상장 이후의 흐름은 초기 전망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CNT 사업부 매출 확대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변동성과 주요 고객사의 투자 일정 변화까지 겹치면서 성장 궤적은 당초 청사진과 다른 모습을 그리고 있다.
4000억 밸류 배경 'CNT 사업 성장성'
기술특례상장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제이오는 2024년과 2025년 매출 추정치로 각각 1500억원, 2161억원을 제시했다. 상장의 핵심축이었고 볼 수 있는 CNT 사업부문의 해외 공급량이 2023년부터 증가할 것이란 가정에서 나온 추정치다.

기술특례 허들을 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1994년 설립된 제이오는 플랜트 엔지니어링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는 회사였다. 2000년대 초반 고객사의 요청으로 시작했던 CNT 플랜트 개발이 CNT 개발·생산 사업으로 이어졌고 국내 최초로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
이 같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강소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자연스레 모험자본의 투자기업 목록에도 들어갔다. 2020년 BNW인베스트먼트와 IBK기업은행이 함께 조성한 블라인드펀드, 코오롱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금을 받았다. 2021년에는 SK이노베이션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듬해 기술성평가에서 두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각각 A등급을 획득했으며, 기세를 몰아 2023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당시 제이오는 EV/EBITDA 방식을 기반으로 공모가를 산정했다. 이때 회사가 제시한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4077억원이었다. 대어는 아니어도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기업 중에서 중상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다. 20여년간 쌓아온 CNT 개발·생산 능력과 기술 경쟁력이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실제 제이오는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CNT를 차세대 전지소재로 강조하며 공격적인 성장 로드맵을 그렸다. 2025년까지 CNT 사업이 중심인 전지소재 사업부에서만 연간 매출 1234억원과 EBITDA(상각전영업이익) 773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대신 설립 때부터 이어왔던 플랜트 엔지니어링 사업부는 밸류에이션 산정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플랜트 엔지니어링 사업은 수주부터 설계, 시운전까지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수익 인식이 마일스톤 등에 따라 변동성을 보이는 구조다. 발주처 일정이나 계약 변경과 같은 변수에 취약하고 환율과 투자 사이클에도 민감해 업황이 꺾이면 수익성이 급락할 수 있다.
반면 CNT 사업은 복잡한 공정 덕에 한 번 고객사에 채택되면 전환 비용이 높아 장기 거래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 설비 증설이 진행될수록 고정비 레버리지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도 전략적 이득이다. 이 같은 특성은 기술특례 요건과도 결이 맞는다. 공모 과정에서 성장과 미래가치, 지속가능성이라는 세 요건을 만족시키는 사업이었다. CNT 사업이 밸류에이션 평가의 핵심이 된 배경이다.
시장 침체에 실적 달성 구상 '흔들'
그러나 제이오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CNT 사업에서만 800억여원의 매출을 낼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실제 매출은 8분의 1 수준인 105억원에 그쳤다. 제이오는 CNT 사업 매출이 2023년부터 플랜트 엔지니어링 사업 매출을 따라잡아 회사의 핵심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렸지만, 매출 비중은 13% 수준에 불과했다.
여기에 캐시카우였던 플랜트 엔지니어링 사업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6.8% 감소한 723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매출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체 매출은 상장 당시 제시한 추정치의 38%인 829억원에 머물렀고, 영업손실 55억원에 당기순손실 89억원이라는 적자를 기록했다.

제이오의 실적 부진은 사업 구조의 취약성과 외부 변수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CNT 매출이 소수 고객사에 집중돼 있어 발주 일정이 조금만 흔들려도 실적이 요동칠 여지가 크다. 상장 당시 해외 고객사 확대와 공급 다변화를 내세웠지만 신규 계약 확장 속도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배터리 업계의 투자심리 위축이 겹치며 CNT 수요에도 제동이 걸렸다. CNT는 리튬이온배터리의 도전재로 신규 증설 라인과 차세대 전지에 주로 투입되는 고부가 소재다. 하지만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 계획을 조정하고 배터리 제조사들이 설비 투자를 늦추면서 CNT 발주량도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실적 부진과 시장 변동성에 발목이 잡혔지만, 중장기 성장 스토리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이오는 다중벽 CNT(MWCNT)에서 한 단계 진화한 단일벽 CNT(SWCNT) 사업을 키우며 글로벌 고객사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미주 지역 완성차 업체의 고급 모델에 제품이 일부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향후 북미 대형 완성차 업체의 대량 생산 차량으로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SWCNT의 물량 공급이 시작되고 2027~2028년에는 고객사 내 SWCNT 채택 비율이 빠르게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자체 엔지니어링 역량으로 전공정을 내재화해 경쟁사 대비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부터 미국 소비자 EV 보조금이 폐지되며 단기 미국 EV 판매에 대한 불확실성은 잔존한다”며 “그러나 고객사의 차세대 프로젝트 내 CNT 도입 비율은 구조적으로 증가하며 회사의 2027년 CNT 매출액은 약 1221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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