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서 울고 넷플서 웃었다…김고은·이민호 '더 킹', 플랫폼이 바꾼 K-드라마 흥행 방정식

김고은과 이민호 주연의 SBS 드라마 '더 킹 : 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가 방송 당시 안방극장에서 거둔 아쉬운 성적표를 뒤로하고,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하며 반전의 드라마를 썼다.
스타 작가·배우의 만남, 그러나 안방극장의 냉담한 외면

'더 킹'은 방영 전부터 '히트작 제조기'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자 군 전역 후 복귀하는 이민호, 그리고 <도깨비>의 신데렐라 김고은의 만남으로 전 세계 K-드라마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첫 회 수도권 시청률 11.4%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리는 듯했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평가는 요동쳤다. 평행세계(대한제국과 대한민국)라는 복잡하고 불친절한 세계관 설정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했고, 극의 흐름을 뚝뚝 끊어놓는 노골적인 간접광고(PPL)는 드라마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연출과 서사의 유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 속에 시청률은 한 자릿수로 곤두박질쳤고, 결국 최고 시청률 11.6%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쓸쓸한 성적으로 종영하며 '김은숙 작가의 위기론'까지 대두되었다.
넷플릭스 타고 전 세계 역주행, '월드 랭킹 톱10' 유일 진입

안방극장의 차가운 시선과 달리, 190여 개국에 동시 스트리밍된 넷플릭스 공간에서의 기류는 전혀 달랐다.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더 킹>은 종영을 전후한 시점에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월드 랭킹(World Ranking)'에서 최고 7위~9위를 기록하며 국내 작품 중 유일하게 글로벌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연간 누적 기준 차트에서도 글로벌 12위를 기록하는 등 초대형 흥행을 거두었다.
특히 아시아권에서의 화제성은 폭발적이었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태국, 홍콩 등지에서 주간 랭킹 1위를 장기 집권했으며, 한일 관계 경색 국면 속에서도 일본 차트 상위권에 안착했다. 그뿐만 아니라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대륙과 남미 지역인 칠레, 도미니카공화국에서도 톱10 진입에 성공하며 범지구적인 인기를 증명했다.
공간의 한계 넘은 K-로맨스, 플랫폼이 바꾼 흥행 방정식

국내 안방극장에서 외면받던 작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이토록 뜨거운 재평가를 받은 비결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글로벌 탑티어 팬덤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남자 주인공 이민호가 보유한 압도적인 글로벌 SNS 영향력(당시 페이스북·인스타그램 한국 아티스트 통합 1위)이 전 세계 시청자들을 넷플릭스로 유입시키는 강력한 견인차 역할을 했다.

또한 OTT 시청 환경에 최적화된 서사를 한국 드라마들이 갖고 있다는 점이다. 주 2회 본방 사수로는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했던 '평행세계 판타지' 세계관이, 원하는 구간을 돌려보거나 한 번에 몰아볼 수 있는(Binge-watching) 넷플릭스의 시청 환경과 만나면서 비로소 강점으로 전환되었다. 뒤늦게 서사의 디테일을 이해한 글로벌 팬들 사이에서 "다시 보니 명작"이라는 입소문이 퍼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더 킹'은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글로벌 판매 매출 확대를 이끌며 2분기 실적 성장을 견인하는 효자 상품이 되었다. 비록 전통적인 TV 시청률 기준으로는 '실패'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을지언정, 미디어 플랫폼의 변화 속에서 콘텐츠의 흥행 기준이 어떻게 다변화될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인 '넷플릭스 역주행'의 상징적 사례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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