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간 경험해본 KGM의 토레스 하이브리드, 장점과 단점은?

보통 자동차 시승은 짧으면 두어 시간, 길어도 하루나 이틀 정도 진행되는게 일반적이어서 자동차의 모든 기능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보니 대체적으로 그 모델이 내세우는 주요 기능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수밖에 없고, 일부 기능들은 채 파악하기엔 시간이 부족해 기사에 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KGM에서 신제품인 토레스 하이브리드를 무려 열흘 동안 시승할 기회를 얻었다. 사실 시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모델이지만, 시승 당시 시간이 길지 않아 차의 모든 기능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번 열흘 동안의 시승에서 차의 장단점까지 속속들이 파악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차량을 받아 시내부터 장거리까지, 다양한 곳에서 타며 주요 특징들을 살펴보았다.

외관은 토레스 내연기관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전면부의 독특한 헤드라이트와 그릴 디자인, 후면에 마치 스페어 타이어 보관함을 연상시키는 후면 디자인도 그대로 이어받았다. 외관에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후면 브랜드 로고 하단에 덧붙은 하이브리드 엠블럼 정도가 전부다. 나름 개성 있는 외관이어서 남들과 다른 차별점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토레스는 좋은 선택지가 되어 왔는데, 이번 하이브리드의 출시로 개성에 경제성까지 함께 챙길 수 있게 된 것.

실내도 큰 차이가 없다. 약간 달라진 부분은 계기판의 표시내용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의 메뉴. 우선 계기판에선 배터리 충전 정도와 회생 제동 단계를 표시하는 메뉴가 추가됐다.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에서는 동력의 이동 현황을 볼 수 있는데, 처음 탔을 때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엔진이 어떻게 개입하는지 등이 궁금해 자주 띄워놓긴 했지만 시승이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보지 않아도 연비가 잘 나오니 크게 신경쓰지 않게 됐다.

차량을 받자마자 출장 일정 때문에 곧바로 장거리 시승에 나섰다. 왕복 500km에 달하는 상당한 거리의 코스에 시간까지 촉박해 속도를 높여 달려야 하는 상황이 겹쳐 부리나케 차량을 받자마자 짐을 싣고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꽉 막힌 시내를 빠져나와 겨우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속도를 높인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을 작동시키자 차량 흐름이 많은 곳에선 앞차와의 간격을 맞춰 달리고 차량 흐름이 적은 곳에선 지정한 속도에 맞춰 달린다. 여기에 토레스 하이브리드에 탑재된 ACC 기능 앞에는 ‘인텔리전트’라는 이름이 덧붙는데, 내비게이션 정보를 기반으로 카메라 단속 구간 등에서 속도를 제어하는 기능이 더해진다. 100km/h 구간에서 그 이상으로 설정해놓아도 카메라가 가까워지면 속도를 부드럽게 낮춰 단속 구간을 통과하고, 구간단속의 경우에도 시점과 종점은 물론이고 단속 구간 전체에서 평균 속도가 단속 기준을 넘지 않도록 속도를 알아서 조절해준다. 그동안은 현대차그룹 제품 정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기능이었는데, 최근 자동차 제조사와 내비게이션 업체들간의 협업이 활발해지며 점차 보급이 늘어나고 있어 반갑다. 덕분에 주행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크게 줄어들지만, 그래도 항상 전방을 주시하며 갑작스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재밌는 건 차로 유지 보조 기능으로, 개입도가 다른 차량에 비해 상당한 편이다. 이 때문에 운전을 내가 하는 것 같지 않아 아쉽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법한데, 이렇게 상당한 거리를 운전해야 할 때는 오히려 이렇게 높은 개입도가 운전의 피로도를 크게 덜어주니 좋다. 이날도 250km 거리를 휴식 없이 계속 운전해 달려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일정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어 몸이 굳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운전 과정에서의 피로는 이런 주행보조 기능이 없는 차를 탈 때와 비교하면 천지 차이라고 느낄 만큼 확 줄어든 것을 체감하게 된다.

장거리 운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내비게이션인데, 시인성도 좋고 국산 브랜드 제품답게 필요한 내용을 잘 표시해주는 점은 좋다. 여기에 터널 구간에서는 내비게이션 정보를 바탕으로 진입 전 자동으로 외기를 차단해 실내 공기질을 유지해주는 것도 꽤나 편리한 기능. 다만 아쉬운 건 시승 차량은 통신 기능(KGM 링크)이 개통되지 않은 상태다 보니 도로의 최신 내용들의 반영이 조금 늦었는데, 예를 들어 새롭게 추가된 단속 카메라 등이 기본 상태에서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 물론 업데이트를 하면 해결될 문제긴 한데, 사용자를 고려해 스마트폰 핫스팟 기능을 쓸 수 있게 해 스마트폰의 데이터로 내비게이션 등의 정보를 업데이트하게 해주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KGM 링크를 활성화하지 않으면 무선 업데이트 등은 물론이고 음성 명령 기능도 사용할 수 없지만, 신규 구입 고객에게는 5년간 무료로 제공하므로 차량 구매 고객이라면 당분간은 걱정할 필요 없다.

