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보다 소중한 개인의 자유, 법치로 보호돼야"

조철희 기자 2022. 11.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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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인터뷰 - 손윤호 법학박사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상하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 봉쇄령이 내려진 중국 상하이의 통제 구역 내에서 근로자가 펜스 밖을 내다보고 있다. (C) AFP=뉴스1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를 괴롭혀 온 지난 몇 해 동안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보호를 위해 공권력을 동원한 여러 대응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 개개인도 이런 국가의 조치에 이동의 자유 등 기본적인 권리의 제약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국가의 개입이 개인의 자유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연구한 손윤호 박사는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공익과 개인의 자유의 균형점을 찾기란 어렵다"며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공공의 목적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도, 개인의 이익이 공익을 침해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손 박사는 논문 <코로나 시대의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자유에 대한 법치국가적 역할에 관한 연구>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라는 공익을 위해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더라도 통제가능한 정부의 능력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고, 그 결정에 이르게 된 전제조건들이 여전히 타당한지에 대한 일관성 있는 대응조치를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당성이 확보된 '제한'이라면 모르되 정당성을 상실한 '침해'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국가는 공익을 위한 개입이 정당한 것인지, 개인의 자유를 무리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정당한 조치라 하더라도 그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등에 대해 법치국가적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손 박사를 만나 국가의 개입이 개인의 자유와 어떤 관계인지, 국가가 개입할 때 정당성은 어떻게 확보되고 그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법치국가로서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

손윤호 박사

국가의 개입 vs 개인의 자유
- 국가의 개입과 개인의 자유와의 관계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국가의 존재 이유와 역할]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본적으로 국가가 없는 상태에서는 인간의 자연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국가를 만들어 사회 평화와 안녕, 질서를 유지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크게 2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질서유지와 공공복리입니다. 치안과 국방 같은 질서유지는 매우 기본이고, 특히 현대국가가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 복리증진입니다.

[국가의 제한 vs 침해] 국가의 질서유지나 공공복리의 증진 과정에서 때로는 개인의 자유와 같은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이 제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본권에 대한 제약을 국가권력을 통해 하더라도 정당성이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 제약이 정당성이 있으면 '제한'에 그치지만 정당성이 없으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됩니다.

[정당성] 국가가 질서유지와 공공복리 증진의 역할을 하기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할 때는 반드시 정당성이 확보돼야 그것이 제한에 그치고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침해가 돼버리면 오히려 국가가 없는 것만 못할 수 있습니다. 국가는 국민의 인권을 함부로 침해해서도 안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국민의 기본권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제3자로부터의 기본권 침해도 국가는 적극적으로 방어해 줘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데 있어서 기준은 무엇입니까?

[명령과 금지] 법적 자유, 형식적 자유로서의 자유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도, 안할 수도 있는 자유를 뜻합니다. 행위 여부와 결정에 관한 자유입니다. 이러한 자유에 대한 제약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강제하거나, 안하고 싶은 것을 강제로 하게 하는 것입니다. 전자는 '소극적 명령' 또는 '금지'라 하고, 후자는 '적극적 명령' 또는 '명령'이라고 합니다. 즉, 법적 자유에 대한 제약은 법적 형태의 명령이나 금지가 됩니다.

[헌법 제37조 제2항] 국가는 공익을 위해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명령이나 금지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헌법 제37조 제2항에도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물론 기준과 원칙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제시한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입니다.

[원칙] '목적의 정당성'이란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 그 목적이 헌법과 법률의 체계 내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방법의 적정성'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 그 방법이 효과적이고 적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해의 최소성'은 기본권 제한 조치가 설사 적절한 것일지라도 그 밖의 보다 완화된 수단·방법을 찾아 기본권 주체에게 최소의 피해만 발생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법익의 균형성'은 어떤 행위를 규제함으로써 얻어지는 공익과 그로 인해 초래되는 사적 불이익을 비교해 공익이 더 크거나 최소한 양자 간에 균형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최대 보장, 최소 침해] 국가의 권력이 어디까지 미치고 어떻게 해야 되는가 했을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기본권의 최대 보장과 최소 침해는 기본권 보장의 2대 원칙이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어떤 면에선 더 많은 사람들의 자유 등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면 세밀하고 정교하게 해야 합니다.

- 국가가 국민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 뿐만 아니라 여러 규제들을 시행할 때도 이런 원칙들이 적용될 수 있을까요?

[국가의 규제] 법치행정이 자리를 잡은 이후로 규제 영역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는 공공성입니다. 국가의 규제는 공동선을 추구하는데 기여해야 합니다. 나의 소유를 남과 공유할 수 없고, 나의 가치체계를 남에 의해 강요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공공의 목적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도, 개인의 이익이 공공의 이익을 침해해서도 안되는 것입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뉴스1


- 국가가 개인에게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때로 소극적으로 개입했을 때도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과잉금지, 과소보호금지] 공권력 행사, 즉 국가의 작위(作爲)가 너무 과하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이 되고, 개인의 자유를 너무 방조하다 보면 공권력이 부작위(不作爲)로서 '과소보호금지원칙'에 위반됩니다. 과잉금지원칙도 필요하고 과소보호금지원칙도 필요한데 어디까지 두 원칙 각각에 해당되는가 하는 것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잘 파악해야 합니다.

