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겨울 남자 패션 트렌드 미리 보기

JW 앤더슨부터 조르지오 아르마니, 프라다, MSGM까지 밀라노 패션 위크의 필수 컬렉션을 만나보자.

Ciao amori! 새해에는 새로운 패션을 뽐내는 다양한 브랜드가 등장한다. 무미건조한 2월? 절대 아니다. 끝없는 패션쇼의 행렬의 문을 연 것은 밀라노 맨즈 패션 위크(Milan Fashion Week Men’s)로, 프라다(Prada), 펜디(Fendi), 구찌(Gucci) 등 한 단어 이름을 가진 유명 패션 하우스들을 시작으로 JW 앤더슨(JW Anderson) 및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Charles Jeffrey LOVERBOY)와 같은 영국 브랜드도 새로운 컬렉션을 공개했다. 또 아름다운 테일러링과 스커트를 입은 남성들 외에도 이번 시즌에는 몇 가지 새로운 데뷔 컬렉션을 주목해야 한다. 공백기에 돌입한 구찌(Gucci)는 올해 후반에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발표될 때까지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으며, 새로운 디자이너(웰컴 홈, 에트로(Etro)의 마르코 드 빈센조(Marco de Vincenzo)!)가 밀라노의 인기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소개한다.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쇼 노트에 따르면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이름을 딴 이번 쇼의 영감은 “고귀한 궁전의 밀라노 양식 아트리움… 정원을 숨긴 아트리움이나 흰색과 유색 대리석을 사용해 신중한 기하학으로 디자인된 공간”에서 가져왔다. 컬렉션 내내 은밀하게 감춰진 호화로운 고급스러움이 눈에 띄었는데, 편안한 실루엣의 그레이 부클레(bouclé) 수트부터 놀라울 정도로 이국적인 애니멀 프린트의 인조 모피 코트, 몹시 부드러운 캐시미어, 알파카, 그리고 이탈리아 장인의 시그니처 그레이 & 네이비 벨벳 테일러링의 레이어링으로 이어진다. 이는 모두 아르마니 씨가 가장 잘하고 잘 아는 장기, 즉 가장 호화로운 곳에서 화려한 인생을 사는 이들을 의한 의복이다. 그리고 주홍색으로 강조한 막간의 스키웨어는 아마도 알프스로의 이주 경험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밀라노의 궁전 같은 저택에 사는 이들은 당연히 겨울 주말을 그곳에서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녁에는 아마 오페라에서 밤을 보내게 될 텐데, 칠흑같이 어두운 블랙 벨벳 테일러링 여러 벌이 가장 훌륭한 액세서리, 즉 마지막 모델과 팔짱을 끼고 등장한 아르마니 이브닝웨어 차림의 여성과 함께 준비되어 있다. 이 정도는 되어야 호화롭다고 할 수 있다. OA

JW 앤더슨(JW Anderson)

정확히 10년 전,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은 런던에서 개최한 유독 아방가르드한 맨즈웨어 쇼로 영국 타블로이드 페이지에 이름을 올린다. 미니스커트 입은 남자? 어림없지! 때는 2013년이었고 그의 러플 스커트와 뷔스티에 탑이 곧 전 세계 남성 패션쇼의 필수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비록 이번에는 가죽이지만, 앤더슨은 2023년 가을-겨울 쇼에 바로 그 스커트를 다시 등장시켰다(2013년은 그가 스페인 가죽 회사인 로에베(Loewe)에 합류한 해이기도 하다). “디자이너로서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때는 본능적으로 어떤 것들을 거부해야 한다.” 쇼가 끝난 후 그는 설명했다. “내 브랜드로 끝없이 거부, 거부, 또 거부하는 단계를 거친 것 같다. 뒤로 돌아가 본 적은 없지만, 이번에는 돌아가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환생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쇼는 10년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신체 노출과 함께 시작되었다. 울 소재 언더웨어를 입은 장난스러운 소년들이 둘둘 말린 양털을 들고 다녔고 모델 몇 명이 가죽 부츠와 베개가 꿰인 티셔츠를 포모도로 토마토가 그려진 양팔로 든 채 등장했다. “우리는 창작을 위해 천을 사용한다.” 앤더슨이 즉석에서 말했다. “디자인을 시작하고 룩을 만드려면 천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천은 날 것의 아이디어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컬렉션이 원시적이고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되돌아갔다고 지적할 수 있다. 커다란 시어링 재킷, 길쭉한 버클 더플코트, 특대형 스웨터는 대부분 알몸 위에 걸쳐졌다. 게다가 최근 몇 년 동안 조나단의 관심을 끌었던 현대 초현실주의의 탐구를 확장하는 재미있는 디테일도 있었다. 대부분의 의상이 목덜미에 큰 가죽과 플라스틱 SIM 카드를 달고 있었는데, 이는 아마도 우리 모두가 어떻게 스마트폰에 붙들려 사는지에 대한 일종의 논평일 것이다.

