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값 급등에 '담배가게' 벗어나는 편의점

김규식 기자(dorabono@mk.co.kr) 2023. 5. 2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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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우유·소주 값 등 오르며
가공식품 매출 비중 계속 증가
2년째 담배 비중 40% 아래로
MZ세대 흡연율 감소도 영향

코로나19 사태 이후 식품가격이 급등하면서 편의점이 '담배 가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있다. 담뱃값은 2015년 2000원 인상된 뒤로 8년째 그대로지만 식품값은 줄곧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외식물가가 급등해 편의점에서 한 끼를 때우는 사람이 늘면서 가공식품 매출 비중이 급등하고 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편의점 매출 가운데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아래로 떨어졌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담배 비중이 37.8%였다. 2018년 이 비중이 41%였던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 또한 담배 매출 비중이 30%대로 알려졌고 다른 편의점도 비슷한 추세다. 반면 가공식품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졌다. 2018년 기준 CU 매출에서 가공식품 비중은 39.9%였는데 지난해 42.8%로 높아졌다.

식품가격 급등에 따라 역설적으로 편의점은 담배로 돈을 버는 '죄악 상점'에서 벗어나고 있다. 편의점에서 주로 소비하는 가공식품가격은 최근 5년 사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컵라면이 대표적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팔도 왕뚜껑'은 2018년 1050원이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33.3% 오른 1400원에 달했다. 간식도 마찬가지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2018년까지만 해도 1300원이었는데 최근 1700원으로 급등했다.

서민 주류의 대명사 소주 또한 가격이 빠르게 올랐다. '참이슬 후레쉬'는 2018년 편의점에서 1병당 1650원이었는데 최근 1950원까지 오르면서 2000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흡연율이 하락하면서 담배 판매량이 주는 추세"라며 "한국 경제가 장기 불황에 진입하면 가공식품이 편의점 매출을 견인하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인 흡연율이 2021년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지면서 담배가 더 이상 주력 상품이 아닌 것은 맞지만,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가공식품가격 급등이 더욱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가공식품을 두고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경기 침체에 접어드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는 가장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가공식품으로 소비자들이 눈길을 돌린다는 것이다. 그만큼 가격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 효과가 작아 가격탄력성이 낮은 제품인데,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에 대한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 만큼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의점들은 자체브랜드(PB) 상품 비중을 높이면서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에 대응하고 있다. 편의점 식품가격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지 않으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에 때로는 손실을 보더라도 저렴하게 PB 상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편의점들은 할인율이 90%에 달하는 초저가 PB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CU는 2000원에 판매하던 아이스아메리카노(500㎖)를 5월 한 달 동안 200원에 판매하며 1000원짜리 '서민막걸리', 400원짜리 아이스크림도 선보였다. GS25는 지난달 정가가 3900원인 햄버거를 780원에, 4500원인 제육볶음 도시락은 350원에 판매해 인기를 끌었다. 세븐일레븐은 삼각김밥과 사이다를 합쳐 78% 할인된 550원에 판매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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