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 힐2 "분위기와 사운드로 압도하는 공포 맛집"
옛날 게임을 리메이크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그 중에서도 단연 중요한 요소는 현대적 감성으로의 재해석이다. 단순 그래픽 업그레이드만으로는 호소력이 부족하다. 과거 게임을 현재의 감성으로 플레이하면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
명작은 세월이 지나도 사람들이 다시 찾는다. 그래도 재가공은 거치야 한다. 영화, 음악, 그림 등과 게임의 명확한 차이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직접 플레이하는 콘텐츠다. 직접 게임을 조작하는 만큼 시대의 따른 플레이 경험 차이는 명확하다.
2022년 게임 리메이크, 리마스터 붐이 일어났을 당시 평가가 극과 극이었던 이유다. 이러한 관점에서 코나미 '사일런트 힐2 리메이크'는 매우 훌륭하다. 과거 극찬 받은 게임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2024년에 플레이해도 불편함이 전혀 없다.
난도 높은 두 가지 숙제를 훌륭하게 풀어냈다. 그렇다고 '리마스터의 교과서'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멀티 플랫폼 게임이 숙명과도 같은 최적화를 결국 잘 해결하진 못했다. 플레이 경험이 저해될 수준의 프레임 드랍이 심하다.
사일런트 힐2 리메이크의 메타스코어 86점은 공감이 가는 점수다. 최상급 셰프가 만든 봉골레 파스타에 마늘이 빠진 느낌이랄까. 90점은 받을 수 있는 최상급 게임이지만, 최적화라는 필수 재료가 부족했다.
공포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에게 사일런트 힐2 리메이크는 근래 게임 중 최고의 선택임은 분명하다. 8만 7700원이라는 금액이 절대 적은 액수가 아니라 부담이 있겠지만 공겜 마니아라면 후회 없는 선택이다.
장르 : 서바이벌 호러,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 2024년 10월 8일
개발사 : 블루버 팀
유통 : 코나미
플랫폼 : PC, PS4/5
■ 성공적인 고전의 현대적 해석
사일런트 힐2 리메이크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변화는 카메라 시점이다. 카메라 고정 시점을 사용한 원작과 달리, 리메이크 작품은 숄더뷰로 바뀌었다. 1인칭 시점에 비해 시야가 넓어졌다.
덕분에 몰입감이 높아졌다. 원작보다 훨씬 역동적인 시점을 보여주는 만큼 사일런트 힐이 주는 무겁고 끈적한 분위기가 더욱 명확하게 전달된다. 분위기만으로 압도 당하는듯한 기분은 리메이크에서의 변화가 유효했음을 알 수 있다.
향상된 그래픽 품질로 한층 현실적인 현장감을 조성한다. 한 편의 웰메이드 공포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이는 게임 중후반 사일런트 힐의 '이면 세계'에서 극에 달한다. 이면 세계 특유의 축축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잘 살렸다.
사일런트 힐만의 무기를 잘 다듬었다. 시리즈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분위기만으로 플레이어에게 공포를 선사하는 것이 사일런트 힐의 장점이다. 초입부터 이면세계 내부로 진입할수록 조금씩 증폭되는 심리적 스트레스는 그야말로 게임의 백미다.
공포감 조성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가 사운드다. 영화 '착신아리' 벨소리나 '죠스'의 BGM처럼 말이다. 사운드를 이용해 사일런트 힐의 공포감을 나타내는 기술력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소리라는 매개체가 서사적 긴장을 팽팽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이는 원작 존중으로도 이어진다. 리메이크의 중대한 요소 중 하나가 '원작의 경험'이다. 분위기에서 오는 점진적 스트레스가 최고의 경험 중 하나다. 분위기에 압도 당하는 즐거운 스트레스를 리메이크작에서도 명확히 이어갔다.
■ 선형적이지만 자유도 높은 퍼즐
사일런트 힐 시리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 퍼즐이다. 전체 스테이지를 하나의 거대한 퍼즐을 중심으로 풀어냈다.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퍼즐을 풀기 위해 스테이지 이곳저곳을 탐사해야 한다.
