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코난」은 1994년 첫 연재를 시작한 만화로, 아직까지 식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며 추리 만화의 바이블로 자리 잡았다. 원작의 이 같은 인기를 바탕으로 TV애니메이션 역시 절찬리 방영 중이며, 1997년 <명탐정 코난: 시한장치의 마천루>를 시작으로 극장판 역시 매년 개봉하고 있다. TVA에서 제작 한계로 구현하기 힘든 스케일과 역동적인 액션 퍼포먼스로 극장판만의 매력을 계속 업그레이드 중이다. 올해로 벌써 27번째 극장판이 선보였는데, 그 숫자가 많은 만큼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은 걸작들도 존재한다. 그래서 이번 시간은 <명탐정 코난> 극장판 중 대체적으로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극장판 띵작 4편을 소개하기로 한다.
명탐정 코난: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 (2001)

2001년에 공개된 <명탐정 코난> 극장판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코난의 숙적 ‘검은 조직’이 극장판 시리즈에 첫 등장하는 시리즈로, 트윈 빌딩을 둘러싼 연쇄 살인과 검은 조직의 음모가 연속으로 벌어진다.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살인 사건과 검은 조직의 테러가 절묘하게 들어맞으며 위기가 고조되는 과정이 흥미롭고 이를 기발한 아이디어로 해결하는 코난의 추리가 통쾌하다.
빌딩을 무대로 한 작품답게 마치 <타워링> <다이 하드> 애니메이션 버전을 보는 듯한 스케일도 놓칠 수 없는 관전포인트다. 폭발 테러로 화재가 일어나고 트윈 빌딩 사이를 넘나들며 탈출하는 이들의 모습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무엇보다 물리법칙의 한계를 뛰어넘는 마지막 자동차 점프씬은 이번 극장판을 넘어, <명탐정 코난> 시리즈 전체에서도 잊을 수 없는 명장면으로 남겨졌다. 추리와 액션의 완벽한 콜라보 속에 검은 조직의 존재감은 작품의 완성도에 큰 힘을 보탠다.
명탐정 코난: 베이커가의 망령 (2002)

<명탐정 코난: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과 더불어 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극장판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2002년 4월 20일 일본에서 개봉한 6번째 극장판이자, 국내에서 최초 극장 개봉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코쿤’이라는 체험 시뮬레이션 게임 시연회로 시작한다. 가상 현실을 무대로 실제 플레이어가 참여할 수 있는 이 게임은 신이치의 아버지 쿠도 유사쿠와 아가사 박사도 개발에 참여했다. 하지만 시연회 도중 코쿤의 개발자가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설상가상으로 ‘노아의 방주’라는 AI가 게임에 참가한 아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죽음의 게임을 제안한다. 누구든지 코쿤 속 스테이지를 한 명이라도 통과하면 아이들을 다시 풀어주겠다는 것. 물론 전원 실패가 된다면 이들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다. 이에 코난은 살인사건의 단서를 찾을 겸, 게임에 참가한 아이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코쿤에 도전한다. 연쇄 살인마 잭 더 리퍼의 위협이 계속되는 19세기 영국 런던으로 말이다.
지금은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AI와 VR를 애니메이션에 먼저 도입해 흥미로운 추리 게임을 벌이는 <명탐정 코난: 베이커가의 망령>. 코난 시리즈 특유의 추리와 서스펜스는 물론, 가상의 베이커가에서 벌어지는 여러 모험담이 시종일관 강력한 몰입감을 자아낸다. 실제 연쇄살인마이기도 한 잭 더 리퍼의 위협, 여기에 소설 「셜록 홈즈」의 주요 인물이 카메오처럼 출연해 스케일과 세계관을 더욱 넓힌다. 여기에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교육의 문제점, 세습의 폐해 등 사회 비판적인 시선이 강하면서도, 고난 끝에 성장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래의 희망을 거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명탐정 코난: 칠흑의 추격자 (2009)

<명탐정: 코난: 칠흑의 추격자>는 2009년 개봉한 <명탐정 코난> 13기 극장판으로,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에 이어 검은 조직이 8년 만에 돌아와 많은 기대를 모았다. 도쿄를 중심으로 6건의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피해자들 옆에는 알파벳이 새겨진 6개의 마작패만이 있을 뿐, 이들에게는 어떠한 공통점도 없다. 그러던 중 코난은 자신의 주위에 다시 검은 조직의 마수가 뻗기 시작하는 것을 깨닫고, 이 사건이 단순히 연쇄살인사건만은 아님을 직감한다. <명탐정: 코난: 칠흑의 추격자>는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 경찰청에 숨어든 검은 조직의 스파이까지 밝혀야 하는 코난의 활약상이 단연 돋보인 작품이다.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명탐정 코난> 극장판답게 추리와 스케일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쉴 새 없는 재미를 발산한다. 경찰 조직의 스파이를 찾는 이야기부터, 검은 조직과의 정면 승부까지,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가 다음을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특히 후반부 헬기를 탄 검은 조직과 코난의 액션 장면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보는 듯한 볼거리로 강력한 스릴감을 자아낸다. 위기에 빠진 란이 눈으로 총알을 피하는 등, 다소 황당한 장면도 있지만, 코난적 허용(?)으로 이 정도는 넘어가주자. 어쨌든 간만에 탄탄한 추리를 바탕으로 시원시원한 스케일과 액션이 돋보인 극장판이었다.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 (2023)

2023년 개봉한 26번째 극장판이자,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 <칠흑의 추격자> <순흑의 악몽>에 이은 검은 조직과 엮이는 극장판이다. '극장판에 검은 조직이 나오면 일정 이상의 재미는 보장한다'는 속설을 다시 한번 증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전 세계의 경찰이 가지고 있는 방범 카메라를 연결하기 위한 해양 시설 ‘퍼시픽 부이’. 여기에는 얼굴 인증 시스템을 통해 시간을 지나더라도 용의자, 실종자 등 특정 인물을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이 들어있다. 하지만 어느 날 이 기술을 개발한 엔지니어 나오미가 검은 조직에 납치되고, ‘퍼시픽 부이’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모든 것이 미궁에 빠진다. 게다가 검은 조직이 나오미가 만든 기술로 생존했을 것이라 생각한 옛 조직원 ‘쉐리’(현재 하이바라 아이로 위장 중)를 추격하면서 코난 역시 위기에 빠진다. 납치된 나오미를 구하고, 퍼시픽 부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이 연결된 단 하나의 진실을 찾아야 한다.
<명탐정 코난> 극장판은 매년 나올 때마다 흥행 수익은 우상향 중이지만, 시리즈 특유의 재미-특히 추리의 난이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계속 받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흑철의 어영>은 모처럼 추리와 액션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초기 극장판의 느낌을 살렸다는 평가다. 특히 전혀 상관없을 것 같았던 유럽에서 살인사건과, 퍼시픽 부이 사건, 검은 조직의 납치 등이 모두 연결되어 있음이 나중에 밝혀지면서 반전의 놀라움도 함께 건넨다. 코난과 하이바라의 관계를 메인으로 그려 이 커플을 지지하는 팬들에게는 반가운 선물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잠수함과 바다라는 특수한 배경 속에서도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액션 장면 또한 스케일의 재미를 더한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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