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타고 전국일주, 멋지지 않나요?' MZ세대도 여행사 고객이 될 수 있습니다
여행객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테마 발굴
하나의 여행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상품 기획부터 판매, 정산까지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과정은 없다. 그래서 여행을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여행을 만드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채로운 이야기.
●국내여행의 매력으로 퐁당
홍익여행사 윤정영 여행사업부 팀장
국내여행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해외여행보다 접근성이 좋고, 당일여행부터 장기여행까지 취향에 맞춰 계획을 짤 수 있다. 국내 패키지 여행사 홍익여행사는 기차여행, 섬여행, 단풍여행 등 다양한 국내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홍익여행사 윤정영 여행사업부 팀장은 올해 막 팀장직을 단 풋풋한 새내기 팀장이다. 여행인 대부분이 그렇듯 20대 초반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여행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고백했다. 유럽 배낭여행 여정 중 가이드 투어의 긍정적인 경험이 여행사 입사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가 말하는 국내여행업의 매력은 '기회'였다. 종합 여행사보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상품 개발부터 판매, 출발, 손님 케어와 정산까지 모든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여행업에 관한 모든 걸 배울 수 있기 때문에 큰 경쟁력을 갖는다고 꼽았다. 윤 팀장은 "TV를 보다가 좋은 여행지를 알게 되면 다음 날 바로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를 시작해 볼 수도 있다"라며 "여행의 시작과 끝 모두를 다루기 때문에 일에 대한 욕심이 많다면 국내여행업이 제격"이라고 엄지를 들어 올렸다.
가장 재미있게 기획했던 상품은 별미 시리즈라고 한다. 취향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패키지 상품의 구매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가격이다. 보통 음식 단가가 올라가면 상품 가격도 올라간다. 하지만, 음식에는 진심인 한국 사람들의 심리를 간파해 음식 퀄리티를 높이며,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특히 별미 시리즈 상품을 다녀온 고객이 나중에 다시 연락해 택배 주문을 하고 싶다며 당시 먹었던 '게장' 집의 상호를 물어봤던 에피소드가 추억으로 남았다고 전했다.
코로나 이후 자유여행에 대한 선호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국내여행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그 안에서 동창회 등 단체여행을 기획하기 위해 여행사를 찾는 고객도 있다. 윤 팀장은 "앞으로의 단체여행 수요 확보를 위해 팀이 원하는 여행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상품 제시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개발하겠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MZ세대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서핑과 관광, 미식과 관광 등 새로운 유형의 특화 상품도 준비 중이다. 주 소비층인 중장년층 수요 확대를 위한 초럭셔리 상품도 선보인다.
KTX를 타고 전국을 일주를 꿈꿔 본 적이 있는가. 윤 팀장은 KTX를 타고 전국을 일주하는 상품 개발에 대한 꿈을 품고 있다. 현재 구간 발권 등 손이 많이 가서 보류된 상태지만, 전국에 홍익여행사 지사가 있는 만큼 목포, 여수, 부산 등 일주일간 지방 곳곳을 돌며 한국여행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 보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아, 참고로 개인적으로 버스 멀미가 있어서, 기차여행을 선호하는 취향도 반영됐다고 한다.
●남들보다 한발 앞선 여행
여행박사 김명길 중국팀 팀장
근거리 해외여행 인기는 변함이 없다. 일본여행 인기는 파죽지세이고, 베트남도 여전히 스테디셀러다. 중국여행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여행박사 중국팀은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다롄 패키지여행을 기획했다. 안중근 의사의 법정 투쟁 현장이었던 뤼순 관동법원과 뤼순 감옥 등을 불러보고, 독립운동 사적지 기부까지 이어지는 상품이다. 이번 상품을 기획한 여행박사 김명길 중국팀 팀장은 "일정이 유사한 여행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스토리가 있고 색다른 상품을 기획하고 싶었다"라며 "또한 기부를 통해 해당 유적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라고 상품 기획 배경을 밝혔다. 좋은 반응에 힘입어 항저우 프리미엄 상품도 출시했다. 고수석 박사와 함께 항저우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김구 선생 피난처 등을 방문하며,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운동 역사를 조명한다.
여행박사만의 색이 담긴 상품을 꾸준히 개발할 예정이다. 다롄 상품이나 항저우 상품처럼 우리나라의 역사가 담긴 상품 출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행지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와 연관된 관광지가 포함된다면 손님들의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다롄 상품과 유사한 상품을 타사에서 발견했을 때 '스토리가 있는 여행에는 누구나 관심이 가지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전했다.
중국은 개방이 늦어 작년까지만 해도 다른 나라에 비해 여행시장 회복이 더뎠지만, 항공 운항 횟수 증가에 따라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김 팀장은 중국여행이 활성화된다면 프리미엄 상품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여행박사의 3NO(노쇼핑, 노옵션, 노팁) 상품에 대한 판매 비중이 높아졌다. 여기에 상하이, 다롄, 칭다오의 에어텔 상품을 통해 2030세대의 수요를 흡수하며, 중국여행의 인기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중국 패키지 상품은 여전히 가격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놓치고 있는 것이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중국 패키지 시장의 질적인 성장을 위해 프리미엄 상품 다양화가 중요하다. 중국에서도 다양한 문화체험이 가능한 만큼 한 가지 이상의 체험이 들어간 상품을 기획한다는 계획이다. 이제는 그동안의 저가 경쟁에서 탈피할 차례라는 게 김 팀장의 판단이다. 모객을 위해 여행사들이 저가상품을 만들고 판매해 오고 있지만,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여행업계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저가 이미지, 덤핑 판매 등에서 벗어나 내 상품을 내 가족부터 보낼 수 있는 구조로 바꾸기 위해 오늘도 고민을 거듭한다.
