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때도 버텼는데… 나홀로 사장님의 '소리 없는 폐업'
나홀로 사장님 12개월 연속 줄어
직원 내보내고 홀로 버텼지만…
고물가‧고금리‧경기침체에 ‘백기’
정부 민생대책 실효성 의문 부호
긴 연휴 특수 없고 해외여행 러시
장기화한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이 자영업자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자영업자 수는 574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578만4000명) 대비 0.7% 감소했다. 특히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가파르게 줄었다.
이른바 '나홀로 사장' 수는 1년 새 6만4000명(-1.5%) 감소했다. 나홀로 사장 수가 줄어든 건 지난해 9월(–0.5%) 이후 12개월 연속이다. 지난 6월엔 2015년 11월(-3.2%)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인 3.1%를 기록했다.
이처럼 나홀로 사장 수가 줄어드는 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팬데믹 국면에서 직원을 내보내고 혼자 버텼던 이들이 끝내 문을 닫고 있다는 방증이어서다. 실제로 팬데믹이 급격하게 확산한 2020~2021년 전체 자영업자 수는 전년 대비 각각 1.8%, 0.1% 감소한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는 1.6%, 1.3%씩 증가했다. 이렇게 팬데믹을 이겨낸 이들마저 고물가‧고금리‧경기침체란 삼중고를 견디지 못했다는 거다.
자영업자의 위기를 드러내는 지표는 또 있다. 국세청 조사 결과, 지난해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 수는 98만6487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5년 이래 가장 많았다. 이들 중 절반가량(48만2183명)은 '사업 부진'을 이유로 폐업했다.
문제는 정부가 내수를 활성화할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추석을 앞두고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자금난 해소를 위한 43조원 규모의 대출 자금 지원, 역대 최대 규모인 17만톤(t) 규모의 성수품 공급 등 '민생대책'을 내놨다. 아울러 오는 10월 1일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연휴 특수'를 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대출이나 임시공휴일 확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되레 징검다리 연휴를 이용해 해외로 나가는 이들이 늘면 내수소비가 더 위축할 우려도 있다.
이를 입증할 만한 통계도 있다. 지난 13~18일 추석 연휴 기간에 인천국제공항 일평균 이용객 수는 20만671명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베트남‧일본으로 향하는 여행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의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하지만 여력이 많지 않은 데다 물가를 다시 자극할 우려도 있다.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하기에도 수도권 부동산과 가계부채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어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촘촘하면서도 중장기적인 내수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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