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좀 보소, 너 성공했구나”…회장님도 ‘1억 카니발’ 타자 일본차도 총공세 [세상만車]
카니발 ‘성공하면 타는 차’로 각광
카니발 물꼬트자 日미니밴도 진출
알파드·LM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제네시스 G90에 밀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회장·사장차’로 사랑받고 있는 플래그십 세단입니다.
세상이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세상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과 인식이 변하고 있죠.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바짓가랑이 붙잡아 봐도 소용없습니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더니 그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
렉서스 LS로 벤츠 S클래스에 도전했다가 아픔을 맛봤던 일본차들은 “왕후장상 씨가 따로 있더냐”를 외치며 성공하면 타는 차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습니다.
선봉은 토요타 알파드와 렉서스 LM입니다. 벤츠 S클래스처럼 폼나는 세단이 아닙니다. 인생역전 뺨치는 차(車)생역전을 일으킨 미니밴입니다.
짐이나 싣고 다니라며 천대받던 미천한 아버지를 뒀는데 이제는 회장차로 대접받고 있는 차종이죠.
벤츠 S클래스 입장에서는 쿠데타이겠지만 차기 왕후장상을 노리는 차종들 입장에서는 혁명입니다.
법인차 등록대수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8월 법인차 등록대수 1위는 카니발로 나왔습니다. 총 2만5098대가 등록됐습니다.
2위는 대기업 임원용으로 인기를 끌며 ‘성공의 아이콘’ 대접을 받은 그랜저였습니다. 등록대수는 1만8149대로 집계됐습니다. 그랜저는 지난해에는 법인차 등록대수 1위였지만 올해는 카니발에 밀렸습니다.
카니발이 올해 그랜저를 제치고 법인차 1위가 된 이유는 ‘달리는 오피스’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카니발의 장점은 미니밴답게 넉넉한 공간, 자유로운 좌석 구성입니다. 자동차 기술 발전으로 미니밴의 단점이었던 불편한 승차감도 대폭 개선됐습니다.
디젤 모델 중심에서 벗어나 정숙한 가솔린·하이브리드 모델로 라인업을 다양화한 것도 인기 비결이죠.
공간도 넓어 오히려 리무진 세단보다 낫다는 평가를 듣습니다. 임원차, 연예인차, 국회의원차로 인기 높습니다.
컨버전(개조) 회사를 통해 ‘달리는 1등석’이라 불리는 VIP 의전용으로 개조되기도 합니다. 가격도 제네시스·벤츠 세단을 살 수 있는 1억원대에 달합니다.
하이리무진뿐 아니라 일반 9인승 카니발도 법인차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9인승 이상 차량을 법인 명의로 구입하면 부가세 10%를 환급받는데요, 구입·유지비도 비용으로 처리해 법인세도 줄일 수 있습니다.
9인승 모델에 6명 이상 탑승하면 고속도로에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돈’인 사업자나 임원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혜택이겠죠.
카니발은 중고차기업 케이카(Kcar)가 1년 전 추석을 앞두고 임직원을 상대로 진행한 ‘귀향길 금의환향 패밀리카’ 설문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제네시스·벤츠 못지않게 ‘성공하면 타는 차’로 자리잡았다는 증거입니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카니발을 업무용으로 종종 이용합니다.
카니발은 성공하면 타는 미니밴 시장에서 ‘넘사벽’(넘기 어려운 사차원의 벽)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한국에 가장 먼저 선보인 차종은 카니발과 미국에서 경쟁하는 시에나입니다.
한국토요타는 시에나로 수입차 시장에서 성공하면 타는 미니밴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경쟁차종인 혼다 오딧세이는 시에나와 비교하면 패밀리카 성향이 좀 더 강한 편이죠.
시에나는 한국에서는 카니발 위세에 눌렸습니다. 한국토요타는 시에나보다 성공 이미지가 더 강한 알파드를 1년 전인 지난해 9월 전략적으로 선보였습니다.
미니밴을 고급세단으로 개조한 게 아니라 고급세단을 미니밴 형태로 만들었다고 자랑할 정도입니다.
차명도 성공을 상징하죠. 성공의 아이콘 ‘별’에서 가져왔기 때문인데요, 알파드는 바다뱀자리에서 가장 밝은 항성입니다. 바다뱀의 심장이죠.