장거리를 달리면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유심히 살펴보니 일단 전기모터만 작동하는 EV 모드의 경우 최대 110km/h까지는 작동한다. 물론 이때 배터리의 전력 소모 속도가 눈에 띌 정도로 빨라지긴 해서 마음이 아프지만, 하이브리드의 한계니 어쩔 수 없다. 전력이 일정 이하로 소모되면 알아서 엔진을 작동시켜 다시 전력을 충전하고, 전력이 여유 있다면 상황에 맞춰 모터만 사용하거나 엔진과 모터를 함께 사용해 효율을 높인다. 다만 아무리 하이브리드라고 해도 규정 속도를 넘겨 주행하면 연비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중형 SUV임에도 공인연비인 15.2km/L(복합) 이상의 연비는 꾸준히 보여주는 편이다.

출장 일정을 마치고 복귀하는 길에는 조금 여유 있게 운전해보기로 했다. 출장을 소화하느라 상당히 피곤하기도 했고, 오는 길에 고속으로 달리며 떨어진 연비를 만회해볼 셈이었다. 역시 IACC 기능과 차선 유지 보조 기능을 모두 작동시키고 교통 흐름에 맞춰 느긋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앞서 오는 길에선 고속도로에서 규정 속도를 넘겨 달리는 시간이 적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규정 속도에 맞춰 설정하고 자동차에 운전을 맡기기로 한 것.

역시 규정속도를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연비가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다. 여기에 그동안은 질색하던 정체 구간이 나타나니 오히려 반가운 것이 저속에서는 전기모터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연비가 쭉쭉 오르기 때문. 출발할 때 15.5km/L 정도였던 연비가 서서히 올라 16km/L를 넘겨 목적지에 도착할 무렵에는 17km/L에 가까워질 정도로 향상됐다. 가솔린 엔진 기반의 중형 SUV임에도 이 정도 연비라니,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효율성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이후로는 시내 구간에서의 시승이 쭉 이어졌다. 시내 구간에서는 수시로 모터가 개입하긴 하지만 앞서 워낙 장거리를 다녀오다 보니 평균 연비를 올리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연비 운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보단 흐름에 발맞춰 달리는 수준 정도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평균 연비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한다. 토레스 하이브리드 시승을 진행하는 다른 매체 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내 구간에서만 연비가 22km/L 넘게 나왔다고 할 정도니, 현 시점에선 하이브리드가 가장 경제적이고 편리한 방식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기 시승인 만큼 아쉬운 점도 몇 가지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IACC 기능 작동 시 끼어드는 차량에 대한 감속 패턴으로, 차량이 끼어들면 일단 급격하게 속도를 줄이는데 이게 꽤나 불편함을 유발한다. 앞에서 차가 끼어들 낌새가 보이면 오히려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아 급감속을 억제하게 될 정도. 물론 안전을 위한 선택임은 잘 알고 있지만, 거리나 앞차 속도에 따라 조금 부드럽게 속도를 줄인다면 좋은 승차감을 유지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듯하다.

그리고 일부 차량에서만 나타나는 문제인 듯한데, 주유를 하기 위해 주유구 커버 우측을 손가락으로 눌러 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시승차의 경우 그렇게 해서는 주유구가 열리지 않아 주유소에서 당황했던 경험이 있었다. 이런 불편함을 겪은 사람이라면 우선 주유구 우측면을 손가락이 아닌 손바닥으로 넓게 눌러주면 주유구를 열 수 있다. KGM에서도 이런 문제를 겪는 다른 차량이 있다면 빠르게 해결해주길 바란다.

넉넉한 차체에 뛰어난 연비를 보여주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춘 중형 SUV임에도 토레스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T5 트림 3,140만 원부터 시작하는데, 경쟁 모델보다 적게는 65만 원, 많게는 155만 원 저렴하다. 여기에 다양한 안전·편의 사양을 갖춘 T7 트림도 3,635만 원(모두 세제 혜택 후 가격) 정도로 합리적인 하이브리드 SUV 구입을 고민하고 있다면 좋은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늘 힘들어만 보이던 KGM이 최근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놓인다. 이것이 허리띠를 졸라맨 성장세가 아닌, 시장에서 납득할만한 제품으로 꾸준히 문을 두드린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이기에 더더욱 긍정적이다. 물론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고, 전동화의 과도기라는 애매한 상황 속에서 타이밍 맞게 출시된 토레스 하이브리드가 선방하는 만큼 앞으로 지금의 자세를 유지해 근시일 내에 예전과 같은 황금기를 맞이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