앤더슨이 “지금보다 더 나은 시대”라고 일컫는 과거에 어린 윌리엄 왕자와 해리 왕자가 즐겨 착용했던 영국의 아동 전용 신발 브랜드 웰리펫(Wellipets)은 최근에 리브랜딩을 거치며 이번 컬렉션에 개구리 모양 슬라이드와 부츠로 협업했다. 어린 시절 본인도 즐겨 신었던 앤더슨은 몇 년 동안 그들과 협력하기를 원했고, 지금보다 더 좋은 타이밍은 있을 수 없었다. 개구리, 그러니까 부연 설명을 덧붙이자면, 개구리는 환경에 따라 성별을 바꿀 수 있다. 물론, 단순히 재미있기도 하고! 재미는 JW 앤더슨에서 점점 더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이자 밈에 푹 빠진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잊지 말자(‘And Just Like That’의 두 번째 시즌에서 비둘기 모양의 클러치를 확인해보자). “인류는 축소와 상실의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라고 앤더슨은 말한다. 실제로, 붕괴하고 있는 세계 경제를 감안할 때 많은 사람에게 어두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 안에 유머가 없다면 이 시기를 이겨내기 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신발 자체의 품질도 굉장히 좋다!” OA

프라다(Prada)

가을-겨울 2023 프라다 맨즈웨어 쇼의 초대장은 프라다 특유의 못생긴 듯 세련된 프린트 중 하나가 담긴 쿠션 커버와 흰색 베개였다. 이는 아마 잠, 혹은 꿈에 대한 주제를 암시하는 것 같다. 실제로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와 라프 시몬스(Raf Simons)의 마지막 쇼는 ‘Let's Talk About Clothes’라는 제목의 현실 탐구를 주제로 했다. 주된 테마는 가장 잘 알려진 복식의 원형을 취한 뒤 언어를 통해 의미를 변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옷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곧 옷의 핵심, 즉 옷은 입기 위한 것이라는 진실을 속이는 행위이며 결과적으로 컬렉션은 옷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옷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본 컬렉션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대화의 일환으로 연출되었지만 사실 진정한 강점은 단순함에 있다. 컬렉션은 장황한 독백이 아니었다. 사실, 룩이 문장이라면 프라다 컬렉션은 아마 형용사를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으면서 간결하고 요점을 잘 설명하는 문장일 것이다. 풀 리뷰에서 컬렉션에 대한 우리의 더 많은 생각들을 읽어볼 수 있다. OA

펜디(Fendi)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Silvia Venturini Fendi)는 그의 최신 남성복 컬렉션을 위해 가장 가벼운 캐시미어 소재를 선택했다. 2023년 가을-겨울 펜디 맨즈웨어 쇼는 회색 캐시미어 토가로 막을 열었다. 음, 사실 토가 비슷한 것이라고 해야 옳을 텐데, 캐시미어 천이 드리워진 집업 워크 재킷이었기 때문이다. 그 비대칭 실루엣은 주요 모티브가 되어 조르지오 모로더(Giorgio Moroder)가 큐레이팅하고 도나 서머(Donna Summer)가 참여한 사운드트랙, 디스코 볼 조명,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거대 핀볼 세트 등에서 확장되었다. 그는 분명히 젊은 시절의 밤 문화(스튜디오 54(Studio 54), obvs)와 그의 옷장에 여전히 있을 투명한 비대칭 할스턴(Halston) 드레스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비록 캐시미어 소재고, 남성 컬렉션이지만, 그것들의 정신이 컬렉션 군데군데 묻어있다. 골지 니트로 된 콜드 숄더 탱크 탑, 가죽 바지와 사리 드레이프 스웨터, 몸통을 가로지르는 스웨터 또는 그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 있을 정도로(아무것도 없음) 매우 얇은 스웨터 등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캐시미어 코트가 있었고, 바지 위의 비대칭 스커트가 달린 박시한 캐시미어 수트, 헐렁한 캐시미어 트랙수트, XXL 프린지가 달린 모헤어 담요가 든 우븐 캐시미어 버킷 백, 프린지 캐시미어, 얇은 캐시미어, 그리고 캐시미어 모자까지! 그야말로 캐시미어 대잔치다. 여기에서 전체 리뷰를 확인할 수 있다. OA

구찌(Gucci)

구찌는 공백기를 겪고 있다. 전지전능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가 11월에 떠난 이후 하우스는 모든 상황에 임기응변으로 대응하고 있다. 완전히 빈 껍데기는 아니지만, 새로운 미적 기준을 제시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곧 새로운 디자이너가 임명되겠지만, 그전까지는 2015년 미켈레가 보우 리본, 괴짜 테일러링, 그리고 털복숭이 슬리퍼로 남성복의 전통을 한결 부드럽게 바꿨던 순간처럼 혁신적인 순간이 오지 않을 것이다. 어제의 쇼는 쇼 노트에 설명된 것처럼 “임기응변”이었다. “이번 컬렉션은 구찌 하우스에 거주하는 다재다능한 창작자들과 장인들의 개성을 반영한다.” 당신의 생각은? 여기에서 컬렉션에 대한 전체 리뷰를 확인할 수 있다. OA

에디터 Osman Ahmed, Mahoro Se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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