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오지환(36)이 16일 잠실 롯데전에 선발 출전하면서 통산 2000경기 금자탑을 세웠다. KBO 역대 23번째이자 유격수로는 두 번째 기록이다.
한 팀에서, 단 한 번도 포지션을 바꾸지 않고 유격수로만 2000경기. 이 기록이 남다른 건 오지환이 걸어온 길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오지배', '양계장 오씨'

2010년 풀타임 첫 시즌, 오지환은 KBO 리그 최다 실책 27개를 기록했다. "타구 오는 것이 무서웠다"고 당시를 회고할 정도였다. 승패와 직결된 '클러치 실책'도 적지 않았다. 팬들 사이에서는 "경기를 지배한다"는 비꼬는 의미의 별명 '오지배'가 붙었다. '양계장 오씨'라는 별명도 있었다. 쉬운 타구를 자꾸 알까기한다는 뜻이었다.

비난은 거셌다. "오지환을 유격수로 쓰니까 안 되는 것이다." "포기하거나 다른 포지션으로 옮겨야 한다." 야구를 좀 안다는 이들은 LG의 부진을 오지환 탓으로 돌렸다. 2012년부터 3년간 연평균 실책 21.7개. 2018년에도 실책 1위(24개)를 기록했다. 가까운 이들의 기대와 먼 이들의 비난을 혼자서 감수해야 했다. 경향신문은 그를 '지구에서 가장 슬픈 유격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병역 특례 논란까지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며 병역특례 혜택을 받자 또 다른 비난이 쏟아졌다. "상무 간다고 했다가 버팅기다가 아시안게임으로 병역특례 받았다"는 비판이었다.

심지어 유승준과 비교하는 악플까지 달렸다. 부인 김영은 아나운서의 SNS에까지 악성 댓글이 쏟아져, 악플러를 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었다. 실책이 많았을 뿐이다. 군대도 합법적으로 해결했을 뿐이다. 그런데 욕은 다발로 먹었다.
그래도 묵묵히 유격수 자리를 지켰다

박종훈 전 감독도, 김기태 전 감독도, 류지현 현 감독도 오지환을 믿었다. "머지않아 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오지환은 누구보다 많은 훈련을 했다. 아프고 깨져도 내색할 수 없었다. 손톱이 들리고 손가락이 퉁퉁 부어도 훈련을 고집했다.

그리고 변했다. 2016년 잠실을 홈으로 쓰는 유격수 중 최초로 20홈런을 달성했다. 2022년에는 잠실 유격수 최초 20-20클럽에 가입했다. 같은 해 연속으로 골든글러브를 석권했다. 외신은 '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한국인 유격수'라고 칭찬했다. 실책왕이 수비왕이 됐다.
29년 만의 우승, 그리고 MVP

2023년 한국시리즈. 오지환은 3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LG를 29년 만의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한국시리즈 MVP에 등극했다. 기자단 투표 93표 중 80표. LG 타자 최초의 한국시리즈 MVP였다. 2025년에는 징검다리 우승까지 달성했다.
경기 후 오지환은 담담하게 말했다. "한 팀에서 2000경기를 뛸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한 번도 포지션이 바뀌지 않았다. 더 열심히 하려고 하고, 그래야 한다는 책임감도 든다."
"우승 다섯 번 채우고 싶다"

유격수 최다 출전 기록은 故 김민재 코치의 2113경기다. LG가 128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올해 안에 오지환이 이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

오지환은 아직 배고프다. "최근에 많이 누렸지만 아직 갈증이 난다. 어린 친구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다른 팀들의 우승을 지켜본 게 더 많다. 내가 고참이 되고 나서야 최근에 우승 두 번 했다. 뭔가 해냈다는 느낌보다는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팀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선수로 기억되길 희망한다. "우승 다섯 번은 채웠으면 좋겠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안다. 나중에 트윈스의 선수로 기억될 때 '아 그 선수' 하면서 기억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