사일런트 힐2 리메이크는 선형적인 구조의 플롯이지만, 플레이 자유도는 높다. 단서를 획득 순서에 제한이 없다. 가령, A라는 문제를 풀기 위해 B와 C라는 단서가 필요하다. 이 때 B를 먼저 구하던, C를 먼저 구하던 상관없다.
레벨 디자인도 훌륭하다. 최신 게임처럼 퀘스트 내비게이션 등은 전무하지만, 단서를 조금 더 곱씹으며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올바른 길로 연결된다. 이는 추리의 직간접적 경험을 체험하게 만들고, 게임의 재미를 증가시킨다.
우드사이드 아파트에서 쓰레기 투입구 안에 막힌 코인을 획득해야 하는 퍼즐이 대표적이다. 투입구 안이 막혀 있으니 코인을 얻기 위해서는 어떠한 트리거를 이용해 막힌 배출구를 뚫어야 한다. 이는 힌트를 곱씹지 않아도 꽤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플레이어는 가장 먼저 배출구를 작동할 수 있는 트리거를 생각해 볼 것이고, 배출구 주위 구역을 자연스럽게 수색한다. 그 과정에서 아파트 3층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3층으로 올라갈 수단을 찾다 보면 유일한 길목이 아파트 외부 계단임을 인지한다.
아울러 단서가 압축되고 진행도가 올라갈수록 앞선 아파트 외부 계단처럼 숏컷이 활성화되며 진행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스테이지 내 괴물들도 하나 둘 정리가 되며 자연스레 긴장도 완화된다. 강약 조절이 정말 뛰어나다. 흑백요리사 유행어처럼 긴장의 정도가 이븐하게 익었다.
A라는 문제를 풀면 꼭 A만 쫓을 필요 없이 여러 문제의 힌트를 동시에 구할 수 있다는 점은 게임 진행에 대한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큰 역할을 한다. 일련의 추리 과정을 거쳐 퍼즐을 풀어내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갔을 때의 성취감은 상당하다.
■ 명작에 스크래치 입히는 기술적 문제
사일런트 힐2의 리메이크는 성공적이다. 다만, 완벽한 게임은 아니다. 프레임 드랍 등 최적화 문제가 발목을 잡은 탓이다. 여러모로 최적화 면에서 플레이 경험을 해치는 요소가 많이 발견됐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프레임 드랍 현상으로 죽을 위기에 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게임 외 다른 프로그램은 전부 끄고 넉넉하게 리소스를 남겨야 원활하게 돌아가는 수준이다. 지포스 RTX 3070, 인텔 i7 10세대, 렘 32GB라는 스펙에 중저사양 플레이를 했음에도 말이다.
카메라의 움직임도 부자연스럽다. 마우스가 움직이면 카메라가 함께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마우스가 따라간 길을 카메라가 쫓아온다. 좁은 공간에서는 특히나 심하다. 코너를 돌 때 상당히 불편하다.
캐릭터 모션도 마찬가지다. 그래픽은 2024년식이라면 모션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컷씬에서의 몸짓이나, 뛸 때의 모습 등은 다소 부자연스럽다. 간호사나 삼각대 크리쳐의 모션은 본래 딱딱하게 디자인된 것이니 논외로 쳐도 그렇다.
역동적인 카메라 뷰는 분명 장점이지만, 단조로운 전투 애니메이션은 이런 효과를 반감시킨다. 사일런트 힐 시리즈가 전투가 메인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 범주 내이다. 다만, 없으면 허전하니까 넣은 정도에 그쳤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1. 분위기와 사운드로 플레이어를 압도하는 공포감
2. 자유도가 높으면서도 잘 설계된 레벨 디자인
3. 원작의 감성과 콘텐츠를 충실하게 계승함
1. 프레임 드랍 등의 최적화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
2. 멀티 엔딩 외 유의미한 신규 콘텐츠의 부재
3. 전투 메커니즘은 상당히 단조로워 지루하게 느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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