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제안 | 해안가 집
세상에는 수많은 설계가 나오지만 그 모두가 건축물이 되지는 못한다. 대지 여건과 건축주의 상황, 건축가의 철학 등 다양한 요소가 담긴 설계 중 놓치기 아쉬운 사례를 만나본다.

인접한 도시 인프라와 자연 환경
충남 서천군에 자리한 대지는 계획관리지역으로 분류되어 전원주택 건축에 최적이었다. 대지는 정남향으로 배치되어 양지바른 땅이다. 또한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평지 위주여서 건축 계획 수립 시 지형적 제약이 최소화되었다. 대지는 교통 여건도 매우 양호하다. 군청과 철도역, 인근 나들목까지 각각 자동차로 10분 이내의 거리여서 도시 생활의 편의성을 유지하면서도 전원의 여유로움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자연환경도 매력적이다. 아름다운 산지 경관을 조망할 수 있으며, 해수욕장도 7㎞면 닿을 수 있다. 이는 귀농·귀촌을 꿈꾸는 건축주들에게 더없이 좋은 입지 조건이다.


계절과 풍경이 주는 변화를 만끽하는 집
당시 건축주는 소규모 출판사를 운영하는 40대 중반의 인물로, 은퇴 후 배우자와 대형 반려견, 그리고 고향에 사는 부모님과 함께 생활할 주택을 꿈꾸고 있었다. 건축주는 바다와 맞닿은 삶 속에서 가족과 시간을 나누고, 계절과 풍경이 주는 변화를 집 안에서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파사드와 유기적 공간
주택은 바다와 일상이 만나며, 프라이버시와 개방감의 절묘한 균형을 이루도록 계획되었다. 파사드에는 각도 조절이 가능한 전동 수직 루버가 설치되었다. 전동 수직 루버는 바닷바람과 햇살을 자연스럽게 조절하는 필터 역할을 한다. 상황에 따라 바다 쪽 조망을 완전히 열거나 생활 공간을 외부 시선으로부터 보호할 수도 있다. 또한, 루버 창을 통해 시원한 해풍이 실내로 유입되고 열린 마당의 상부로 따뜻한 공기가 자연스럽게 배출되어 쾌적한 공기 순환도 가능하게 한다.
가변형 창호와 실내 보이드 공간은 햇빛을 실내 깊숙하게 들인다. 시간대에 따라 변화하는 빛의 패턴이 공간에 생동감을 부여하기도 한다. 밤이 되면 루버 사이로 스며드는 은은한 내부 조명이 파사드를 하나의 조형물처럼 드러내며, 외부 조명과 어우러져 해안의 어두운 풍경 속에서 은근한 존재감을 발한다. 루버의 배열과 개방 정도를 필요에 따라 조정할 수 있으며 가변적 공간 구성으로 일부 공간은 확장할 수 있다.


바다를 중심으로 한 공간 구성과 조망
1층의 핵심 공간인 거실과 주방은 바다를 향한 축 선상에 배치되었다. 창호를 열면 실내외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어느 위치에서도 시선 끝에는 바다가 자리한다. 1층 바닥은 대지보다 다소 높게 계획했다. 이는 천재지변 시 해수면 상승에 대비하면서, 동시에 높은 시점에서 탁 트인 바다 조망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2층 테라스와 가족실, 높은 천장의 욕실은 모두 바다를 향해 배치되어 언제든 바다풍경을 만끽할 수 있으며, 후면부 침실은 조용하고 안정된 사적 공간을 확보한다.



주변과 유기적으로 관계 맺는 외관과 재료
외장재는 해풍과 습기에 대비해 지중해풍 건축을 연상시키는 스터코 마감을 사용했다. 여기에 오렌지색 타일을 포인트로 사용해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입면을 완성했다. 질감이 있는 콘크리트와 목재 루버의 조 화로 따뜻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내는 부드러운 톤의 페인트와 마루를 기본 마감재로 사용하고, 디자인 블록을 포인트 색상으로 활용해 전체적인 톤의 안정감을 구현했다. 재료의 자연스러운 흐름은 바다 풍경과 유기적으로 이어져 실내외가 연속된 공간으로 느껴지도록 했다.

공간 경험을 확장하는 부대시설
1층 외부에는 별채 형태의 정자를 두었다. 들창을 설치해 감성적인 개방감을 더하면서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근처에는 반개방형 대형 반려견 공간을 마련했다. 건물 외부의 진입부는 연로하신 부모님 이동을 고려해 경사로를 설치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충남 서천군 마서면
지역지구 : 보전관리구역
대지면적 : 480㎡(145.2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186㎡(56.26평)
연면적 : 331㎡(100.12평)
건폐율 : 38.75%
용적률 : 68.96%
설계 : 건축사사무소 해우가



건축가 김동기 : 건축사사무소 해우가
구성_ 조재희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5년 9월호 / Vol. 319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