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힘주는 카카오모빌리티…'韓 특화 데이터' 앞세워 빅테크와 경쟁

카카오모빌리티가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운영 중인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서울자율차'./사진=권용삼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연내 자체 개발한 '엔드투엔드(E2E)' 자율주행 모델을 실제 주행에 도입한다. 기존에 사람이 일일이 주행 규칙을 입력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상황 인지와 판단을 하나의 AI 모델로 처리해 자율주행의 안정성과 승차감을 극대화한다.

특히 완전 무인 자율주행인 레벨4 상용화 시대를 앞두고 있는 만큼 서울 강남 일대에서 쌓은 자율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력을 고도화해 글로벌 업체와 경쟁한다는 방침이다.

베테랑 운전 감각 익히는 'E2E'…핵심은 고난도 데이터 학습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달 9일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서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자사 자율주행 기술력과 사업 전략에 대해 소개했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율주행 기술 측면에서 인지-판단-제어를 단계별로 나눠 처리하던 기존 '규칙 기반' 방식에서 하나의 AI 모델이 주행 명령을 직접 생성하는 'E2E' 방식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방식은 카메라·라이다 등 센서가 주변 상황을 인식하면 이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이후 차량을 제어하는 단계별 구조다. 각 단계가 분리돼 개발자가 '이런 상황에서는 멈춘다', '저런 상황에서는 속도를 줄인다'는 식으로 상황별 규칙을 정해줘야 한다.

반면 E2E 방식은 센서로 들어온 정보를 바탕으로 주행에 필요한 판단과 제어를 하나의 인공지능(AI) 모델이 학습한다. 모든 상황을 규칙으로 만들어 입력하지 않아도 실제 운전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학습하면서 주행 방법을 익힌다.

다만 AI의 판단을 그대로 차량에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AI가 선택한 경로는 별도의 안전장치가 다시 검증한다. 예를 들어 보호구역에서 AI가 정지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더라도 교통법규에 따라 속도를 제한하고 일시 정지하도록 하는 식이다.

임인호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개발팀 AI주행파트 리더가 이달 9일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사 자율주행 기술력과 사업 전략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사진=권용삼 기자

임인호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개발팀 AI주행파트 리더는 "20년 경력의 베테랑 드라이버에게 왜 그 상황에서 '속도를 줄이고 핸들을 꺾었냐'고 물어본다면 대부분 '그래야 할 것 같아서'라고 대답할 것"이라며 "베테랑 드라이버의 감각을 모델에 학습시킨 것이 'E2E'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E2E 전환 과정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강조한 것은 데이터다. 단순히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보다 실제 주행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찾아내고 이를 AI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정제하는 기술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임 리더는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데이터의 절대량보다 데이터를 정제하고 분석하는 기술이 AI 경쟁력을 가른다"며 "결국 얼마나 좋은 데이터를 골라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불법 유턴·신호위반 차량, 무단횡단 보행자, 갑작스러운 공사 등 주행 난도가 높은 도로 상황일수록 수집되는 데이터는 희소하다. 이 예외 상황인 '엣지 케이스'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모으고 선별하느냐가 자율주행의 완성도를 결정짓는다.

임 리더는 "자율주행 데이터는 주행 난이도에 따라 5단계로 구분된다"며 "쉬운 곳에서 10년 운행하는 것보다 주행 난도가 어려운 곳에서 1년 운행하는 것이 AI 학습에는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3월부터 서울 강남구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에서 심야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서울자율차'를 운영하며 엣지 케이스를 수집하고 있다.

2018년 자율주행 태스크포스(TF)를 꾸린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술 개발에 이어 2020년 자체 기술을 적용한 자율주행차로 국토교통부 임시 운행 허가를 받았다. 이후 이듬해 판교에서 여객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올해 3월부터는 서울자율차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0일부터는 운행 차량을 기존 2대에서 6대로 늘리고 수동 운전으로 전환해야 했던 교통약자 보호구역까지 자율주행 운행 범위를 넓혔다. 이는 노선형이 아닌 구역형 자율주행 서비스로는 첫 사례다. 이를 위해 올해 6월 안전성 검증 등 국토교통부의 승인 과정을 밟았다. 이 서비스의 운행거리는 1만 3000km에 달했고 2000건 이상의 운행 서비스를 완료했다.

김민선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사업팀장(이사)은 "운영 기간 중 정차해 있는 상태에서 뒤차가 경미하게 추돌한 사례는 있었지만 자율주행 차의 과실이나 대인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시간당 강수량이 10~15㎜일 때도 문제없이 주행했지만 실증 초기 단계인 만큼 보수적 기준으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탑승객 평점은 4.97점으로 약 220명의 평가 가운데 97%가 5점을 줬다"며 "카카오T를 통한 차량 가동률도 84.3%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미중 공세 속 '특화 데이터' 무기…자율주행 주도권 지킨다

완전 무인 자율주행인 레벨4 상용화를 위해선 자율주행 기술뿐 아니라 관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24시간 관제시스템(CS) 센터와 현장 출동 인프라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차량을 하나의 관제센터에서 통합 관리하는 '자율주행 통합 관제시스템(AICS)'을 구축하고 있다.

김 팀장은 "레벨4 무인 대규모 자율주행 상용화의 성패는 '차가 얼마나 잘 달리는가'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24시간 지켜보고 대응하는가'에 달려 있다"며 "무인 차량 안에서 발생하는 승객 이슈를 비롯해 공사와 집회, 사고와 기상 변수 등은 자율주행 AI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민선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사업팀장(이사)이 이달 9일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사 자율주행 기술력과 사업 전략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사진=권용삼 기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차량의 주행환경과 자율주행 기능 여부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이상 상황이 감지되면 관제 요원이 개입한다. 다만 핸들을 직접 조작하는 게 아닌 관제센터가 제안하면 차량이 최종 판단해 수행하는 '간접 제어' 방식이다.

김 팀장은 "자율주행 기술과 플랫폼, 관제가 맞물려 발전하는 구조가 자율주행 진화 루프"라며 "이를 통해 자율주행이 이용자들 일상의 여정이 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아직 우위에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 자율주행 서비스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 중국 포니AI는 퓨처링크와 손잡고 오는 2028년까지 200대의 자율주행차를 국내 시장에 들여오겠다고 밝힌 데 이어 중국 바이두, 미국 구글 웨이모 등도 한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축적한 '한국 도로에 특화된 데이터'를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그는 "기술 좋은 해외 기업이 국내에 진출하더라도 데이터를 처음부터 축적해야 한다"며 "카카오모빌리티는 서울과 강남에서 꾸준히 데이터를 쌓으면서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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