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철이 불 끄고 한강다리를 건넌 이유

“밝게 빛나는 불꽃처럼 어제보다 더 빛나는 내일이 되시길 바랍니다. 열차에서 보는 불꽃놀이가 올 한해 뜻깊은 기억으로 남길 바라겠습니다”

승객들 감동시킨 지하철 승무원의 남다른 센스

직장인이자 반수생인 스물여섯 박예린씨는 휴일에도 쉴 수 없습니다. 지난 10월 7일 토요일에도 늦은 시간까지 학원에서 수업을 받고 지하철을 탔습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아시안게임 거리 응원에, 서울 여의도에서 열리는 불꽃축제까지 지하철은 승객들로 붐볐습니다.

박예린씨
“홍대입구역 지나는 곳이라서 사람이 엄청 많거든요 (여의도 불꽃축제 하는 날인 걸) 알고는 있었거든요. 근데 못 봐가지고 좀 속상했는데...”

그때였습니다. 합정역으로 가는 길, 당산철교를 막 진입한 전동차 안에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승무원 안내방송
“우리 안의 열정과 꿈을 환영하듯이 높이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밝게 빛나는 불꽃처럼 어제보다 더 빛나는 내일이 되시길 바랍니다. 열차에서 보는 불꽃놀이가 올 한 해 뜻깊은 기억으로 남길 바라겠습니다”

기관사 멘트에 승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 그때, 갑자기 전동차 안이 어두워졌습니다. 기관사가 불을 끈 겁니다. 한강을 건너는 사이 창밖 불꽃축제를 보다 잘 볼 수 있게 배려한 거죠. 이후 전동차 안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박예린씨
“다들 핸드폰 한다고 고개 떨구고 계시다가 방송 나오고 소등되고 모두가 다 일어나셔서 하던 걸 멈추고 구경하시고 감사하다고 다들 감동하셨어요”

창밖에서 터지는 화려한 불꽃에 승객들은 하나가 된 듯 이렇게 "와아~~~" 감탄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예린씨는 곧바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파워F 울려버린 센스쟁이 기관사님 덕분에 마음이 따스워지는 하루였다”며 지하철에서 찍은 영상을 올렸습니다.

영상은 순식간에 23만이 넘는 ‘좋아요’와 1000개에 이르는 댓글이 달리며 큰 호응을 얻었는데, 놀랍게도 댓글 중에는 영상 속 주인공인 기관사의 댓글도 있었습니다. “민원이 들어올까 봐 고민하다 (전등을) 껐다”는 그는 “추억이 됐다니 뿌듯하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가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한데 나만 힘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예린씨도 그날 그런 마음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기관사의 작은 용기가 예린씨의 마음을 토닥여줬고, 덕분에 예린씨는 지친 하루를 따뜻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