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퍼트 은퇴식 그 날 밤 ‘베스트 파트너’ 두 남자가 울었다
[아무튼, 레터]
세상에는 ‘굿 파트너’보다 훨씬 나은 ‘베스트 파트너’가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새삼 깨달았다. 한국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한 용병 투수 더스틴 니퍼트의 은퇴식을 뒤늦게 유튜브로 보고 있었다. 팬들이 “니퍼트! 니퍼트!”를 연호했다.
지난달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퇴장한 주인공은 아마도 마운드에 오르기 전부터 울고 있었다. 한 여성 팬이 큰 소리로 “울지 마!”를 외쳤다. 니퍼트는 두산에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94승을 거둔 투수다. 2018년에는 kt 위즈에서 프로 선수로 마지막 해를 보냈다.
조명이 꺼지고 그가 그라운드로 나왔다. 그 시절 동료들과 포옹. “영원한 파트너와의 만남은 운명 아니었을까요?”라는 소개에 이어 2018년 포수 양의지의 골든글러브 수상 소감이 흘러나왔다. “내 마음속 영원한 1선발은 니퍼트였어. 항상 응원하고 사랑해~”
이제 니퍼트가 마지막 소감을 전할 순서가 됐다. 미국에서 온 울보가 차마 말을 못 꺼내고 눈물을 훔치자 팬들이 일제히 용기를 북돋워 줬다. 그러자 니퍼트가 한국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야구장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다음부터는 감정을 바닥까지 표현해야 해 영어로 말했다. “2011년에 계약하기 전까지 KBO와 두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첫 시즌을 치르곤 두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야구 경력을 마치고 싶었습니다. 두산을 떠나 좌절할 때 기회를 준 kt 위즈에도 감사합니다. kt가 없었다면 외국인 선수 최초 100승과 1000탈삼진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니퍼트는 베스트 파트너를 호명했다. 최고의 포수를 향해 마음을 다 꺼내는 순간이었다. “양의지,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네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야. 고맙다는 말로 전하기에는 부족하고 또 부족해. 투수들은 함께하는 포수의 능력만큼 활약하는 거야. 너와 호흡을 맞춘 것이 나에겐 행운이었어…. 정말 고마워, 동생아!”
그 순간 중계 카메라가 양의지를 비췄다. 애정을 던지고 받고 다시 던지는 듯 덩치 큰 사내가 눈가를 훔치고 있었다. 포수답게 크고 두툼한 손으로. 그 풍경이야말로 ‘베스트 파트너’였다. 흔한 ‘굿 파트너’와는 차원이 달랐다. 투수는 함께하는 포수의 능력만큼 활약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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