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우수수’…열매터짐으로 낙과 심각

서륜 기자 2024. 9.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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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온 것도 아닌데 배가 추풍낙엽처럼 죄다 떨어졌습니다. 건질 배가 거의 없네요."

천안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배가 비대될 때 낮이고 밤이고 무덥다보니 배의 조직이 치밀해지지 못했다"며 "그런 상태에서 12∼13일, 20∼21일 폭우가 연달아 내려 열매터짐이 발생해 낙과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농가는 "태풍으로 떨어진 배는 가공용으로 팔기라도 할 수 있지만 열매터짐으로 낙과돼 썩은 것은 그냥 밭에 뿌리는 퇴비나 마찬가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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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지역
썩고 물러진 과실 많아 한숨만
재해보험 피해 산정 부실 우려
열매터짐 피해를 입은 배가 낙과되기 전 나무에 매달린 상태에서도 썩어가고 있다.

“태풍이 온 것도 아닌데 배가 추풍낙엽처럼 죄다 떨어졌습니다. 건질 배가 거의 없네요.”

24일 찾은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율금리에 있는 김경수씨(67) 배 과수원. 5619㎡(1700평)에 달하는 과수원 바닥에는 봉지에 싸인 채 떨어져 나뒹구는 배가 개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

떨어진 배들은 무더운 날씨에 금세 썩어 심한 것은 곰팡이까지 피었다. 나무에 달린 배들도 봉지를 벗겨보니 상당수가 갈라져 물러지거나 썩기 시작했다.

김씨는 “올봄 저온피해도 없었고 배꽃 인공 가루받이(화접)도 잘됐고 태풍 피해도 발생하지 않아 풍년 농사의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수확기에 이런 피해를 당하니 말문이 막힙니다”며 “얼추 봐도 피해율이 50%는 될 것 같다”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천안지역 배농가들이 여름 내내 지속된 폭염과 최근 쏟아진 폭우로 후폭풍을 호되게 겪고 있다. 상당수 배에서 열매터짐(열과)이 발생해 물러지고 썩다가 결국 힘없이 낙과된 것. 봉지에 싸인 탓에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피해가 이제서야 드러난 것이다.

천안배원예농협(조합장 박성규)에 따르면 24일 기준 130농가(200필지)가 열매터짐으로 낙과 피해를 입어 농작물재해보험 사고 신고를 접수했다. 다른 지역농협에 보험을 가입한 농가까지 합하면 천안지역 900여농가 중에 400∼500농가가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천안배원협은 추산했다.

원인은 올여름을 달궜던 기록적인 폭염과 최근 쏟아진 물폭탄이다. 천안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배가 비대될 때 낮이고 밤이고 무덥다보니 배의 조직이 치밀해지지 못했다”며 “그런 상태에서 12∼13일, 20∼21일 폭우가 연달아 내려 열매터짐이 발생해 낙과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피해는 태풍 피해보다 더 고약하다는 게 농가들의 하소연이다. 한 농가는 “태풍으로 떨어진 배는 가공용으로 팔기라도 할 수 있지만 열매터짐으로 낙과돼 썩은 것은 그냥 밭에 뿌리는 퇴비나 마찬가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농가들은 농작물재해보험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할까 우려한다. 손해사정인의 피해 조사는 조사 시점에 드러난 피해에 국한되다보니 열매터짐이 발생했지만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은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사 시점 이전에 낙과된 것도 제대로 보상받기 어렵다.

배농가 조항현씨(49·성환읍 율금리)는 “열매터짐이 발생한 배는 나무에 달려 있어도 떨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이고 설사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상품 가치를 완전히 잃은 것”이라며 “이런 부분도 모두 감안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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