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미친 영화'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서브스턴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폭발적인 화제를 모은 영화 <서브스턴스>가 마침내 12월 11일 개봉한다. 비명을 지르거나 박수를 칠 수밖에 없다는 '올해 최고의 미친 영화'로 각광받고 있는 이 작품을 낱낱이 뜯어본다.
당신은 하나임을 기억하라
한때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명예의 거리까지 입성한 대스타였지만, 지금은 TV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전락한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50살이 되던 날, 프로듀서 '하비'(데니스 퀘이드)에게서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 참담한 기분으로 귀가하던 중 갑작스러운 차 사고로 병원에 실려 간 엘리자베스는 미스터리한 간호사로부터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권유받게 되고, 단 한 번의 주사로 젊고 아름답고 완벽한 '수'(마가렛 퀄리)가 탄생한다. '당신은 하나임을 기억하라(REMEMBER YOU ARE ONE)'는 의미심장한 문구처럼 신제품 서브스턴스에 의해 시간을 공유하게 된 엘리자베스 역의 데미 무어와 수 역의 마가렛 퀄리는 러닝타임 내내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나 VS 나
<서브스턴스>는 나, 그리고 더 나은 버전의 나와의 지독한 대결을 그린 논스톱 블러디 스릴러다. 주인공 '엘리자베스'를 맡은 데미 무어는 실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로서 여성의 아름다움과 젊음에 집착하는 현대 사회를 겪어내는 인물을 사실적으로 연기하고 통렬하게 풍자하며 깊은 몰입감을 전한다. 특히 이번 영화로 연기 인생 최고의 커리어라는 극찬을 받은 데미 무어는 온몸을 내던지는 열연을 펼친 탓에 체중이 10kg 가까이 빠질 정도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연기했다"며 "내면의 폭력이 표출되는 모습을 관객들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감독인 코랄리 파르자에 의하면 데미 무어는 캐스팅 1순위가 아니었다는 것. "데미 무어는 이 역할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캐스팅 목록에 넣지도 않았다"고.
데미 무어의 뜻밖의 캐스팅
실로 데미 무어가 맡은 엘리자베스는 그 어떤 배우도 쉽게 승낙하기 어려운 역할로 파르자 감독 역시 데미 무어가 승낙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한다. 데미 무어는 "그 역할이 날 찾아왔던 것 같다"며 "내 결점을 부각시키는 장면이 있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런 장면들을 통해 오히려 스스로를 수용하고 감사함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엘리자베스라는 인물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역할이었기 때문에 결국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캐릭터를 탐구하고 함께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며 "자신을 깨우는 과정의 일부였다"고 전했다. 게다가 점점 늙어가는 모습으로 변하는 엘리자베스를 소화하기 위해 9시간에 달하는 특수 분장을 기꺼이 감내하며 지금껏 보지 못한 비주얼을 완성했다. 데미 무어는 "혼자 있는 장면들이 많은 엘리자베스의 심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눈빛과 작은 제스처로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데미 무어와 마가렛 퀄리의
미친 연기
<서브스턴스>의 두 주인공 데미 무어와 마가렛 퀄리는 파격적이고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무려 전라 격투까지 감행했다. 말 그대로 미친 연기의 끝을 보여주며 대결이라도 하듯, 관객들을 극한으로 몰고 간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은 데뷔작 <리벤지>에서 보여준 독특한 감각을 바탕으로 <서브스턴스>에서 자신만의 뚜렷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한물간 할리우드 스타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여성의 대비로 현대 사회와 할리우드가 가진 여성의 미를 향한 어긋난 집착과 광기를 독창적으로 풀어내 관객들의 비명과 환호를 동시에 이끌어 냈다.
쇼 비즈니스 세계에 대한
신랄한 비판
<서브스턴스>는 현대 사회의 미를 향한 끝없는 욕망과 집착, 쇼 비즈니스 세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감각적인 영상과 독창적이고 강렬한 연출로 완성해 전 세계의 찬사를 이끌었다. 제77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과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미드나잇 매드니스 관객상을 비롯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미드나잇 패션 섹션에 공식 초청되어 국내 관객들의 찬사와 함께 역대급 화제작의 등장을 알렸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은 강렬한 데뷔작 <리벤지>에 이어 <서브스턴스>를 통해 젊은 거장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공포와 유머가 뒤섞인 독창적인 전개로 현대사회와 쇼 비즈니스의 중심에 선 할리우드를 풍자하며 '올해 최고의 미친 영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서브스턴스>는 12월 11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나우무비 김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