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와 하이브, '기업 밸류업' 제대로 하려면

조회 512025. 4. 1. 수정

[재무제표 읽기] 선언만으로 실현되지 않는 '밸류업'...결국, 전략과 소통의 문제

지난해 정부는 ‘자본시장은 기업 성장과 국민 자산 형성을 위한 핵심 인프라’ 라며 밸류업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기업가치 제고는 더 이상 특정 산업의 과제가 아니다. 부동산을 통한 자산 축적이 어려운 시대, 저평가된 상장사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정책은 곧 청년 세대에게 자산을 모을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밸류업. / pixabay

하지만 밸류업은 정부의 선언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실제로 기업이 앞서 나서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 주주환원, 투명한 경영, 자산 건전성 등 실질적 구조 개선이 수반되어야만 기업 밸류업을 완성할 수 있다.

2024년 결산 재무제표를 공시한 LG유플러스와 하이브는 비록 서로가 다른 성격의 기업이지만 밸류업이라는 측면에서는 서로를 비교하며 공부할 만한 부분이 존재한다.

먼저 LG유플러스. 2024년 실적만 보면 당기순이익이 반토막 났고, 영업이익 역시 감소했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감가상각과 손상차손 등 비현금성 비용이 이익을 깎았을 뿐, 실제로는 3.3조 원에 달하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기록했다. 차입금도 일부 상환하면서 재무건전성을 유지했다. 자산에서 무형자산의 비중이 줄어든 점은 리스크를 정리하는 과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24 LG유플러스 사업보고서. / DART

이제 시장은 LG유플러스에 묻는다. “그 현금을 어디에 쓰겠는가?”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이 가장 직접적이고 명확한 밸류업 해답일 수 있다. 그리고 LG유플러는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2025년에는 배당성향 상향 또는 중기 배당정책 가이던스를 통해 ‘실적은 주춤했지만 현금은 살아 있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기업 스스로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도 밸류업의 일환이다.

하이브는 다소 복잡한 흐름 속에 있다. 2024년 기준 매출은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악화됐다. 2023년까지 폭발적인 성장이 있었으나 최근 뉴진스 등 불미스러운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특히 하이브가 사업결합으로 취득한 미국에 위치한 Ithaca Holdings LLC 관련 영업권 손상만 753억 원, 투자활동 현금 유출은 3조2000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해당 유출의 주된 원인을 종속기업 취득이라고 밝혔지만, 실상은 기타유동금융자산 증가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2024 하이브 사업보고서. / DART

이곳도 회계적 해석과 커뮤니케이션 사이의 괴리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와의 소통 부족이다. 하이브 매출액 비중 구성을 보면 가장 높은 건 음반, 음원 관련 매출과 공연 수익이지만, MD 및 라이센싱, 콘텐츠, 팬클럽 등 스타 한 명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익이 다채롭다. 하이브가 높은 밸류를 받는 이유가 한 명의 소속 아티스트의 가치가 수백억, 수천억 원의 매출액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 덕분이다.

하이브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아티스트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 중심의 무형자산 비중이 높다. 하이브의 무형자산을 보면 기타의 무형자산 3358억 원을 찾아볼 수 있다. 시장은 이제 그 IP가 얼마를 벌어다 줄 수 있는지, 무형자산의 실질 수익성을 물어본다.

또 영업권은 아티스트 IP를 획득하기 위해서 수십개의 엔터테인먼트사를 M&A한 결과다. ‘글로벌 K-콘텐츠 기업’이라는 타이틀이 유지하기 위해선, 브랜드에 대한 감성적 신뢰뿐 아니라 무형자산과 영업권 숫자가 향후 미래수익으로 증명될 수 있는 확신을 요구한다. 시장에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2024 하이브 사업보고서. / DART

결국, 2025년 대한민국 기업에게 밸류업은? 전략과 소통의 문제다. 솔루션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한 주주환원 전략이 필요하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은 현금이 풍부할 때 여유롭게 추진할 수 있다. 둘째, 무형자산과 투자한 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투명하게 공시해야 한다. 잠재력이 높은 무형자산은 반대로 손상차손의 위험성도 내포한다. 투명하게 가능성과 리스크를 알려서 기업 가치의 변동성을 줄이자. 셋째,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실적만큼 중요하다.

밸류업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기업 실질의 변화 없이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는 소통 전략은 오히려 기업 가치를 훼손한다. 우리 기업이 진정한 밸류업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선 제대로, 정확히, 적극적으로 시장에 우리 기업의 가치를 증명할 태도를 갖춰야 한다. 숫자를 근거로 가치에 가치를 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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