●한국의 숨겨진 매력을 찾아
하나투어ITC 이하나 상품운영부 부서장
여행에서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 음식, 자연 등을 즐기다 보면 마치 현지인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는 여행지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관광 활성화와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인바운드 여행이 중요하다. 하나투어ITC 이하나 상품운영부 부서장은 15년째 한국관광의 매력을 알리는 데 여념이 없다.
그가 생각한 인바운드여행 업무의 가장 큰 매력은 '변수'다. 국제 정세 등에 따라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권태가 올 수 없고, 새로운 이슈에 대응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전했다. 특히 빠르게 흘러가는 다양한 트렌드를 상품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원동력이 된다고 한다.
하나투어ITC는 FIT 여행객을 위한 다양한 투어를 선보이고 있다. 그중 K-컬쳐와 융합한 '인더숲 BTS편 '평창' 촬영지 투어' 상품이 대표적이다.하이브와 함께 개발한 상품으로 BTS의 예능촬영 장소를 여행상품으로 활용했다. 2022년 출시 당시, 평창촬영지만을 보고 돌아오는것이 아닌, 한국의 바다를 보고싶어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니즈를 반영하여, 또다른 촬영지인 주문진 향호해변을 코스에 포함했다. 이 부서장에 따르면 론칭 초기 한국인 관광객이 90%였지만, SNS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현재 모객 인원 중 90% 이상은 외국인 관광객이다. 50대 엄마와 20대 딸이 함께 체험하는 등 국적, 연령에 상관없이 그들은 BTS로 하나가 된다. 피드백도 활발하기 때문에 인더숲 상품은 이 부서장에게 언제나 살아있는 상품으로 남아있다.
그는 한국관광의 다양화를 위해서는 민관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방한 외국인관광객의 관광 행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올 2분기 데이투어 이용률은 여전히 낮았다. 공급이 적으니 수요도 자연스럽게 낮은 것이다. 인더숲 상품 또한 평창을 둘러보는 지방여행 상품으로, 이 부서장에 따르면 지방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좋아할 콘텐츠가 다양하다. 하지만 여행사가 단독으로 지방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고, 유지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10개를 론칭해도 성공하는 상품은 하나에 불과할 때도 있다고 한다. 상품이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 지속적인 상품 홍보 등을 위한 지자체 등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장박으로 지방을 돌아보는 디스커버 상품도 안정적으로 안착하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 부서장은 협업을 통해 지방여행 상품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는 "클룩에서 고속버스터미널과 연계해 버스 예매 시스템을 오픈했는데, 클룩이 교통수단을 제공하고, 하나투어ITC는 데이투어나 반나절 투어를 제공하는 연계 상품을 생각해 봤다"라며 "다양한 방면에서 협업을 진행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여행의 최전선에 서다
안국태 관광통역안내사
여행의 최전선에서 한국을 알리는 이들이 있다. 친구처럼, 때로는 가족처럼 여행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한국의 숨겨진 매력을 속속 보여주는 그들은 관광통역안내사, 그러니까 가이드다. 안국태 가이드는 영어권 국가부터 시작해 중동, 동남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가이드라는 직업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그는 필리핀의 한 대학교에서 관광학과를 전공한 뒤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잠깐 일한 시기에 알게 된 친구와 함께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적성에 잘 맞는 걸 깨닫고, 그렇게 운명처럼 가이드가 됐다고 전했다. 가이드로서 모토는 '가족같이'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에 있는 너의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라고 전하며 투어를 진행한다. 그를 거쳐 간 외국인 관광객들이 좋은 추억을 가지고 다시 한번 한국을 방문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사명이다.
가이드 업무 초창기, 10년 전쯤에는 한국은 여행 선진국이 아니었다고 한다. 메인 목적지는 중국, 일본이었고, 한국은 곁다리로 잠깐 들르던 곳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10일 이상 머물다 갈 때가 많지만, 그 당시 짧게 머물다 가는 것이 다였다. 그에 따르면 변한 것은 또 있다. 한국 역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한국 역사에 대한 높은 학구열로 박물관 투어 등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공부에 대한 끈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나라별로도 특징이 다르다. 안국태 가이드는 "서양권과 동양권으로 보면 서양권의 경우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고, 동양권은 친절, 서비스 마인드를 더 중요시한다"라며 "중동 국가들은 두 개가 혼합된 만큼 가이드하기 까다로운 국가"라고 전했다. 가고 싶은 관광지도 판이한데, 동남아는 K-문화와 관련된 관광지 방문을 선호해 드라마 촬영지나, 한국의 랜드마크를 주로 관광한다고 한다. 유럽이나 미국은 트레킹, 하이킹 등 웰니스에 집중하는데, 가족 중에 한국전쟁 참전 용사가 있는 관광객 은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 높다고 전했다. 유럽과 미국은 DMZ 투어, 동남아는 남이섬 투어가 인기 있는 이유다.
안국태 가이드는 향후 10년간 지금처럼 가이드 업무에 집중할 예정이다. 10년 뒤에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도 쓰고, 외국인과 한국인 모두를 아우르는 투어를 개발해 보고 싶다는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힐링과 미식 등 다양한 테마 아래 남녀노소 누구나 다 즐길 수 있는 투어를 발굴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김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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