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봄, 다시 화약연기 자욱해지나

권혁철 2023. 3. 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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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실험·미사일 발사]한미연습에 북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로 맞대응
미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에 북 ICBM 쏠 가능성도
‘북한 인권 문제’ 제기에 약 2년만에 북 외무성 성명
북한은 지난 12일 새벽 전략순항미사일 2기를 발사했다고 13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발사훈련에 동원된 잠수함 ‘8·24영웅함’이 조선 동해 경포만 수역에서 2기의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하였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13일 5년 만에 대규모 실기동훈련을 포함한 한-미 연합연습을 시작했다. 양국은 이달 중하순까지 20여개의 실기동훈련을 벌이고, 이 기간에 미국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등도 한반도 근처로 이동해 훈련할 예정이다. 이에 북한은 훈련 시작 하루 전인 지난 12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쏘고, 외무성이 2년 만에 성명을 내어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비열한 적대모략 책동에 초강력 대응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반도에 다시 긴장의 3월이 돌아왔다.

한·미는 이날부터 23일까지 11일 동안 진행하는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연합연습을 시작했다. 연합연습에는 사단급 쌍룡 연합상륙훈련과 연합특수작전훈련(티크 나이프) 등 20여가지 실기동훈련이 예정돼 있다. 연합상륙훈련은 한·미 해병대가 북한 해안에 상륙해 평양 등 북한 내륙으로 진격하는 내용이고, 티크 나이프는 양국 특수부대가 북한에 침투해 북한 수뇌부를 제거하는 훈련이다. 모두 북한이 극도로 거부감을 보이는 훈련이다. 연습 기간에는 미국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과 잠수함, 전략폭격기, 이지스 구축함 등도 한반도에 올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무력시위를 시작했다. 북한은 ‘자유의 방패’ 연습 시작 하루 전인 12일 잠수함에서 순항미사일을 처음으로 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략순항미싸일 수중발사훈련이 12일 새벽에 진행되였다. 발사훈련에 동원된 잠수함 ‘8·24영웅함’이 조선 동해 경포만 수역에서 2기의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하였다”고 13일 보도했다. 경포만은 함경남도 홍원군 앞바다로, 신포 일대 해상이다. 그동안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쏜 적은 있는데,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을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미사일은 바닷속에서 발사하기 때문에 사전 탐지나 요격이 어렵고, 목표에 대한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북한으로서는 발사 방법과 장소 등 발사 플랫폼을 다양화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발사된 2기의 전략순항미사일은 조선 동해에 설정된 1500㎞ 계선의 거리를 모의한 ‘8’자형 비행궤도를 7563s(2시간 6분 3초)~7575s(2시간 6분 15초)간 비행하여 표적을 명중 타격하였다”며 “발사 훈련을 통하여 무기 체계의 신뢰성을 확인하고 공화국 핵억제력의 또 다른 중요 구성 부분으로 되는 잠수함 부대들의 수중대지상 공격 작전 태세를 검열 판정하였다. 발사 훈련은 자기의 목적을 성과적으로 달성하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중발사 훈련을 통하여 미제와 남조선괴뢰역도들의 반공화국 군사적 준동이 노골화되고 있는 현 정세를 시종 압도적인 강력한 힘으로 통제 관리해나갈 우리 군대의 불변한 입장이 명백히 표명되였으며 다양한 공간에서의 핵전쟁 억제 수단들의 경상적 가동 태세가 입증됐다”고 덧붙였다.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합참)도 이날 “지난 12일 아침 북한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 잠수함에서 시험발사한 미상 미사일을 포착했다”고 확인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주장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 성능에 과장과 기만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미사일이 아직 실전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합참이 탐지에 실패해 하루 뒤에 이를 발표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24시간 모니터링 하면서 상황을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미 연합훈련과 확장억제에 대한 맞대응이면서도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며 “북한 내부적으로 안보 우려 해소와 결집을 위한 메시지도 포함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북한의 무력시위는 예고된 것이었다. 북한은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 발사 당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겸 중앙군사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한-미 연합연습을 언급하며 “전쟁억제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행사하며 위력적으로, 공세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중대한 실천적 조치들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향후 한-미 훈련 기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 각도(30~45도) 발사, 고체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대응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반도의 3월은 한·미의 대대적인 연합훈련과 북한의 무력시위가 악순환하며 긴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미국 등이 제기하는 ‘인권 문제’에도 정면 반발했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이른 아침 <조선중앙통신>으로 발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성명’에서 “13일부터 감행되는 미국·남조선 대규모 전쟁연습과 때를 같이하여 미국은 추종세력과 함께 존재하지도 않는 우리의 ‘인권문제’를 논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식모임이라는 것을 강압적으로 벌려놓으려고 기도하고 있다”며 “미국의 적대행위가 수수방관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비열한 적대모략 책동에 초강력 대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북한 외무성이 ‘대변인 담화’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외무성 성명’ 형식의 기관 성명을 낸 것은 2021년 3월 이후 2년 만이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유엔 안보리가 17일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할 비공식 회의를 연다고 보도했다. 북한 외무성은 “미국의 ‘인권’ 압박 소동”은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가장 집중적인 표현”이자 “가장 정치화된 적대적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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