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거인으로 표현한 90년대 패션 캠페인
정작 옷은 별로 없었지만, 사진작가 듀오 구즈만이 촬영한 쿠카이 컬렉션 캠페인은 거대한 여성들을 성적 매력과 힘의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렸다.
공상과학 소설의 고전인 1958년 작 ‘50피트 우먼(Attack of the 50-Foot Woman)’은 단순히 사교계에서는 인기 스타이지만 가정에서는 학대받는 한 여성, 바람둥이 남편, 그리고 외계인과의 조우를 다룬 그저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50피트 우먼'은 매크로필리아(macrophilia) 커뮤니티에서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거인에 대한 매혹과 성적 환상을 느끼는 매크로파일(macrophile)들은 보통 크기의 여성이 갑자기 조각상처럼 거대 비율로 성장하는 환상에 빠져 산다. 입고 있던 옷이 찢어질 정도로 거대해지는 여성들은 더 이상 ‘나약한 성(weaker sex)’이 아니며, 전통적으로 남성이 누렸던 권력을 차지하는 거대하고 위엄 있는 존재가 된다.
반면 그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매크로파일은 작은 체구로 인해 완전하고 총체적인 지배를 받는 난쟁이 같은 인물들이다. 이들의 일부는 거인 여성의 몸에 침투를 시도하는데,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이 1966년 전시회에서 발표한 유명 작품 ‘She – A Cathedral’을 통해 관객이 여성의 질을 통해 여성 신체를 표현한 조형물 안으로 들어가 자유롭게 걷고 기어 다닐 수 있도록 유사한 경험을 재현한 사례가 있다. 다른 매크로파일은 예속되거나 먹히거나(보라레필리아(vorarephilia)) 발에 짓밟히거나 거대한 가슴 사이에 짓눌리는 것을 상상한다.
어떤 이들은 롤 플레이, 발 애무, 지배, 들기 및 나르기 등을 통해 절정에 이르지만 오로지 끝없는 상상의 힘을 통해서만 성적 흥분을 느낄 수 있는 이들도 존재한다. 특히 현실적인 크기 이상의 거인 여성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신화, 예술 및 엔터테인먼트가 허전함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일랜드에서 인도에 이르기까지 거인 여성은 다양한 사랑과 복수의 이야기로 종교와 민속 설화를 가득 채웠다.
20세기에 미디어가 경전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거인 여성은 고대 원형을 새롭게 재창조한 다양한 책, 만화, TV, 영화 및 뮤직비디오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머펫 쇼(The Muppet Show)’에서 ‘내 차 봤냐?(Dude, Where's My Car?)’에 이르기까지 거인 여성이 본연의 진정한 특성인 환상, 쾌락, 복수, 놀이의 영역을 되찾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1996년 거인 여성은 콘스탄스 한센(Constance Hansen)과 러셀 피콕(Russell Peacock)으로 이루어진 부부 사진작가 듀오 구즈만(Guzman)이 촬영한 쿠카이(Kookaï) 광고 캠페인의 주인공이 되면서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다. 90년대 중반까지 한센과 피콕은 자넷 잭슨(Janet Jackson), 홀(Hole), 토탈(Total), k.d. 랭(k.d. lang), 그리고 루서 밴드로스(Luther Vandross)의 상징적인 앨범 커버를 촬영하면서 상업 사진계의 독보적인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마이크(Mike)와 협업하고 영국 GQ의 의뢰로 앨빈 에일리(Alvin Ailey Dance Group)를 촬영하는 등 구즈만은 시대를 정의하고 또 초월하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1980년대 초에 활동을 시작한 후 한센은 버그도프 굿맨(Bergdorf Goodman) 및 로드 앤 테일러(Lord & Taylor)와 같은 고급 백화점의 정물 사진가로 이름을 알렸다. 80년대 중반 피콕을 어시스턴트로 영입한 후 두 사람은 공동 작업에 뚜렷한 정체성을 부여하기 위해 구즈만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사진 듀오가 생소했던 시기에 그들은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와 다이앤 브릴(Dianne Brill)과 같은 뉴욕 사교계의 유명 인사들을 촬영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스튜디오를 영업하는 등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결코 패션이나 인물 사진가가 아니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 장르에만 몰두하지 않았다.”라고 한센은 말한다. “우리는 구즈만이다. 사람들은 우리만의 관점을 원해서 우리를 고용한다. 우리는 놀고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가 사진으로 표현하는 여자들은 정말 강하고 또 우리는 섬세한 남자를 좋아한다. 나는 약간 드세고 피콕은 좀 더 부드럽기 때문에 우리는 성별 구분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들을 선호한다.”
구즈만은 사진가들이 록스타처럼 대우받던 90년대 파리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큰 예산과 창작의 자유가 주어졌기 때문에 그들은 상업 사진의 경계를 순수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시각적 언어를 새롭게 발명할 수 있었다. 한센은 “파리의 기업들은 아티스트를 매우 존중해주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많은 일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들의 광고는 미국의 광고와 달랐고 그래서 우리와 딱 맞았다.”
한센과 피콕은 쿠오카이 캠페인에 그들만의 특징적인 미학을 접목했다. 그들은 장노출 촬영 시 극도의 정밀함을 요구하는 대형 카메라로 작업하여 남성과 여성을 개별적으로 촬영한 다음 모든 이미지를 결합하여 눈을 현혹하는 웅장한 합성 이미지를 만들었다. 사진 속 강하고 아름다운 여성들은 해변에서 남자들을 때리거나, 유리잔으로 이국적인 나비를 잡듯 그들을 잡거나, 또는 자판기에서 간식을 고르듯 남자를 골랐다. 남자 몇몇은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었는데, 어떤 남자들은 얼마 되지 않는 잔디를 깎고, 다른 남자들은 빗자루와 붓을 들고 누워있는 여신에게 선탠로션을 바르고 있다.
사진은 매우 큰 사이즈로 잡지, 기차역, 그리고 특히 광고판에 노출되었다. “모든 곳에 사진이 걸렸고, 많은 논쟁이 이어졌다.” 패션 캠페인이지만 눈에 띌 정도로 옷이 적었던 사진에 대해 한센이 말했다. 지금은 불가사의하고 자극적인 이미지를 도처에 찾아볼 수 있지만, 90년대에는 상품보다 컨셉을 앞세우는 캠페인 전략이 일반적이지 않았다.
한센은 어항 안에 있는 남자의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괴짜 같은 촬영이었다. 수영장에서 피콕이 산소 탱크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중 카메라로 물속 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를 촬영했다.”
공교롭게도 그 이미지는 90년대 구즈만의 가장 상징적인 캠페인 중 하나가 될 이미지에 영감을 제공했다. 바로 인어가 수중에서 에비앙(Evian)을 홀짝이는 사진이다. 그것은 그들의 쿠카이 캠페인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그들의 작업물 아카이브 속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흐려져 가는 순수함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All images © Guzman
에디터 Miss Rosen
번역 Kim Yongs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