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영끌족 덮치는 ‘이자 폭탄’... 연간 수백만원 부담 늘어난다

강우량 기자 2026. 3. 1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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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2%였던 주담대 금리, 올해 재산정 시 갈아타도 4%대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2021년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3억원을 빌렸다. 5년간 연 2.7% 금리를 적용하고, 이후 6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조건이었다. 5년이 다 돼 은행에 문의해보니 금리를 연 4.6%로 높여 적용할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연간 이자 부담이 500만원 넘게 불어난 것이다. A씨는 “최대한 금리를 낮게 쳐주는 곳으로 대출을 갈아타더라도 연 4%대 금리는 각오해야 한다더라”고 했다.

5년 전 비교적 낮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이들이 올해 금리를 재산정하면서 이자 폭탄을 맞게 됐다. 2021년에는 집값이 폭등하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광풍이 불었다. 당시 대출 금리는 2~3% 수준이라, 그나마 상환 부담이 덜했다. 하지만 그간의 금리 인상 기조에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관리가 겹쳐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최근 4~6%대까지 치솟았다. 5년 만에 금리를 다시 정해야 하는 영끌족의 연간 이자 부담이 최소 수백만원씩 늘어난다.

◇지표 금리만 반영해도 2%포인트↑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2021년에 내준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20조3404억원으로 집계됐다. 고정형 주담대는 5년마다 금리를 새로 정하거나(주기형), 5년간 금리를 유지한 뒤 6개월마다 금리를 바꾸는(혼합형) 주담대 상품을 의미한다. 2021년에 고정형 주담대를 받았다면 올해 금리를 다시 정하게 된다.

통상 고정형 주담대를 받은 대출자의 40~50%는 5년 안에 갈아타기를 하거나 조기 상환한다. 이를 고려하면 5대 은행에서 2021년 새로 취급한 고정형 주담대 가운데 올해까지 남아 있는 대출 규모는 10조~12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금융권을 통틀어 최소 10조원 이상의 대출 물량에 대해 금리를 다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다시 정하는 금리는 2021년 대출 당시보다 2%포인트 넘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고정형 주담대의 지표 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상승했다. 은행들은 지표 금리에 가산 금리를 붙여 금리 수준을 결정한다. 2021년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연 1~2% 수준이었지만, 16일 기준 연 3.857% 수준까지 올랐다. 이것만 반영해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2%포인트 상향 조정된다. 여기에 은행들이 정부의 대출 규제에 발맞춰 가산 금리를 높이고 있어, 실제 금리는 더욱 오르게 된다.

금리 상승은 가계를 주름지게 한다. 30년 동안 원리금을 분할 상환하는 조건으로 3억원을 대출받았다면 연 2.7% 금리일 때는 이자로 연간 810만원을 갚아야 하지만, 금리가 4.6%로 뛰면 연간 1380만원을 상환해야 한다. 1년에 570만원, 한 달로 계산하면 50만원 정도를 은행에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갈아타기로도 금리 인상 못 피해

제반 수수료를 감안하고 대출 갈아타기를 하려 해도 이자 폭탄을 피할 수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분기 연 2.63% 수준이던 고정형 주담대 평균 금리는 올해 1월 기준 연 4.26%까지 올랐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고정형 주담대 금리 하한이 연 4% 후반대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고정형보다 금리가 낮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타도 상황은 비슷하다. 변동형 주담대는 6개월마다 금리가 변하는 상품이다. 15일 기준 5대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85~5.74%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5년 재산정 주기에 맞춰 최저 금리 상품으로 갈아타기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연 4% 초반대 금리가 최선일 것”이라고 했다.

또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서 판매하는 ‘특판’ 주택담보대출 역시 금리가 4% 초반대다. 게다가 정부 엄포에 상호금융권은 주담대 판매를 계속 줄이는 모습이다.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지난달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대출 신청을 막고 있다.

일단 대출을 갈아타지 않고 버티다가 금리가 떨어지면 그때 갈아타는 전략을 택할 수도 있지만, 금리를 낮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정부의 가계 대출 긴축 기조가 워낙 강한 데다, 중동 분쟁 등으로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이 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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