[국민 보호] 과잉금지원칙은 국가의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침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기준입니다. 과소보호금지원칙은 국가의 국민 보호 의무의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한 원칙으로 국가가 국민 보호 의무를 이행할 때 보호 대상자의 안전은 과소보호금지원칙에 의해 보호돼야 합니다.

[자유권과 사회권] 우리 헌법에는 자유권과 사회권이 구분돼 있습니다. 신체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이 자유권이고 교육을 받을 권리, 근로의 권리,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 등이 사회권입니다. 공권력이 자유권에 개입할 때는 과잉금지원칙을 유념해야 하고, 사회권에 대해서는 반대로 과소보호금지원칙을 유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권이란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하기 위해 국가 공동체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급부와 배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 말씀대로 국가, 즉 정부는 국민이 인간적 존엄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간의 존엄성] 민주주의나 법치가 최고로 삼는 가치는 인간의 존엄성이죠.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탱해 주는 두 기둥은 자유와 평등입니다. 이 두 기둥이 튼튼해야 인간의 존엄성이 최대한 보장이 될 수 있습니다.

[기회균등] 그런데 우리 헌법을 보면 자유권보다 평등권이 더 먼저 나와 있습니다. 헌법 제11조가 평등에 대한 조문이고, 제12조부터 자유권입니다. 왜 그렇게 돼 있을까 한번 생각을 해봤습니다. 현대사회는 고대나 중세보다 훨씬 더 평등한 사회이지만 산업화 등으로 국가권력 못지 않은 강한 사회세력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평등이 전제되지 않는 자유경쟁은 실제로 불가능하기에 기회균등이라는 평등이 강조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자유를 줄테니까 알아서 해라'가 아니라 '국가가 공권력을 통해 기회를 균등하게 줄테니 그 위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해보라'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질적 자유] 자유도 과거 근대국가에선 '국가는 간섭하지 않을테니 스스로 잘 알아서 살아봐' 같은 것이었다면 오늘날 현대국가에선 '국가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해줄테니 그 안에서 자유롭게 능력을 잘 발휘해서 살아봐'가 된 것 같습니다. 과거엔 절대권력의 압제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the state)와 같은 형식적·정치적 자유였다면 지금은 실질적·경제적 자유가 중요합니다.

- 헌법 제11조처럼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는' 공동체,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된 공동체 속에서 개인의 실질적·경제적 자유가 확대될 것이라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공동체와 개인] 참된 공동체주의는 공동체의 이익 못지않게 개인의 이익도 소중히 여깁니다. 또 참된 개인주의 역시 공익을 소중히 여깁니다. 정의로운 개인주의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을 정의롭게 희생하기도 합니다.

[개인주의] 개인주의는 자유민주주의의 바탕입니다. 근대 시민혁명은 군주의 통치를 법치로 바꿨고,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탄생시켰고,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만들었습니다. 이것들이 가장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여긴 것입니다. 모두 공통적으로 국가주의보다는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공공이익보다는 개인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개인의 최소한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입니다.


정교하고 세밀해져야 할 법치
- 공익을 위한 개입이 정당한 것인지 등에 대해 국가가 법치국가적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선 법치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형식적 법치] 법치라는 것은 말 그대로 법에 의한 통치입니다. 시민혁명 때 시민들은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 달라며 법치를 요구했습니다. 이는 시민적 법치입니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에서 법치에 대한 큰 오해가 생깁니다. 당시 나치정권은 의회가 제정한 법대로 하면 법치라고 했습니다. 통치의 합법성, 합법률성만 강조한 것입니다. 그러면 의회가 제정한 법률이라면 악법도 법이 되는 것입니다. 법의 형식과 절차만 중시한 형식적 법치입니다.

[실질적 법치] 그러나 원래 영미법계에서 법은 성문법과 불문법이 다 포함되지만, 특히 연방 대법원의 판단이 즉 법입니다. 의회가 만든 법률, 성문법을 주로 법이라고 하는 대륙법계와는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독일도 결국 패전 후 실질적 법치를 받아들였습니다. 실질적 법치에선 통치의 합법성 뿐만 아니라 정당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정당성이 있어야 제대로 된 법치라는 것입니다. 우리도 과거 군사정권이 얘기했던 법치는 합법성만 강조한 법치였던 것입니다.

[위헌법률심사제] 실질적 법치에선 악법은 헌법에 의해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서 위헌법률심사제가 있는 것입니다. 법률이 잘못 만들어졌으면 헌법에 근거해 바꿔야 된다는 것입니다. 즉, 규범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규범 통제는 법의 단계와 구조를 말하는 것입니다. '최고의 가치는 헌법이다. 헌법은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가치를 담고 있다. 이 헌법의 정신과 가치에 어긋나는 법률, 하위법들은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이런 얘깁니다. 이런 게 규범 통제이고, 실제로 위헌법률심사제 같은 것입니다. 이런 것이 실질적 법치입니다.