토요타의 전략은 통했습니다. 9920만원에 판매되는 알파드는 성공하면 타는 차들이 집중 공략하는 법인차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국내 출시되자마자 판매물량 500대가 모두 완판됐습니다. 개인보다는 법인이 임원·의전용으로 많이 구입했죠. 10대 중 8대가 법인 몫으로 알려졌습니다.
알파드 출고 대기는 1년에 달합니다. 국내에서 인기 높은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뺨칩니다.
렉서스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벤츠·BMW에 맞설 수 있는 비 독일계 브랜드로 여겨집니다.
‘정숙성의 대명사’ 렉서스 ES가 대표주자입니다. 다만 ‘성공하면 타는 세단’ 시장에서는 독일 브랜드에 밀렸습니다.
렉서스는 알파드에 이어 ‘럭셔리 미니밴’으로 성공하면 타는 차 시장을 정조준했습니다. 플래그십 다목적차량(MPV) 렉서스 LM 500h입니다.
렉서스 LM 500h는 지난해 4월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공개된 2세대 모델입니다. LM은 ‘럭셔리 무버(Luxury Mover)’의 약자입니다.
성공하면 타는 차답게 편안한 승차감과 기능성, 진동·소음 차단 설계, 다양한 편의사양 등을 갖췄습니다.
렉서스 LM은 벤츠, BMW, 제네시스 등이 선보인 프리미엄 세단보다 더 넉넉한 공간을 갖췄고 항공기 1등석 뺨치게 편안하고 안락한 시트를 적용했습니다.
정숙성의 대명사 렉서스가 만든 플래그십 모델답게 쾌적하고 편안한 것은 물론 주위 시선도 강탈합니다.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외모 때문이죠.
부담을 느낄 정도로 강렬한 외모와 달리 실내는 자상합니다. 일본의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환대·배려)를 이식한 결과죠.
2열은 ‘배려 끝판왕’입니다. 독립된 2열 공간을 제공하는 4인승 로열 그레이드의 경우 48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파티션을 통해 퍼스널 모빌리티 공간을 구현했습니다.
온도 조절 가능한 전용 냉장고, 파티션 글로브 박스, 우산 거치대 등 각종 편의사양도 적용했죠.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슬라이딩 도어의 더블 실링 등으로 소음·진동도 줄였습니다.
전기차 대안으로 각광받는 하이브리드카이기도 합니다. 2.4리터 D-4ST 엔진과 e-Axle 전기 모터를 결합했다. 시스템 총출력은 368마력에 달합니다.
성공하면 타는 차답게 가격도 비싸죠. 로열 트림은 1억9600만원, 이그제큐티브 트림은 1억4800만원에 달합니다.
주요 공략 대상은 최고경영자나 임원들에게 럭셔리 모빌리티 공간을 제공하려는 법인입니다.
렉서스 LM도 법인구매 비중이 60%에 달한다고 합니다. 출고 대기기간은 9개월입니다. 2억원에 육박하는 가격이지만 판매에서 성공 조짐이 보이고 있죠.
스놉 효과는 다른 사람들이 구매하면 오히려 그 재화나 상품을 구매하지 않고 차별화를 시도하는 소비 현상입니다.
“누구나 사는 제품은 비싸더라도 싫다”, “난 너네들과 달라”라는 생각이 밑바탕에 있습니다.
비싼 돈을 주고 산 명품 옷이라도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더 이상 그 옷을 입지 않는 게 스놉 효과에 해당합니다.
스놉 효과는 일부 부유층에서 시작한 과시 소비를 주위 사람들이 따라하는 ‘밴드왜건 효과’ 다음으로 작용합니다..
국내에서 벤츠·BMW 인기가 많아지면서 포르쉐로 갈아타는 수요가 증가한 것도 스놉 효과로 볼 수 있습니다.
짐차에서 환골탈태한 럭셔리 미니밴은 ‘세단 끝판왕’으로 여겨졌던 벤츠 S클래스보다 강렬한 ‘시선강탈’ 외모와 사랑방처럼 다재다능한 실내 구성을 갖췄습니다.
승차감은 물론 눈에 확 띄는 외모 때문에 주위 시선에서 느끼는 하차감도 뛰어나죠. 여기에 스놉 효과가 결합하면서 성공하면 타는 차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세상만사, 사람 팔자 모른다고 합니다. 세상만차, 차도 마찬가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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