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사 인구절벽 생존법] ③ 시니어 기저귀 시장에서 기회 찾는 유한킴벌리

한국의 인구 붕괴와 초고령화 사회가 유통 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유통회사의 생존 전략을 살펴봅니다.

유한킴벌리 CI . /  사진 = 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새 기회를 찾았다. 아동 인구 감소로 유아 기저귀 시장이 축소되고 있지만 노인 인구의 증가로 성인용 기저귀의 수요가 증가하며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 중이어서다. 유한킴벌리는 시니어 기저귀 사업을 차세대 동력으로 삼고 시니어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종합 연구를 통해 시니어 산업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지는 해' 유아용 기저귀 vs '뜨는 해' 성인용 기저귀

11일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2023년 아동 인구(0~17세)는 707.7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5년 전인 2018년 (817.6만 명)에 비해 13.44% 감소한 수치다. 아동 인구의 감소는 유한킴벌리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유아용 기저귀 시장의 위기로 직결된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유아용 기저귀 공급량은 성인용 기저귀 판매량에 역전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3년 어린이 기저귀 공급량은 5만8000여톤으로 성인용 기저귀 공급량(10만7000여톤)의 54% 수준을 기록했다.

내년 초고령사회(인구의 20%가 65세 이상 노인인 사회)의 진입을 앞두고, 시니어 산업은 빠른 속도로 확장 중이다. 2030년 시니어 산업의 규모는 168조 원 규모로 예상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현재 국내 시니어케어 위생용품 시장은 현재 900억 원 이상이며 잠재시장은 약 6000억 원 규모로 예상된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하며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매출 1조444억원, 영업이익 2024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2022년(1조509억원) 대비 4.3%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은 2022년(2098억원)에 비해 3.5% 감소하며 외형이 줄어들었다.

유한킴벌리는 쪼그라드는 유아동 기저귀 시장 대신 시니어 기저귀 시장에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적도 시니어 시장에서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유한킴벌리 사업 중 기저귀 사업의 비중은 40%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 중에서 아동용 기저귀가 75%, 성인용 기저귀가 2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성인용 기저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매년 성인용 기저귀 매출이 20%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유한킴벌리는 1993년부터 시니어 시장의 가능성과 성인용 기저귀 시장의 수요를 예측하고 성인용 기저귀 브랜드 '디펜드'를 한국에 출시했다. 이전까지는 환자용 기저귀로만 통하던 성인용 기저귀를 기능별, 상황별로 세분화 해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디펜드는 요실금 라이너, 언더웨어, 남성용, 간병케어, 산모케어 등으로 용도가 구분되어 있다.

유한킴벌리는 시니어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최근 대표 공장인 대전공장과 충주공장에 전용 제품 생산설비까지 구축했다. 기존에는 유아아동용품 전문 사업장으로 운영했지만 성인용 기저귀 시장이 늘어나며 기존 생산 라인 중 2개 라인을 성인용 기저귀 생산 라인으로 바꿨다. 지난 10년 간 유한킴벌리가 시니어 시장을 겨냥해 투자한 설비 비용만 약 6000억원이다.

유한킴벌리는 이러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며 시니어 기저귀 뿐 아니라 시니어 사업으로까지 영역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스마트 기저귀'를 개발해 곧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스마트 기저귀란 정확도가 높은 감지기술(디텍션)을 기저귀에 적용해 요양병원 등 의료 기관에서 기저귀 교체 알림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이다. 요양병원 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쓸 수 있도록 연구 중이며 현재 요양원에서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시니어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디펜드를 연매출 1000억원 브랜드로 만든다는 포부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시니어를 우리 사회의 새로운 주류로 받아들이고 이를 심층적으로 연구해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한킴벌리 디펜드 제품 모음. / 사진 = 유한킴벌리 홈페이지 갈무리

권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