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를 뒤흔든 거장 아르마니 별세

이탈리아 패션의 상징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4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
5일 아르마니 그룹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끝없는 슬픔 속에 창립자의 죽음을 알린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가족과 가까운 이들이 곁을 지키는 가운데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 회사 측은 아르마니가 마지막 순간까지 일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수많은 프로젝트와 컬렉션을 직접 챙기며 삶의 끝까지 회사를 향한 열정을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1934년 밀라노 남쪽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창문 장식 보조로 일하며 패션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1975년 친구 세르지오 갈레오티와 함께 폭스바겐을 팔아 만든 자금으로 남성복 브랜드를 출범했다.
이듬해 여성복 라인까지 선보이며 도전을 이어갔다. 1970년대 후반 선보인 안감 없는 스포츠 재킷은 할리우드와 월스트리트를 휩쓸며 큰 성공을 거뒀다. 단순한 티셔츠와 매치한 이 재킷은 전 세계 직장인과 배우들의 옷장에 자리 잡았다. 그는 이를 “패션 알파벳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불렀다.
여성을 바꾼 파워 슈트
1980년대 들어 여성들에게 바지 정장을 제안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어깨 패드가 달린 재킷과 남성용으로 재단된 바지를 결합한 이른바 ‘파워 슈트’는 일터에서 자리를 넓히던 여성들의 상징이 됐다. 그는 자서전에서 “남성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고 여성의 이미지를 강하게 만든 최초의 디자이너였다”고 적었다. 이후 베이지와 회색을 기본으로 하되 고급 소재와 밝은 색을 더해 특유의 부드러운 스타일을 완성했다.

숀 펜, 앤 해서웨이, 조디 포스터, 조지 클루니, 소피아 로렌, 브래드 피트 등 세계적인 배우들이 공식 석상에서 그의 옷을 즐겨 입었다. 할리우드 배우들은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앤 해서웨이는 SNS를 통해 “영원히 기억될 인물”이라 말했고, 줄리아 로버츠는 “진정한 친구이자 전설”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제국을 세운 창립자
아르마니 그룹은 지난 50년 동안 그의 철학 아래 성장해왔다. 그는 언제나 독립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고, 생각과 행동에서 자유로움을 지켰다. 그룹은 현재 9000명이 넘는 직원을 두고 전 세계 600개 매장과 7개의 허브를 운영한다. 의류와 액세서리는 물론 향수, 화장품, 가구와 실내 장식품까지 영역을 넓혔다.

그는 레스토랑과 클럽, 농구팀까지 운영하며 사업을 다각화했고 억만장자 순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밀라노를 향한 애정이 깊었다. 아르마니는 밀라노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지역 사회와 열린 대화를 이어갔다.

앞으로 그룹을 누가 이끌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생전에 그는 오랜 기간 남성복을 맡아온 레오 델’오르코와 여성복을 책임지는 조카 실바나 아르마니를 언급한 적이 있다.

한편, 아르마니 장례식은 본인의 뜻에 따라 비공개로 치러진다. 대신 6일과 7일 이틀 동안 밀라노 베르고뇨네 거리의 아르마니 극장에서 추모 공간이 마련된다. 수많은 이들이 그곳에서 작별 인사를 할 예정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옷으로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고 사회의 흐름을 움직였다.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서 일을 놓지 않은 패션의 황제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이름은 여전히 밀라노와 전 세계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쉴 것이다.

Copyright © 이슈피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