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열차,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 열차입니다. 하차해주시기 바랍니다.” 1호선 이용객이 자주 듣는 방송 소리.

유독 더웠던 이번 여름, 에어컨도 잘 안 틀어주는 승강장에서 다음 차를 다시 기다릴 생각에 한숨 푹푹 내쉰 왱구들 많을 거다. 1호선을 자주 타지 않는 사람들은 갑자기 내리라는 안내 방송에 어리둥절할 만도 하다.

그럴만한 게 1호선은 동묘앞행, 청량리행, 광운대행, 소요산행, 구로행, 서동탄행, 인천행, 용산급행 등 급행 포함 행선지가 39개나 된다.

다른 호선에 비해 월등히 많은 건데 “1호선은 종착역이 왜 이렇게 많은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일단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1호선 노선 자체가 매우 길기 때문. 1호선이 커버하는 지역은 위로는 연천, 옆으로는 인천, 아래로는 신창까지로, 운행 길이가 무려 218㎞나 된다.

국내에서 가장 긴 도시 철도다. 그러다보니 차량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중간 종착역들을 여러 곳 설정한 것.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사실 노선이 엄청 길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중간중간에 종착역이 있죠.

1호선은 1974년 개통 당시엔 서울역부터 청량리역까지만 운행했다. 이후 1호선 열차를 직결 운행하던 국철 구간인 경원선, 경부선, 경인선 그리고 장항선으로 1호선을 확장시켰다.

또 2023년엔 연천역까지 연장하는 등 야금야금 길이를 늘려오면서 지금의 긴 광역 전철 노선이 됐다.

운영 주체도 좀 복잡한데, 서울역에서 청량리역은 서울교통공사가, 나머지 구간은 코레일이 운영한다.

아무튼 노선 자체가 너무 길어서 중간에 쉬어야 된다는 건 알겠다. 근데 종점이 하도 많다 보니 이용자가 헷갈릴 수밖에 없고, 종점 기차별로 이런저런 별명이나 에피소드가 넘쳐난다.

우선 서울 위쪽으로 가는 사람들에겐 애매하게 가다 말아서 ‘가장 킹받는 행선지’로 불리는 동묘앞행.

열차는 기본적으로 운행이 종료되면 차량기지로 이동해 주차된다.

1호선 열차 중 서울교통공사 소속 열차들은 군자차량기지로 이동하는데, 그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거쳐가는 곳이 동묘앞역이다.

한때 서울의 비밀 공간이라며 핫했던 이 신설동 유령역이 바로 동묘앞역에서 군자차량기지로 열차가 통과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청량리행. 동묘앞행만큼이나 경희대행, 외대생, 광운대생에겐 특히나 답답한 행선지다.

[한국외대 학생 A씨]
1호선 처음 탔을 때 동묘앞역에서 갑자기 내리라해서 내렸더니, 다음엔 청량리행이 와가지고 그다음 거 기다리고 그래서 당황했던 기억이…

청량리역이 종착역인 이유는, 인천이나 신창에서 올라온 차량이 잠시 정차했다가 회차해서 내려가기 편하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동묘앞역 관계자]
상선으로 갔던 차가 다시 하선으로 갈 수 있게끔 해주는 그런 장치가 (그 주변에선) 청량리역에만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가 서울역에서 청량리역까지만 운영하기 때문에 청량리역이 종착역이라는 설도 있는데, 확인해 보니 이건 사실이 아니다.

애초에 서울교통공사 열차와 코레일 열차 모두 1호선의 끝인 신창역부터 연천역까지 모두 운행하기 때문에 그런 영향은 없다는 것.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열차 운행은 다 하고요. 열차 소속이 저희 회사냐 코레일이냐 이런 거는 상관이 없고...

더 위로 가서 소요산행. 연천역이 생기기 전까지 소요산역이 1호선의 종점이었다보니 아직까지도 종착역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아래 의정부역의 경우, 2006년 소요산역으로 1호선이 연장되기 전까지 종점이었고, 이용 고객이 많다보니 아직까지 종착역으로 이용되고 있다.

양주역과 의정부역이 가까우니 양주행과 의정부행을 통합하면 어떨까 싶지만 쉽지 않은 문제라고.

[코레일 관계자]
바로 자리에 앉아서 가실 수 있잖아요,처음에 출근하실 때. 이제 종착역에서 갈아타면 바로 출발하니까. 이런 거에 대해서 민원도 상당히 심해요.

실례로 이제 양주행 (열차) 하나를 없앴더니 상당히 불편하다는 그런 항의도 하도 많이 와서 다시 또 바꾼 적도 있었거든요.

특히 출퇴근 시간대의 종착역 위치는 매우 민감하다. 종착역이 곧 출발역이 되기 때문.

이런 식으로 종착역을 새로 만들거나 없애는 문제는 지자체의 이익과 역 설계 문제까지 다 엮여 있다보니 공단이나 국토부에서 임의로 결정할 수 없다고 한다.

시간 관계상 모든 종착역을 다룰 수는 없지만, 이렇게 1호선은 종착역마다 다 나름의 이유와 사연과 수많은 에피소드를 갖고 있다.

노선이 길어진 만큼 행선지도 마구 늘어난 1호선, 이러다 미래엔 보령머드축제도 1호선 타고 가겠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진짜 연장이 될까? 갑자기 궁금해져서 국가철도공단에 물어봤는데,

[국가철도공단 관계자]
(사업 계획 쪽에) 문의를 했더니 우선 계획이 없다고 답을 받았고요…

아무튼 1호선 노선이 곧바로 더 늘어날 계획은 없어 보인다. 혹시 더 궁금한 종착역이 있거나, 재미난 경험이 떠오르는 왱구님들은 댓글로 남겨주면 좋겠다.