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올라도 끄떡없는 强달러… “韓 물가에 악영향 우려”
미국 에너지 수출 늘자 유가·달러 동조화 가속
한국은행도 주시… “韓 물가 변동성 높일 우려”
미국이 셰일 혁명 이후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변모하면서 국제유가와 달러의 동조화 현상이 공고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로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입이 어려워진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미국의 에너지 수출이 증가하면서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우리나라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엔 국제유가가 오르면 달러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수입 물가를 낮추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유가와 함께 달러 가격도 오르면서 수입품의 가격까지 비싸져 국내 물가의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
◇ 美 일일 원유 생산량, 사우디·러시아 넘었다
6일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미국 셰일붐 지속가능성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작년 12월 15일 하루에 원유 1330만배럴을 생산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5일에도 1320만배럴을 생산하며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원유생산(일일 960만 내외)을 크게 상회하는 규모다. 미국의 원유 생산에서 셰일오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상회한다. 최대 셰일오일 지역인 퍼미안의 작년 12월 일일 생산량은 평균 598만배럴로, 세계 4위 생산국 캐나다 생산량보다 많았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이 증가한 것은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셰일업체들의 시추 효율성과 유정 생산성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셰일업체들의 손익분기점은 55달러 안팎이었다. 그러나 서부텍사스산(WTI) 원유의 연평균 가격은 ▲2021년 배럴당 68달러 ▲2022년 94달러 ▲2023년 78달러 등을 기록하면서 이를 상회했다.
미국이 셰일가스 생산량 증가에 힘입어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변모하면서 유가와 달러의 관계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과거엔 유가가 오르면 원유 수입이 줄면서 주요 결제통화인 달러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유가가 오르면 에너지를 수출하는 미국의 무역수지가 좋아지고, 강달러 현상이 나타난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유가와 달러는 같은 흐름을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WTI) 원유 선물가격은 2022년 5월 119.98달러로 연중 정점을 찍은 후 작년 5월 63.70달러까지 내렸다가 지난달 초 72달러 안팎으로 올랐다. 달러화지수(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는 2022년 9월 114.78로 연중 최고치를 찍고 작년 5월 101.03으로 내렸다가 지난달 103.27로 증가했다.
◇ 유가·달러 동행 지속될 듯… 韓물가 영향 주시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소비량의 95%를 수입하는 나라들은 달러와 국제유가의 동조화 현상이 달갑지 않다. 통상 유가 상승은 에너지 수입국의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데, 달러까지 강세를 보이면 자국 통화로 표시된 수입품의 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수 있는 요인이 두 가지가 함께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도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2024년 제1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은은 한 금통위원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과거에는 유가 상승시 달러 약세로 인한 원화 강세가 유가 충격을 완충한 데 반해, 현재는 유가와 달러화의 동조화가 우리 물가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을 유의해서 살펴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달러와 유가의 동행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유가가 여전히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을 웃돌면서 미국의 원유생산량이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은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이 올해 1321만배럴에서 2025년 1344만 배럴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탐사 및 시추 기술의 발전으로 셰일업체들이 시추 효율성을 높이고 유정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는데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메이저 기업들의 진출이 확대되는 것도 셰일오일 증산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셰일업계 전체적으로 생산 안정성이 제고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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