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행복한 '덕질'을 꿈꾼다..영화 '성덕' 오세연 감독
[EBS 뉴스]
누군가의 팬으로 살아본 적 있으신가요?
항상 스타의 뒤에서 그들을 응원하는 팬,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가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된다면, 팬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오늘 개봉한 영화 <성덕>은 그런 팬들의 이야기를 담았는데요.
먼저 영상을 보고, 영화 <성덕>의 오세연 감독과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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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정 앵커
네, 방금 보신 영화 <성덕>의 오세연 감독,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아주 짧게 봤습니다, 그런데도 재미있는데, 팬들의 이야기가 날카롭기도 합니다.
처음에 이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을까요?
오세연 감독 / 영화 '성덕'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는 영화로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저도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헤엄치는 중이었어서요.
그러다 이 사건을 두고 웃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을 때, 주변에서 제 이야기를 듣고는 영화로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사건을 비판하는 팬들만 있는 게 아니고, 여전히 옹호하는 팬들도 있다는 사실에 궁금증이 생겨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혜정 앵커
실제 감독님의 이야기와,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로 이 영화가 구성돼 있습니다.
어찌 보면 흑역사가 된 '덕질'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영화로 만들기가 부담스럽지는 않으셨나요?
오세연 감독 / 영화 '성덕'
무척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흑역사잖아요.
그렇지만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이 아주 많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흑역사를 정면돌파해서 백역사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리고 사실 부끄러움은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몫이지 좋아했던 우리가 부끄러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혜정 앵커
각종 영화제에서 전회 매진이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런 반응 예상하셨나요?
그리고 관객들이 이렇게 호응하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다고 보시나요?
오세연 감독 / 영화 '성덕'
첫 영화이다보니 영화를 공개하는 것의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훨씬 컸던 것 같아요.
영화제에서 상영이 결정되었을 때나 첫 상영 이전에 SNS를 통해 화제작이 되었을 때나, 말 그대로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습니다.
기대가 커서 실망하시는 분들도 많겠다 싶었는데,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셨고, 저희 영화를 가슴 아픈 블랙코미디로 받아들여 주시는 관객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극장에서 박수치고, 소리내어 웃고, 울기도 하고, 탄식하고, 그런 역동적인 반응들을 제가 직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제가 가진 경험과 인터뷰이들의 언어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구나 또는 팬들이 주인공이 되어 팬으로서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 그간 정말 드물었구나, 이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이혜정 앵커
감독님께선 이른바 그 스타의 '성덕'으로, 방송까지 함께 출연하신 경험이 있습니다.
그 스타의 사건을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 어떤 마음이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리고 그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오세연 감독 / 영화 '성덕'
처음 사건을 접했을 때는 많이 충격적이었어요.
그 사람의 팬이 아니었더라도 기사를 보고 충격 받으신 분들이 굉장히 많으셨을 것 같고요.
가수로도 여러 활동을 했지만 방송인으로도 굉장히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주다 보니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요.
그리고 당시에는 제 감정을 정의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아요.
화도 나고, 슬프고, 배신감도 느껴지고,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상태였고요.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도 사건을 떠올리면 화가 많이 나요.
그 전후로 너무 많은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전만큼 충격 받지는 않는다는 점, 그게 이제는 달라진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참 슬픈 일이죠.
이혜정 앵커
감독님 외에도, 각자의 스타들에게 상처받고, 또 분노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영화에 생생하게 담겼습니다.
혹시 촬영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인터뷰 가운데 가장 공감이 되는 말 등이 있을까요?
오세연 감독 / 영화 '성덕'
저희 영화의 재미있는 대목 중에 하나가 '굿즈 장례식'인데요.
저희가 스타의 팬으로서 굿즈들을 굉장히 오랜 시간에 걸쳐 힘들게 모아온 것들, 그것들을 보내주는 의식입니다.
재미로 기획을 한 것도 있는데, 장례식을 실제로 생각해도 누군가를 보내는 마음을 보면, 실제로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의 시간은 어땠는지,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했는지가 잘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도 굿즈에 담긴 추억들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그 사람을 얼마나 좋아했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슬프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 장면이 생각이 많이 납니다.
이혜정 앵커
'성덕'이라고 하면 '성공한 덕후'이죠.
감독님이 생각하는 '성덕'은 무엇일까요?
오세연 감독 / 영화 '성덕'
예전에는 정량적인 것을 따졌던 것 같아요.
그 사람의 콘서트를 몇 번 갔고, 몇째 줄에 앉았고, 내 이름을 기억해주었는지, 그런 것들이요.
일련의 사건들을 거쳐 지금의 제게는 성덕이란 말이 무탈하게 오래오래 좋아하고 있는 팬을 지칭하는 말처럼 느껴집니다.
이혜정 앵커
스타는 매일 탄생합니다.
팬의 입장에서 스타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오세연 감독 / 영화 '성덕'
부담감이 굉장히 많을 것 같아요.
작은 영화 한 편을 만든 저조차도, 조금은 이름과 얼굴이 알려졌다는 이유로 행동거지를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팬들이 바라는 것은 잘 살아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혜정 앵커
'제발 잘 살아라'.
오세연 감독 / 영화 '성덕'
그것 외에 바라는 게 없지 않을까요?
잘 살아주세요, 10년이 20년이 지나도 당신의 팬이었던 시절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이혜정 앵커
영화가 오늘 개봉했습니다.
분위기 조금 바꿔서, 감독님이 콕 집어주시는 영화의 관전 포인트, 무엇일까요?
오세연 감독 / 영화 '성덕'
제가 만들었지만 우리 영화 정말 재밌습니다.
관전 포인트를 꼽아보자면, 솔직함을 넘어 통쾌한 인터뷰이들의 목소리가 아닐까 싶어요.
팬 개개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같이 울고 웃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꼭 누군가의 '덕후'가 아니라도, 어떤 사람을 좋아해본 경험만 있다면 충분히 공감하실 수 있을 만한 내용이니 극장에 오셔서 관객 분들과 박수치고 탄식하고 폭소하며 성덕이라는 영화를 직접 체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혜정 앵커
아까 영상에서도, '너 때문에 즐거웠고 행복했다. 하지만 벌은 달게 받아라', 포인트가 되고 기억에도 남는 부분입니다.
<성덕>이 감독님의 데뷔작입니다.
앞으로 또 어떤 영화를 찍고 싶은지, 세워둔 계획이 있다면요?
오세연 감독 / 영화 '성덕'
다큐멘터리뿐만 아니라 극영화나 드라마도 열린 마음으로 항상 생각하고 있고요.
제가 성덕을 만드느라 오랫동안 휴학을 했는데, 이제 학교로 돌아가서 본분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편영화 작업을 졸업을 위해 해야하는 상황이라서요.
우선순위를 어떻게 둘지 고민이 많이 되기는 하지만, 지금의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따져보며 다음 작품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이혜정 앵커
네, 성덕에서 보여줬던 감독님의 유머, 재미있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지만, 그 안에도 또 촌철살인으로 우리 시대를 보여주는 더 좋은 작품,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감독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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