[사회적 법치] 조금 더 나아가면 오늘날의 법치는 사회적 법치라고 합니다. 사회적 법치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합니다. 지금 우리 누구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길 원합니다. 그러나 개인 혼자만 노력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가 많은 사람들을 도와줘야 합니다. 무엇보다 법에 따라서, 법치를 통해 그래야 합니다.

- 법치국가의 역할에서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중 어느 곳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까요?

[행정부] 입법부가 법을 만들면 그 법을 가지고 국가 목적을 위해서 행정부가 법을 시행, 집행합니다. 법을 어떻게 시행, 집행할지 판단하는 것이 행정부입니다. 사법부는 분쟁의 경우에만 판단합니다. 따라서 가장 잘 해야 하는 곳이 행정부입니다.

[개별적·구체적 규율] 입법된 법은 일반적·추상적 규율일 뿐입니다. 개별적·구체적인 것이 행정입니다. 예를 들어 불특정 다수의 일반적인 대상에게 반복적인 시간과 장소에서 적용하는 도로교통법은 일반적·추상적 규율입니다. 주차금지, 야간통행금지 같은 것은 대상이 불특정으로 일반적이긴 하지만 시간과 장소는 특정돼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규율입니다. 노래방 사업 허가 같은 경우는 특정인이 대상이기 때문에 개별적·구체적 규율입니다. 그런데 법은 일반적·추상적 규율을 만들 수 있을 뿐이지 개별적·구체적 규율은 만들 수 없습니다. 개별적으로 구체적으로 규율을 집행하는 것은 행정부가 합니다. 그래서 행정부가 권한이 매우 많은 것입니다.

- 법치에 있어서 행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이신데, 우리나라에선 국회의원들이 양적으로 엄청난 법안들을 쏟아내 과잉, 졸속, 부실 법률 논란이 있고, 규제만 지나치게 늘어난다는 비판이 지속돼 왔습니다. 법이 없어서 법치를 못하는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국회의 법안 폭주] 300명이나 되는 국회의원들이 통과되든 안되든 법을 엄청 많이 만들고 개정하고 있는 게 사실이죠. 그렇다면 있어야 할 법은 거의 다 있다고 봐도 됩니다. 법이 1500개나 되는데, 있는 법들을 제대로 적용만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리] 그리고 의원들이 만드는 성문법만 가지고 법치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당연하게 여기는 원칙에 맞게 하는 것이 법치입니다. 불문법에는 관습법도 있고 판례법도 있고 '조리'(條理)도 있는데 조리를 '원칙'이라고 합니다. 평등원칙, 비례원칙, 신의성실원칙 같은 것이 조리입니다. 동양에서 말하는 자연의 질서와 같은 그런 조리의 원칙을 '최후의 보충 법원'이라고도 하죠.

[원칙] 성문법이 우선 중요하지만 성문법에 없으면 관습법이나 판례법에서 찾고, 여기서도 없으면 원칙을 찾으면 됩니다. 형사 소송은 반드시 성문법을 적용해야 하지 관습법이나 원칙을 적용하면 안됩니다. 그러나 민사나 행정 소송은 성문법이 부족하면 불문법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명절 '떡값'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가 쟁점이었던 재판에서 처음엔 법 규정이나 취업규칙에 관련 근거가 없어서 하급법원은 통상임금에 포함이 안된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떡값을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줬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통상임금이 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민사나 행정 소송은 이처럼 원칙을 가지고도 재판이 가능합니다.

- 우리 사회가 갈수록 더욱 복잡다단해지면서 오로지 법으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법치가 더욱 정교하고 세밀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익형량] 두 가지 가치가 부딪힐 때 예전에는 이익형량의 원칙을 고려했습니다. 양쪽의 이익을 비교해서 이익이 큰 쪽을 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규범 조화를 추구합니다. 예를 들어 2019년 4월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개정 시한을 넘겨 의사 부분에 한해서 효력이 상실된 낙태죄의 경우, 여성과 태아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이익형량의 원칙을 적용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규범 조화의 방법은 여성과 태아 모두를 최대한 조화롭게 고민하는 것입니다.

[규범조화] 즉, 임신 기간을 3개의 기간으로 나눠 초기 14주까지는 여성을 더 고려합니다. 15~24주는 태아의 상태를 잘 고려하면서 출산에 대한 판단을 여성이 잘 할 수 있도록 깊이 고민하는 시기로 봅니다. 그리고 25주 이후에는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도 그런 취지의 낙태죄 보완 입법을 기대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규범 조화의 법치는 어느 한쪽의 이익만 고려하지 않고, 최대한 모두를 존중하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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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희 기자 samsar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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