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잃었지만, 코딩 세상은 훤하게 꿰뚫었죠”…구글에 입사한 이 청년
구글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는 서인호 씨는 5세때 발병한 녹내장 합병증으로 8세때부터 양쪽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다. 머릿속에서 그린 아이디어를 코딩으로 현실에 구현하는 작업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 시력이 멀쩡한 비장애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누구의 도움 없이 홀로 수행하고 있다. 최근 매일경제와 화상으로 만난 그는 이 작업을 “점으로 이뤄진 1차원의 점자 세계를 벗어나 현실의 3차원 세계로 도달할 수 있는 길”이라고 표현했다.
서씨는 소리를 매개로 코딩 명령어를 직조한다. 화면 속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프로그램인 ‘스크린 리더’를 비롯해 시각 정보를 청각 정보로 변환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 통해서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막연할 수밖에 없었던 그림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IT(정보통신) 기술이 삶의 장벽을 어떻게 완화하고 있는지 매일 체감하면서 동시에 디지털 격차가 사회적 소외계층에게 얼마나 더 매서울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씨가 코딩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생이 되고 나서였다. 2016년 서강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그는 졸업 필수과목으로 프로그래밍 언어 중 하나인 파이선을 배워야 했다. 의무적으로 들었던 수업이지만 스스로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과생들 사이에서의 경쟁이라도 좋은 성적을 받았고,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기술임을 깨달았다. 그는 컴퓨터 사이언스를 복수 전공으로 선택하고 지난 2022년 1월 구글코리아에 개발자로 입사했다.
최근 자신의 삶을 정리한 저서 ‘나는 꿈을 코딩합니다’를 펴낸 까닭이다. 책에는 한국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여러 에피소드를 담았다. 특히 삶의 여러 갈림길에서 얻고 싶었지만 듣지 못했던 조언과 소회를 다른 장애인과 가족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서씨는 “장애를 가진 당사자 외에도 가족과 지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본사에서 일하면서 느낀 한국 사회의 장점도 강조했다. 대학교 2학년 때이던 2017년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냈던 시절과 생활인으로서의 삶의 차이를 짚기도 했다. 서씨는 “운전할 수 없으면 이동하기 어려운 물리적 제약을 비롯해 일상생활의 여러 순간에서 한국 복지제도의 장점을 체감했다”며 “다른 장애인들도 이를 잘 활용한다면 자신의 역량을 쉽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씨의 다음 관심사는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 찾기다. 현재 한국 사회에 대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유리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보고 그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놀이 문화’를 구축하고 싶다는 것이다. 새로운 문화가 고령사회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주장했다. 노화와 장애가 갖고 있는 동질적인 졔약을 IT 기술로 타개하고 싶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술의 발전은 장애인이 겪는 무기력함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장애인의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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