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코인 딥다이브] '위믹스 손실처리' 네이버, 자체 블록체인 기술로 스테이블코인 준비

국내 IT 기업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에 담긴 산업적 함의를 심층 분석합니다.

/이미지 제작=퍼플렉시티

네이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달러 등 기존 화폐의 시세를 추종하는 가상자산) 사업을 준비 중인 가운데 가상자산 위믹스를 전액 손실처리했다. 위믹스가 상장폐지되면서 회수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위믹스를 발행한 위메이드와의 협력 없이 자체적으로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사업을 진전시킬 수 있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9일 네이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상반기 위믹스 86만6700개를 손상처리했다. 2020년 첫 취득금액은 33억2600만원으로, 올해 6월 장부금액이 0원으로 처리되면서 회계상 손실이 발생했다.

네이버는 2020년 위메이드와 블록체인 기술 사업 협력을 시작하며 위믹스를 사들였다. 당시 네이버클라우드의 전신인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은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전문 계열사 위메이드트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위메이드트리는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을 개발하고,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은 위믹스 플랫폼 기반의 정보기술(IT) 인프라와 플랫폼 운영을 돕기로 했다.

위메이드는 2021년 P2E(Play to Earn) 게임 '미르4 글로벌'을 출시해 위믹스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게임은 동시접속자 수 140만명을 넘겨 위믹스 생태계를 확장했다. 당시 가상자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위믹스가 2022년 상폐되면서 네이버와 위메이드 간 협력도 어려워졌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가상자산거래소가 모인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위믹스 유통량 공시 위반을 지적했다.

위믹스는 이듬해 빗썸·코빗·코인원·고팍스에서 재상장됐지만 올해 다시 위기를 맞았다. 해킹으로 약 865만개, 90억원 규모의 코인이 비정상 출금됐기 때문이다. 위믹스는 올 6월 닥사 소속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상폐된 뒤 7월부터 출금지원이 종료됐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보고 보유한 위믹스를 전액 손상처리했다.

/그래픽=윤상은 기자

네이버가 공시한 가상자산 보유 내역은 위믹스가 유일했다. 보통 기업은 블록체인 기술 개발과 사업 추진을 목적으로 가상자산을 소유하기 때문에 향후 네이버 가상자산 사업의 향방에 관심이 쏠렸다. 네이버는 위메이드와의 협력과 별개로 자체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융 서비스로 발전시키는 형태다.

특히 네이버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움직임에 맞춰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올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콘퍼런스콜에서 "국회와 정부의 입법 및 정책 동향을 주시하면서 서비스 활용 기회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는 스테이블코인 사업 인허가 요건, 이용자보호와 내부통제, 대주주 자격 등이 담긴 법안이 발의돼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미지의 영역이지만, 관련 제도가 마련되면 블록체인 기술 역량을 가진 네이버도 실생활에 유용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체불가토큰(NFT) 사업에 나서 블록체인 기술과 사업역량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는 2022년부터 약 2년간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알체라와 협력해 NFT 마켓 '팔라스퀘어'를 운영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가상자산 지갑 '네이버페이 월렛'을 출시했다. 이는 네이버페이 앱으로 코인, NFT를 보관·이체하는 서비스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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